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손유원

감사위원장 인사가 또 실패했다. 이를 두고 협치인사가 또 다시 실패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민선6기 도정의 모든 게 협치로 연결되고 있다. 이는 협치가 민선6기 도정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취임 6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협치는 헤매고 있고,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원 지사는 협치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서 “민(民)이 갖고 있는 경험과 아이디어를 관(官)주도의 일방적 행정에 도입시켜 제주도의 발전동력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좋은 취지다. 그래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이미 협치정책실을 만들었고, 지금은 관련조례를 제정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본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운영되는 가에 있곤 한다. 이번 경우도 그렇다.

협치조례의 근거가 되는 지방자치법에는 협치위원회는 자문위원회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 때문에 협치위원회의 권고안은 강제될 수 없는 자문적 성격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례 내용 중에 ‘협치위원회가 심의·의결한 권고안에 대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도지사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준강제 규정으로 협치위원회가 도지사의 권한을 일부 행사하거나 공유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민간인 신분의 협치위원들에게 공무담임권을 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지사 역시 기회 있을 때 마다 치(治)자의 성격상 협치위원회에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 상당 부분 관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왔고, 지난 9월 도정질문 답변에서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답변에서 도지사는 “자신의 권한 내에서 자발적이고 선의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주어 자신의 정신과 집행방식을 나눌 수 있도록 집행과정에 관여하는 기회를 주겠다는 뜻일 뿐 지사의 권한범위를 단 1㎜도 넘어서는 것이 아니” 라고 해명했다. 이 또한 종전과 다른 내용이 아니다. 집행권 관여 기회를 준다는 것은 집행권 간섭을 허용하겠다는 것이고, 집행권 간섭은 집행권 통제를 의미하며, 집행권 통제는 곧 집행권 행사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협치위원회가 새로운 ‘옥상옥’으로 군림할 수도 있고, 거수기에 불과할 것 아니냐는 우려와 더불어 사조직화에 대한 의문점이다. 협치위원회는 정책수립과 집행에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아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원 도정과 운명을 같이 하는 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다. 도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지만, 만일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심각해진다. 그것은 협치를 빙자한 일방적 통치가 돼 버리며 제주 정치의 적폐, 파벌과 반목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는 협치위원회의 권고안을 준강제 조항이 아니라 자문수준으로 바꾸고 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지사의 말처럼 협치는 정신이고 철학이라면 의회와의 협치 제안에 대해서도 예민할 필요가 굳이 없는 것이다. 의회가 집행권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 필요성이 제주도의 발전 동력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민(民)뿐만 아니라 의회와도 서로 협력하면서 정책수립과 집행방식을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협치가 정치논리와 자신의 신조에 반드시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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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유원 부의장.
민선6기 원희룡 도정에서 협치는 이제 요지부동의 것이 돼버렸다. 성공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빨리 정착되어야 한다. 이 상태로 계속 가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럴 경우 도나 의회 모두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도와 의회가 소통하고 화합하면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 손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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