제95회 제주 전국체육대회에 부쳐

이제 곧 전국체전이다. 만반의 준비가 끝나고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 운동장 시설과 인력 배치만으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우리가 주체가 되어 즐길 준비가 필요하다.

'체전'이란 말은 체력 전투의 줄임말이 아니다. 축전 즉 축제라는 말이지 않은가. 그러니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마음껏 즐길 준비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우리가 축제의 주체가 되어 오실 손님을 잘 맞는 것이 중요하다. 따듯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KBS 염기석 기자가 체전 기간 동안에 우리는 뭘 보여주어야 하느냐고 물어왔다. 글쎄? 제주도가 체육대회장 이외에 문화적인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 주고, 그들이 제주도에서 잘 즐기도록 안내자가 되어 말 한 마디라도 따듯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제주도는 전국체전 기간만이 아니라 1년 내내 축제다. 왜 그런가. 예전에는 비수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시사철 제주가 붐빈다. 관광객들은 제주에 와서 정신적 해방감을 누리고 즐기니 여기는 1년 내내 축제인 셈이다. 

축제의 본질은 억눌림 삶에서 해방하는 것이다. 제주는 해방의 공간이다. 제주도민은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이 어우러진 제주에서 생태적인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면 된다. 생태적 공간에서 전통과 현대를 잘 조화시킨 삶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된다. 

아직 그런 마음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금부터 그런 마음을 가지면 된다. 경제적으로는 뒤지지만 공동체적 문화를 잘 가꾸어온 우리들의 삶을 보람으로 여기고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잘살려던 마음을 바꾸어 문화적으로 잘사는 마음을 지니면 우리 삶이 긍지가 된다.

이번 축전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더욱 사랑하게 만들면 좋겠다. 제주에 갔더니 그들의 일상생활이 축제더군, 하는 말을 듣자. 내일도 모레도 축제일 것이니 다시 제주를 찾아가보자, 라는 말을 들어보자. 제주가 문화 축제의 본고장이 되려면 아직 부족한 것 있다. 문화 인프라 확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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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남춘 제주대 교수
설문대할망이 오백 장군을 키웠다고 하는데, 제주도도 우선 젊은이 오백 명 정도를 문화 일꾼으로 키워보자. 제주는 문화기획의 역량이 부족하니, 그런 인재를 한 오백 명 키우면 그들 인재가 문화 인프라가 된다. 축제 기획자가 오백인 멋진 세상이 온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1년 내내 축제인 제주를 위해 1년 내내 축제를 준비하면 좋겠다. 젊은이가 희망이다.

제주에 오시는 손님들을 위해 우리가 마음껏 즐기는 축제를 만들어 보자. 전통을 현대에 맞게 잘 조화시키는 제주의 장점을 발휘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문화가 축제가 되고, 축제가 관광 인프라가 되고, 제주는 문화로 밥 먹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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