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상담소, '학교 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다음 문장에 YES 혹은 NO로 체크 하세요

1. 성폭력은 여성들의 과다노출이나 잘못된 행실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2. 강간과 유사한 경험을 자랑처럼 늘어 놓는 친구의 말을 듣고 ‘저 자식 대단하다’라고 생각했거나, 그것이 문제임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적이 있다.

3. 남성의 성욕은 참기 어렵다.

4.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을 믿는다.

5.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다.

6. 애인 중에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 끈질기게 구애하는 것을 보고, ‘대단한 녀석이야!’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7. 성폭력은 개인적인 문제이므로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문제지 공개적으로 사과하거나 문제삼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8. 친구의 귀가 시간을 일일이 체크하거나 헤어스타일, 옷 입는 것에 대해 간섭한다.

9. 데이트할 때 시간, 장소, 뭘 할지 등 상대방에게 물어보지 않고 내 맘대로 정한다.

10. 친구들끼리 폭력적인 성장면이 담긴 포르노 비디오를 돌려 볼 때, 보기 싫어도 왕따를 당할까봐 같이 본 적이 있다.

11. 남성이 강간을 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강한 성적 충동 때문이다.

12. 실제로 자신의 남자친구에게서 강간을 당하는여성은 거의 없다,

13. 첫 번째 데이트에서 남자의 집이나 아파트에 가는 여자는 성관계를 갖고 싶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14. 남자들이 터프하고 박력 있게 하는 성적 접촉을 여자들도 좋아할 것 같다.

15. 많은 여성은 은밀하게 강간당하기를 원한다.

16. 여성은 강간이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위 문장 중 어느 하나라도 YES라고 체크를 했다면 만에 하나 당신은 성폭력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사)한국여성민우회를 포함해 제주여성상담소 등 국내 여성단체가 성적 지수를 체크하는 질문으로, 성폭력의 가해자는 남자만이 아니라 여자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비롯됐다.  남녀 관계없이 스스로 테스트 해보자.(발췌=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

   

10년전 수업 경험..."깜짝 놀랐다"

3.8세계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3시부터 제주시 후원으로 참사랑문화의 집에서 열린 '제주지역 학교 성교육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의 주제는 단연 요즘 학생들이 성에 대한 생각과 성 문화의 모습들이다.

이날 제주여민회 부설 제주여성상담소가 주최한 토론회는 '청소년 성의식과 학교 성교육실태 조사'보고서에 대한 공개 후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날 토론에 나선 이보라 서귀포중학교사는 "10대들의 성문제의 뿌리는 사회에 있다"며 "우리 아이들은 스폰지처럼 받아들인다. 거름망이 보다 튼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잘못된 기성세대를 답습하고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사회가 가르치려고 하지 않은 부분에서 너무 빨리 학습화하여 더 강하게 표출하는 게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라며 문제를 기성세대로 돌렸다.

이 교사는 10년 전 성교육 수업을 위해  중학교 3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조사 결과 1~2명의 학생이 '성관계의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7개 학급이 공통적인 현상으로 나타난 사실을 보면서 충격 그 자체였다"고 고백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당연히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부분"이라는 그는 "하지만 여전히 '진정한 성(性)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떠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연간 10시간의 교육...제대로 되고 있나?

이어 "아이들과 매해 성교육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건 지금의 교육 현실이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 단편적인 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성교육 교과서가 없는 상황에서 담당교사가 바뀌다보면 담당교사의 기준에 따라 다양화되기도 하고, 형식화되기도 하고 같은 내용의 반복이 되기도 한다"고 한계를 언급했다.

그는 '성(性)은 지식이 아니라 삶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지식을 체계화하여 학습하는 것처럼 성에 대한 지식, 가치관의 형성과 실천, 생활자체도 체계화하여 아이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게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선심 세화고등학교 교사는 "제주도내에는 178개의 각급학교가 있으며 제주도내의 보건교사인원수는 69명이다. 그 전체 비율을 계산해 보면 약 38.7%가 된다"며 "모든 교사가 성교육 연수를 통해 훈련된 성교육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학교생활 중에 성과 관련된 문제의 발생, 혹은 학생의 성상담의 요청 시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목에 정규과목으로 자리잡아야"

이어 "현재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연간 10시간 이상의 성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고 실시시수 확보 방법에 대해서는 관련교과, 재량활동, 특별활동, 별도 시간 확보 등 학교 실정에 맞게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밖에 성희롱, 성폭력예방을 위한 2시간 이상의 교사, 학생, 학부모 대상의 교육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인문계고등학교에서 매 학년마다 이 시간을 모두 채우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교과목내에 성교육이 정규 과목으로 자리를 잡지 않는 한 항상 숙제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성교육은 교과목 시간에, 성교육 연수를 충분히 받은 선생님에 의해 단계별 선행 수업으로 준비가 된 학생들의 수업이 진행된다면 좀 더 성공적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맺었다.

   

"사춘기때 성교육 늦어...유아기부터 체계적 교육 있어야"

한영희 제주도교육청 생활지도담당 장학관은 "사춘기 때 성교육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미 늦은 시기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유아기서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유아를 가진 학부모를 포함해 확대한 성 관련 설문조사가 이뤄져 외국의 경우처럼 유아기부터 성교육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평등적 관점에서 성인지, 성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그는 "특히 남성의 섹슈얼리티 측면에 대해서는 남성중심적 문화 각본을 수용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교육청, 지자체, 성교육 관련 상당소 및 시민단체간 '공조'...가야 할 길

그는 "현재 교사들이 탐라교육원에서 받고 있는 32시간 연수가 있지만 성평등, 성인지 교육이 매우 부족하다"며 "이번 조사 결과 교사의 성별에 따라 성의식이 다르게 나타난 만큼 양성평등에 대한 의식전환이 더욱 요구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성교육 관련 상담소나 시민단체들의 공조체계가 이루어지고 성교육 체험관, 성교육 전시실 등이 마련돼 학교 성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성교육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제주지역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열린 성교육 센터가 만들어, 연령별, 성별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조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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