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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전 개회식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관람이 불가능하자 주최측에 항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개회식 행사 휠체어 입장 못해 항의소동...제주도 사과 “시설문제” 해명

제주도가 제95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성화주자로 장애인, 다문화가족 등 사회적 약자를 내세우며 상생과 화합의 정신을 강조했지만 정작 현실은 달랐다.

전국체전 공식행사를 앞둔 28일 오후 6시쯤 제주종합경기장 본부석 방향 2층에서 개회식 참석을 위해 입장권을 내고 제주종합경기장에 들어선 장애인들이 자원봉사자와 주최측에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개회식을 보게 해달라며 따졌고 입구를 모르는 자원봉사자는 안내를 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주최측에 설명을 요구했지만 2층으로 가라는 답변만 되풀이 됐다.

안내에 따라 30분 넘게 1, 2층을 오르내리고 대회장 몇 바퀴를 헤맨 장애인들은 결국 추위에 떨다 개회식 조차 보지 못하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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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전 개회식에서 본부석 옆에 마련된 장애인석. 사전 지정석이라는 이유로 일반 장애인들은 관람석에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주최측은 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는 자리 10석을 마련했다. 위치는 대통령이 입장한 본부석 서쪽이다. 문제는 지정석으로 분류돼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개회식 관람 장애인 10석을 지정석으로 분류하고 미리 대상자를 선정했다. 실제 현장에는 10명 중 9명이 참석해 개회식을 지켜봤다.

반면 일반 장애인은 관람석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다. 2층 관람석에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을 거쳐야 하고 막상 진입하더라도 다시 계단이 있어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2만5000여명의 관람객 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단 1명도 일반 관람석에서 개회식을 볼 수 없었다. 사전 초청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리가 빈 장애인 지정석에 갈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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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장애인이 제95회 전국체전 개회식을 관람할 수 없다고 하자 항의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현장을 찾았던 장애인 문성탁(53)씨는 “30분 넘게 헤맸지만 휠체어가 관람석으로 향하는 길은 없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조차 생각하지 않고 전국체전을 개최하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주최측도 잘못을 인정했다. 제주도는 시설적인 문제를 내세웠다. 발길을 돌린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제주도 관계자는 “장애인 관람 시설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본부석 쪽에 장애인석이 있지만 그곳은 사전 초청자만 가능하다. 일반 장애인 관람자는 입장이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장애인에 대해서는 출연진들이 오가는 대회장 1층 입장 통로로 안내했다”며 “개회식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모퉁이에서 관람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제주도는 이번 전국체적의 정신을 상생과 화합에 바탕을 뒀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주경기장인 제종합경기장 보수공사 등 시설공사 등에 투입한 금액만 8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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