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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다음날인 1999년 11월6일 <제민일보>에 실린 사회면 보도 내용.
[초점] 이승용 변호사 피살 4일 자정 공소시효 만료...유족들 “살인은 시효 폐지해야”

2014년 11월4일 24시. 이 시간이 멈추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누군가는 이날이 빨리 지나길 바란다. 잔인한 시간이다.

정확히 15년 전이다. 1999년 11월5일 오전 6시48분쯤.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가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옛 체신아파트 입구 사거리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운전석에 앉은 피해자의 가슴 부위에는 예리한 흉기로 수차례 찔린 흔적이 있었다. 국과수 감식에서도 과다출혈에 의한 사망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명백한 타살이었다.

당시 경찰은 차량 내부와 도로에 혈흔이 발견된 점에 비춰 피해자가 괴한에게 공격을 당한 후 본인의 소나타 차량에 올라 운전대를 잡은 상태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중앙지구대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대대적인 추적에 나섰지만 용의자를 특정 짓지 못했다. 범인은 범행 도구와 족적 등 단서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 뚜렷한 목격자도 없었다.

1000만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으나 제보자나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1년 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그리고 15년이 흘렀지만 경찰의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오늘(4일) 자정이 지나면 범인을 잡더라도 처벌이 불가능해진다. 공소시효가 완료되기 때문이다. 범인은 있지만 잡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유족들은 15년째 타는 가슴을 추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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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5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마을 안길. 사진 속 돌담 옆에 세월진 차량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제주의소리
유족들은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고 미제라며 손을 놓고 있다. 하소연 할 곳도 없다”며 “오늘 밤이 지나면 경찰은 사건을 마무리 짓겠지만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은 잡을 수도, 못 잡을 수도 있다. 다만, 살인자에 대해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죄를 면제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공소시효는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다.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2007년 12월 이후 발생한 살인과 상해치사 등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기존 15년에서 25년으로 늘었다. 문제는 소급적용이 안된다는 점이다.

살인죄 등 흉악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의 폐지는 2012년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 법무부는 그해 '흉악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법안'을 제출했지만 여전히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승용 변호사의 유족들은 중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기 위해 헌법소원까지 검토했었다. 공소시효의 취지가 현실과 맞지 않고 국민의 법 감정과도 차이를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공소시효제도의 취지는 범죄 후 장시간 경과에 따른 사실관계를 존중해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장기간 도피생활에 따른 정신적 고통도 처벌로 보는 부분도 있다.

반면 살인죄와 같이 무거운 범죄에 대해서까지 공소시효의 취지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많다. 수사기관의 입장만 반영한 행정 편의주의적 제도라는 쓴소리도 있다.

▲ 1999년 11월5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마을 안길. ⓒ제주의소리
유족들은 “살인자들에 대한 공소시효를 누가 인정하겠느냐. 국민의 법 감정상 이해할 수 없는 제도다. 경찰은 끝났겠지만 우리는 다르다.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은 “사건이 실내가 아닌 노상에서 발생해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피의자의 지문이나 흉기 등 단서가 전혀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수사본부 해체에 대해서는 “면식범인지 원한에 의한 것인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였다. 유족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사건에만 매진할 수는 없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주경찰의 대표 미제 살인사건은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이다.

2006년 제주시 소주방 여주인 피살사건과 2007년 서귀포시 40대 주부 피살사건, 2009년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 등이다.

이 중 소주방 피살사건과 서귀포시 40대 주부 피살사건은 형사소송법 개정 이전에 발생해 공소시효가 각각 2021년과 2022년에 완료된다.

어린이집 여교사 피살사건은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 2034년 이전까지 범인을 잡으면 처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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