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총선 선거전의 개막을 보며

드디어 제 17대 총선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이번 총선은 우리 정치가 근본적 개혁을 통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나는 중요한 시험대이다. 우리는 이미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지난 16대 국회를 통해 뼈저리게 절감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탄핵정국의 후폭풍 속에 치러지고 있다. 필자 또한 이번 선거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상황을 야기한 수구정치세력의 책임을 묻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를 대통령의 탄핵 및 재신임 문제로 '모두' 귀결시켜 정책과 인물대결이라는 총선 본래의 모습이 실종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풍미해 온 '왜곡된 인물론' - 후보자의 '진실성' 여부가 중요

이른바 국회의원의 '자질'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왜곡된 인물론'이 풍미해 왔다. 언제부터인가 제주지역에서 선거얘기만 나오면 그 후보가 개혁적인지 아니면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던 인물인가를 따지기 이전에, 중앙에서 어떠한 자리에 있던 사람인가를 기준으로, 물망에 오르는 기현상을 보게 된다. 또한 정치후보자 하면 정당인, 관료출신, 교수, 변호사 등 이른바 엘리트집단에 속한 사람들만이 마치 자격이 있는 것처럼 오도되는 현상 또한 많았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인은 '원칙'과 '개혁'에 충실한 인사이거나 지역사회를 위해 사심없이 봉사해 온 사람들이 우선 고려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또한 노동자 농민 서민 등 이른바 보통사람들도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음에도, 서울에서 한자리했거나 엘리트 집단에 속해있던 사람들의 '능력'이 과대 포장돼 왔다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인물론의 기준은 이것이다. 첫째는 민주성과 개혁성이며, 둘째는 국정 수행 및 통합 조정 능력, 셋째로 도덕성과 일관성 여부, 넷째는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지 여부가 그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후보자의 '진실성'이라 할 수 있다. 탄핵정국 도래 이후 너나없이 갑자기 민주투사가 되고, 정치철새들이 횡행하는 현실을 목도하기에 더욱 그렇다. 즉 나열식 사회경력 보다는 후보자가 지금까지 어떠한 인생역정을 걸어왔는지, 후보자의 세세한 됨됨이를 평가함은 물론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중심의 선거 실종 우려

한편 제주지역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정책의 경우 구체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실천가능성에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는 공약 남발, 지방선거 공약과의 혼돈, 일부 후보들의 경우 심지어 상대 후보 질문의 본질조차 파악 못하는 한심한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어 정책중심의 선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정책중심의 선거라는 대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후보자의 공약을 평가함에 있어 유권자들은 그 공약이 과연 임기 안에 실천가능한 공약인지, 우선순위를 따져볼 때 꼭 필요한 공약인지, 예산 확보방안은 제시되고 있는지, 자신이 속한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다른 공약과 충돌되지는 않는지, 또한 후보들이 그동안 강연, 인터뷰, 의정활동 중 한 말과 공약 사이에 서로 상충되는 것은 없는지 세세히 분석하여 후보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이번 총선은 '새로운 게임의 룰'에 의해 처음 치러지는 선거다. 대규모 군중동원이 뒤따라 선거 때마다 '현금뿌리기' 주범이었던 정당연설회와 합동연설회가 폐지됐다. 선거범죄 신고자 포상 등 돈선거, 불법선거를 막을 장치는 충분히 마련됐다. 또한 대법원이 이들 선거법 위반 후보에 대해 가급적 당선무효형을 선고토록 권고키로 했다니 이번에야말로 불·탈법 선거를 뿌리뽑는 선거혁명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하겠다.

유권자의 힘으로 정치 혁명을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유권자가 변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므로 유권자는 금품이나 향응 제공같은 불법행위의 유혹을 경계하며 후보들에 대한 신상정보나 정당의 정책을 면밀히 살펴 이성적 선택을 준비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철저한 검증을 통해 가려내지 않으면 17대 국회도 과거와 다를 바 없는 집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유권자의 선택이 앞으로 4년간 우리나라 정치와 제주정치를 좌우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제주지역의 경우 교육감 돈선거 파문으로 얼룩졌던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만큼은 돈선거와 부패로 얼룩진 제주사회와 선거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결정적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혁명의 주체는 바로 유권자이며, '옥석'을 가릴 궁극적 책임도 유권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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