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직 칼럼] ① 당신이 왜곡된 의료시스템 희생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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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신해철.

<민물 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물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 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이렇게 노래한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평소에 뒤틀리고 찝찝한 사회에
근거 있는 독설을 서슴없이 내뱉었고
누구보다 창조적인 음악코드를 끝임없이 만들어내
대중은 물론 뮤지션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그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시신을 화장터에서 꺼내 부검실로 보낸 것은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고 억울하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조절이 힘든 과체중을 치료하기위해 위 밴드 수술을 받았고
그 수술로 인해 장 유착이 오는 현상은 얼마든지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후 장 유착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은 직후부터 고열과 복통이 있었다면
당연히 심각한 수술 후 합병증을 생각해서 입원 및 정밀 검사를 통해
고열과 복통의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제대로 배운 외과의사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기본 상식이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법정에서 자세히 밝혀지긴 하겠지만
만약 이런 상황을 인지 못해 장천공이 방치되었고
그로인해 복막염이 심해져 폐혈증으로 발전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면
담당의사는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입니다.

수술 중 만들어진 그 소장에 생긴 천공이라는 것도
소장 말단부가 아니라
십이지장 가까이에 있었다면
장외로 유출되었을때 살을 녹일수도 있는
취장액과 담즙액이 같이 유출되면서
증세를 더 빠른 속도로 악화 시키면서
치명적인 합병증을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만에 하나 언론 보도처럼
아산병원에서의 재개복 수술결과 밝혀진 장천공이
s 병원에서의 장유착에 대한 수술과정에서 만들어졌으나
수술 당시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계속되는 고열과 복통에 대해
조금만 주의 깊게 수술 후 환자를 지켜보고 복부에 대한 정밀 검사를 시행했다면
얼마든지 그 원인을 알아내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치료 가능한 합병증이라는 점에서
외과의사의 한사람으로 미안하고 더 안타까운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 중심에 맘모니즘이 있었던 것처럼
신해철의 죽음에도 어쩌면 생명 무시 돈 중심의 우리사회가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아 있는 아까운 아티스트를 일찍 떠나가게 만드는 일에
일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서글퍼집니다.

외과의사가 성실하고 정직하게
진정으로 외과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만을 진료해서
병원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어렵다면
이는 분명 고장 난 사회임이 틀림없습니다.

의사가 돈 때문에 한눈을 팔며
경영을 한다고 허튼 짓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언제든 돈과 생명을 거래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일 겁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눈 앞에 일간지 헤드라인 제목이 보입니다.

'돈 줄테니 외과인턴 대신 해달라.'

이제는 외과 레지던트가 아니라 의사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외과 인턴도
하기 싫다는 소리입니다.

외과학이 생명 현상과 응급처치에 관련된 가장 기본이면서
근본을 가르치는 학문임에도 말입니다.

좀 지난 얘기지만
가장 성적이 좋아야 들어간다는 S 대학 대학병원의 외과 레지던트 자리가
본교 출신 지망자가 없어 한동안 지방대학 출신으로 메꾸어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힘은 들고 돈 안 되는 일을 똑똑한 우리가 왜 하냐입니다.
쉽고 돈되는 일도 많은데...

맞는 얘기입니다.

어느 전문과목보다 사고나 전쟁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최 일선의 의사를 키우는 외상외과의 경우
기술료는 차치하고 재료원가에도 못 미치는 형편없는
기형적 현 의료수가 체제에서는
외상외과를 키우면 키울수록 병원은 적자에 허덕일 것입니다.

실제 2010년 6개월간 아주대학병원은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 한 사람이 죽을 고생해(?) 만들어낸 적자가 8억이라고 합니다.

낮밤 없이 애쓰며 생명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생명 파수꾼들에 대해
이 사회는 보상은 커녕
때로 의사가 소신을 가지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처방하는 많은 약들과 의료 행위들을 자의로
그 비용을 삭감하거나 환수를 해 가며
오히려 패널티를 먹이고 정상적인 진료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위암으로 림프절 청소를 포함하는 위부분 절제의 수술비가
1,250,120원이라고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 지침서에 나와 있습니다.

그것도 최근까지 831,620원이었던 것이
2014년 8월 1일자로 조절된 가격입니다.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부분 마취로 의사 혼자하는 10분도 안 걸리는
압구정동 쌍꺼풀 수술비에도 아마 못 미칠 것입니다.

위암수술을 시행하려면
최소한도 네 명의 외과 의사와 마취과 전문의, 마취보조 간호사, 수술실 간호사 서너 명과
상시 수술 중 임파선 전이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응급으로 시행하는 동결절편병리조직 검사 대기팀은 차치 하고라도
열 명이상의 전문 인력이
네다섯 시간에 걸쳐 고도의 집중력을 들여야 가능한 일임에도 말입니다.

그러니
이런 수술에 비하면 반에 반에 반 정도의 수술 난이도에
30분이면 끝나는 위밴드 수술이 10,000,000원이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선택은 자명해 진다 하겠습니다.

비만치료 목적으로 미성년들에 조차 위밴드 수술을 권하는 의사가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과연 이것이 환자를 위한 처방이겠습니까
아니면 경영을 위한 처방이겠습니까?

언제

누가

어디서

우매한 정치권이 만들어낸 왜곡된 의료 시스템의 희생타가 될 지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격 대비 가장 싸면서도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우리 국민이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 우리 나라 의료 제도가 만들어 내고 있는
감추어진 부작용은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무조건 싼 의료 시스템이 반드시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국민이 알아야 할 것입니다.

신해철의 죽음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입니다.

정직하고 실력있는 외과 의사를 키우고 유지하는 일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 일은
의사의 양심과 인격에만 맡겨서 되어질 일은 아니고
국가가 나서
외과의사는 외과환자를
산부인과의사는 산부인과 환자를
흉부외과의사는 흉부외과 환자만을
정직하게 진료하면서도
살아 갈 수 있는 사회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새롭게 조율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꼭 외과의사여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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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직 외과의원 원장, 전 제주의료원장.

- 돈벌이에서는 꼴찌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외과의사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외과의사 홍성직​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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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래 내용은

몇년 전 미국에서 맹장 수술은 받은 환자의 청구서 내용입니다.

총 24,679 달러
그중 수술비만은 10,860달러다.

한국에서의 단순충수돌기염 수술비는 333,440원​
자동차 가격은 똑 같은 나라지만
의료 비용은 우리나라의
삼십배 이상은 돼 보입니다.

물론 미국의 의료 시스템도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 홍성직 홍성직외과의원 원장, 전 제주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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