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코앞 주차장 놔두고 툭하면 불법주차..."단속 강화" 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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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말 제주목관아 앞 풍경. 관광버스들이 즐비해있다. <독자 제보>

제주시민 H씨는 제주목관아(濟州牧官衙) 앞을 지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관광버스들이 불법 주차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목관아는 조선시대 관리들이 행정사무를 보던 곳으로 1993년 국가사적에 지정됐다. 탐라시대부터 주요 관아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유서 깊은 원도심 대표 문화유적이다.

H씨는 “목관아 앞마당에서 공연이 열릴 때조차 버스들이 장기주차돼 시야를 가리기 일쑤”라며 “원도심 대표 문화유적인 이 곳이 불법주차로 인해 버려진 공간이라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불과 100m 옆에 옛 제주시청사를 허물고 만든 주차장이 있지만 왜 여기를 이용하지 않는 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제주도와 제주시에 민원을 넣기도 수차례. 그 때마다 담당부서는 ‘순찰을 강화해 강력 단속하겠다’고 답했지만 말 뿐이었다.

[제주의소리]가 3일 낮 현장을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제주목관아 앞에 장시간 불법주차를 하는 관광버스를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차량으로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이상 차의 시동을 끈 채 목관아 바로 옆 차선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제주목관아 매표소 직원들은 “매번 여기에 주차를 하면 안된다고 말하지만 단속 권한이 없는 만큼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통제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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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4일 제주시 삼도2동 음악축제가 열린 제주목관아.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불법주차한 관광버스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독자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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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낮 제주목관아 앞 풍경. 관광버스들이 가장 바깥 쪽 차선에 줄지어 서 있다. ⓒ 제주의소리

주민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건 불법주차 차량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향하는 곳이 제주목관아가 아니라 인근 지하상가라는 점.

한 매표소 직원은 “주차된 버스 중 90%가 목관아가 아닌 지하상가가 목적지”라며 “이들 중 목관아에 들어오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버스에서 내린 뒤 무리 지어 지하상가를 향하는 중국인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버스들이 인근 옛 시청 주차장이 아닌 목관아 앞을 선호하는 이유는 ‘더 가깝기’ 때문.

기자가 현장에서 만난 한 관광버스 기사는 “100m 떨어진 주차장에 세우는 것보다 여기 주차하는 게 관광객들이 더 찾기 쉽고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며 “오늘(3일)은 4대 뿐이지만 붐빌 때는 지하상가 앞까지 더 많은 버스들이 주차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인근 구시청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게 맞긴 맞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자치경찰단은 이 부근에 대해 단속을 펼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이동식카메라 차량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단속 중”이라면서 “최소한의 인력으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어린이보호구역 등 우선순위 지역을 집중 단속하는 만큼 특정 장소에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해당 지역에 우선적으로 고정 CCTV를 설치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내년도 예산에 반영이 돼서 설치가 된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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