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34) Fatting Cat Girl / 해파리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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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eryday trouble / 해파리소년 (2005)

우리는 하늘공원에서 낮잠을 잤는데 아직 그 낮잠 속에서 살고 있다. 사진 찍는 이재, 그림 그리는 유미진, 노래하는 홍성지, 시 쓰는 나. 홍대 프리사운드에 앉아 맥주를 마시다-이재는 콜라를 마시다-의기투합했다. 이름하야 시화사악. 자기 분야의 첫 글자를 모은 것인데 아방가르드라는 낱말을 좋아하는 이재가 연신 아방가르드하다며 좋아했다. 우리는 비주류를 자처했다. 자처하지 않아도 비주류로 분류가 되겠지만 인디를 사랑했다. 그러다가 홍성지가 정원영 밴드에 들어가면서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자연히 시화사악은 시화사가 되었다. 우리는 프로젝트 책을 만들기 위해 주류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문전박대조차 당하지 못 했다. 그래서 우리는 1인출판사를 등록했다. 시화사. 시화사가 출판사 이름이 되니 새로운 동인 이름이 필요했다. 간단히 차 한 잔 마시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내가 간단히 차 한 잔 마시자는 말을 하자 이재가 그 이름으로 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 말을 줄인 간차한이 동인 이름이 되었다. 원래 뜻을 말하지 않으면 터키가 생각나고 위구르 언어 같다고 유미진이 말했다. 동인도 동인이라 하지 않고 거창하게 문화 공동체라는 말을 썼다. 우리는 그 과정이 즐거웠다. 첫 번째 동인지가 나오기까지 7년이 걸렸다. 그리고 3년 뒤 두 번째 동인지가 나왔다. 우리는 밴드형을 지향해서 내가 마흔이 되면 반드시 탈퇴하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동인지 제목은 ‘나는 자주 너의 동쪽 섬을 보고 가리어진 남극을 본다’, 두 번째 동인지 제목은 ‘은빛 시계 속에 갇힌 어떤 토끼들은 태엽장치를 돌리다 잠 속 시간들이 흐르고 더듬거리는 이 별의 저녁이 오면 사해 바다에 몽유병 걸린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그물을 던지며 시간의 우산을 접다’이다. 책 제목이 긴 것으로 기네스북에 올라보자고 우스갯소리 한 것이 발단이 되어 긴 제목을 비문으로 만들었다. 그사이 가내수공업으로 그림을 그리는 유미진이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았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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