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욱의 중국기행] (3) 중국 농산물에 대한 공포나 자만심, 모두가 근거없다

필자는 서귀포시 야구연합회가 추진한 ‘사회인 야구단 국제교류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0월 3일부터 7일까지 중국 상해(上海)를 방문하였다. 마침 몇 해 전부터 상해와 인근 절강성(浙江省) 일대에 관심을 갖고 답사할 기회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방문은 개인적으로 뜻있는 기회가 되었다. 비록 4박5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나름의 보람이 컸던 지라 그 감흥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야구를 목적으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야구보다는 다른 소재에 대한 얘기가 많을 것이다. 스포츠 교류라는 게 원래 스포츠를 매개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모처럼 귀한 기회를 마련해주신 서귀포시야구연합회 문순용 회장 이하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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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해 변두리 과일가게. 여러 가지 과일 가운데 귤이 앞에 전시되어 있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진행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을 앞두고 있다. 자유무역협정의 최대 쟁점은 역시 한국 공산풍의 중국 진입 장벽의 수위와 중국 농산물의 한국시장 개방의 폭이다. 양국 협상단 사이에 세부적인 부분에 이견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과 발표 시기를 선택하는 문제만 남은 듯하다.

자유무역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중국 절강성을 방문했으니 중국의 농산물에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 중국의 농산물 실상을 파악하려면 농장이나 도매시상 혹은 재래시장 등을 돌아보면 좋으련만, 단체 일정 때문에 경험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필자가 도시 주변에서 겪은 사소한 경험에 의지해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판단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농산물 중에서도 역시 관심이 가는 것은 중국의 귤이다. 필자가 몇 해 전에 귀농해서 밀감농사를 짓고 있기도 하거니와, 제주에서 재배되는 귤의 원산지인 온주(溫州)가 바로 절강성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 일행이 상해를 방문한 시기는 10월 초순이다. 제주의 경우라면 당시에 노지 귤을 수확하기엔 다소 이른 시기였고, 만약에 극조생 귤을 수확을 했더라면 신맛이 많이 남아 있을 시기다.

중국산 귤, 일찍 수확해서인지 달지도 싸지도 않아..

그런데 그 이른 절기에도 중국에는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귤을 팔고 있었다. 도시 주변 과일가게에도, 관광지 노점에도 귤을 빠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제주의 경우처럼 10월의 귤은 덜 익어 푸른색이고, 제주산 극조생 귤처럼 신맛이 많이 남아 있다.

지난 연말과 금년 초에 제주의 어느 지방방송사가 중국 귤 농장을 방문해서 촬영하는 도중, 뛰어난 당도 때문에 출연진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장면을 봤던 터다. 중국 귤 맛에 대해 들으면서 무척이나 긴장을 했지만, 실제로는 제주산 귤보다 달지는 않았다. 극조생이란 따스한 가을 햇살을 다 맞지 못하고 시장에 나온 물건들이라, 중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제 맛이 나올 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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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 관광지 근처 노점상도 귤을 팔고 있다. 그런데 그 귤의 가격이 1개에 우리돈 400원 정도로, 한국에서보다 더 비싸다.

중국의 귤의 소비자 가격도 내 기대 이상으로 바쌌다. 만약에 10월 초순에 제주에서 극조생 귤을 일찍 수확해서 대도시 시장에 내 보냈다면 소비자 가격은 대략 1Kg 당 2,000~2,500원 정도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상해 주변의 과일가게나 관광지에서 판매되는 작은 귤 하나가 우리 돈으로 300~400원 정도다. 어림잡아 1kg 당3000원은 넘는 수준이니, 예상보다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상해가 중국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지만, 상해에서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이 우리 돈으로 60만원을 넘지 않는다. 귤이 서울에서보다 중국 대도시에서가 더 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면서 중국에서는 귤이 꽤나 고급과일로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귤 농부들이 부러워졌다.

중국산 가지와 고추, 그 크기에 놀라다

한편, 중국의 음식점에서 맛본 가지 대한 경험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중국인들이 가지를 먹는 방식이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중국의 훈제요리 전문점에서 알게 되었다. 중국인들은 마치 칼로 고등어의 배를 가르듯 가지를 길게 두 쪽으로 가른 후, 그 속을 조금 걷어내고 그 자리에 독특한 소스를 칠한다. 그 후에 숯불에 익혀 먹는데, 그 맛과 향에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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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들은 가지를 우리와 다르게 구워서 먹는데, 가지의 두께가 어른의 팔뚝만하다. 사진은 훈제구이 전문점에서 찍은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요리에 사용되는 가지가 거의 어른 팔뚝만큼 두껍다는 거다. 여태 한국에서 그리 큰 가지를 본 적이 없는데, 중국인들을 이런 것을 일상으로 먹고 있다. 우량 가지를 만든 능력이 우량종자에 있는 것인지, 기후와 토양에 있는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그리고 한국 음식점에서 삼겹살을 먹을 때 다른 채소와 더불어 제공된 중국산 고추의 크기에서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고추는 어른 손으로 한 뼘은 훨씬 넘길래, 우리 테이블에 있는 것만 특이한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주변의 모든 고추가 다 그렇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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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겹살에 곁들여 나온 고추인데, 크기가 어른 한 뼘을 훨씬 넘는다.

옆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 이렇게 큰 고추도 그 종자를 한국에 가져다 심으면 열매가 작게 맺힌다고 한다. 작물이라는 게 종자와 토양과 기후가 잘 맞아야 하는 게 단순한 이치다. 중국이 세계 고추의 절반을 생산하고, 중국산 고춧가루가 국내에 값싸게 들어올 수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중국 농산물에 대한 공포나 낙관, 근거가 있나?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벌어지는 와중에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제주의 농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유무역이 추진되면 값싸고 맛있는 중국산 귤이 한국으로 몰려들어 제주의 감귤 농가가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공포가 하나요, 나머지는 중국 농가보다 더 고급스러운 농산물을 생산해서 역으로 중국으로 수출하면 위기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낙관이 또 한 가지다.

내 짧은 판단으로는 둘 다 별 근거가 없어 보였다. 중국은 이미 물건을 헐값에 판매하는 후진국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값싼 귤이 물밀듯 밀려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중국 농가보다 더 고급스러운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별 근거가 없어 보인다. 개방이 되면 중국 농민들은 그들대로, 한국농민들은 우리들대로 그저 세계화가 가져온 과잉경쟁의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슬픔을 겪게 될 뿐이다. (계속/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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