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영결식 뒷날 고등부 레슬링 금 고운정..."아버지께 좋은 소식만 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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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백합 할머니가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손자 고운정을 껴안고 있다.
제95회 전국체전 레슬링에 출전한 고운정(남녕고3)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금메달을 바쳤다.

2일 제주관광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 레슬링 남자고등부 그레코로만형 76kg급에 출전한 고운정이 부친상의 슬픔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살부터 할머니와 아버지 손에 자란 고운정은 힘겨운 생활속에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그러던 지난 10월28일 전국체전 개막식날 아버지가 갑자기 숨졌다. 

평소 지병도 없던 아버지였기에 고운정에게는 청천벽력같은 비보였다.

고운정은 지난 1일 아버지를 하늘로(발인) 올려보냈다. 대회를 앞두고 제대로 훈련과 마음을 가다듬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대회를 포기하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격려와 코치 선생님의 조언으로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전날 부친상 때문인지 힘든 상황에서도 고운정은 8강에서 서울 윤정민을 폴승으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고운정의 4강 상대는 대구 이경주. 초반부터 이경주와 힘겨루기를 하던 고운정은 점수를 내기 시작했고, 결국 판정승을 거뒀다.

결승에서 고운정은 부산 오시영을 만났다.

고운정의 기량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오시영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오시영을 계속 넘어뜨리며 연달아 4점을 획득했다.

고운정 기세에 밀린 오시영은 자신도 모르게 2차례 반칙을 범하기도 했다.  

그렇게 4:0으로 고운정이 앞선 상황에서 오시영이 순간의 실수로 3번째 반칙을 범했다.

레슬링에서 3번째 반칙은 곧 실격패다. 경기는 그대로 오시영의 실격패 처리됐고, 고운정이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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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고등부 그레코로만형 76kg급 결승에서 상대 오시영(부산)을 들어 넘기려 하는 고운정.
경기가 끝난 뒤 고운정은 인터뷰를 통해 “체중 감량 때문인지 몸이 굳어 제대로 기량이 발휘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조금씩 경기 감각이 살아나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레슬링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꼭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고운정은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고운정은 “앞으로 (아버지에게) 좋은 소식만 전해주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고운정은 할머니 오백합(75)씨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할머니를 업어보였다.

할머니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오 씨는 “운정이가 세 살 때부터 직접 키웠다. 어려운 형편에 보약 한 번 지어준 적이 없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것을 보니 너무 장하다”고 기특해했다.

이어 “어려운 형편 때문에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늘이 도와준 것 같다”고 말하며, 장한 손자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은 딴 고운정은 최근 경남대학교 사범대학으로 대학 진학이 확정됐다.

지인들은 고운정이 아버지 발인이었던 1일에 몸무게 측정과 겹쳐 많이 힘들어하며, 이번 전국체전 출전 포기를 고민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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