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JDC는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의 “국가 차원에서 제주도를 지원하고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개발 전담기구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를 설립 한다”는 조항에 의거 설립되었다. 내국인면세점이라는 다른 지역에는 없는 특권을 주었기 때문에 중앙행정부(처음에는 건설부, 지금의 국토교통부) 소속으로 한 것뿐이다.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사업이지만 제주도지사 소속으로 하지 않은 것은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형평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다.

JDC(이하 줄여서 “제이”)가 제주도 개발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러나 제이의 이사장 자리는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정치인 또는 정치 지망생의 몫으로 인식되어 왔다. 아닌 게 아니라 2009년 3월 도내 한 신문은 후보들의 싸움이 능력의 경쟁이 아니라 정치 제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스스로 능력이 없어 “빽”을 동원해야 할 사람이라면 아예 도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거기에 달린 댓 글을 다시 읽어 본다. “제주도가 살려면 정말로 유능한 전문 경영인을 모셔야 된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정치의 야심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이곳에 정녕 발도 못들이게 해주세요. 지금 거론되는 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국제적 사업을 해야 되는데 과연 영어들은 되는지요?”

정작 중요한 것은 재원조달이었다. 당초 2011년까지 10개년 간의 총 사업비 3조2천억의 재원조달 구성은 75%인 2조5천억이 국내외 투자유치, 채권발행 등 5천7백억, 그리고 국비와 지방비 합하여 2천억 원이었고 다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개년 간은 총 사업비 7조원의 80%인 5조5천억 원을 민간투자로 유치해야 한다.

나는 전문경영인으로서 꼭 필요한 몇 가지를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외환은행에서 국제채권 발행을 포함한 거액의 외자도입 실무책임자로 일한 경력이 있다. 상환방법과 금리조건 등에서 국익이 극대화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 경험은 더 귀중했다고 보았다. 영문 투자설명서를 만들기 위해 로펌과 회계법인을 고용해야 하고 양질의 국제투자단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우선 합당한 주간사(lead manager)를 투자은행 중에서 선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부터 이미 밀고 당기는 국제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국제채권 딜러 교육도 받았고 실제로 런던 금융시장에서 유로본드 트레이딩도 해보았다. 우리보다 앞서 시행착오를 겪은 나라들(그런 의미에서 선진국들)에서 아이 둘 낳고 기르며, 직장과 학교도 오가며 만 12년을 살았던 경험도 귀중했다고 생각했다.

제주은행 은행장으로 근무하며 제주출신 직원들의 자존심과 업무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애썼고 그 면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능력과 지질이 나의 전 직장 외환은행에 비해 조금이라도 떨어진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 제이도 소속은 국토교통부 소속이지만 제주도의 사업이므로 제주인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제주도의 문화 발전에 파급효과가 생긴다.

나는 정치인이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제이의 이사장 직에 도전해 왔다. 처음 도전 때 가장 문턱 가까이 갔었던 것 같다. 정권이 바뀌고 2009년에는 무려 22명이 몰렸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2013년 5월에는 정말 걱정되는 마음에서 지원서를 작성했다. 곶자왈공유화재단 초대 상임이사를 지내며 제주도 곶자왈 파괴의 실상을 알고 있던 나에게 제이마저 그 훼손을 거들고 있는 것은 크게 우려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그 밖에도 영어교육도시는 국제학교들이 빌리는 거액의 금융기관 대출에 대해 공적기관인 제이가 보증을 하고 있는데 학교 운영의 공공성은 보장되고 있는가? 헬스 투어리즘을 해야 할 헬스케어 센터의 땅이 엉뚱하게도 중국의 부동산 개발회사 녹지그룹에 팔려 나갔는데 이에 대해 제이의 관리 권한이 확보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신화역사공원 부지도 중국의 란딩 그룹에 매각되었는데 당초 취지와 비전에 부합되도록 초기단계에서 상대방과 소통이 되고 있는지(이 때는 카지노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궁금했고, 예래동 휴양형 주거단지 사업은 카지노 그룹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의 버자야와 합작으로 추진한다는데 지분이 19% 밖에 되지 않는 제이가 버자야에 끌려 다니고 있지는 않은지?

헬스케어 센터는 어떤가! 인도 태국 등에서는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대상이 되지 않는 소위 “비급여” 항목, 예를 들면 성형, 지방흡입 시술, 아쿠아 테라피, 명상 등의 대체 의학. 이런 것들이 제주도의 자연과 어울려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의료시장 민영화 의도라는 의혹을 정부는 물론 제주도가 제대로 씻어 주지 못했다. 한 때는 토지매입 과정에서의 의혹으로 내홍을 겪더니 급기야 영리병원 논쟁으로 휘말려 들었고 오늘날 싼얼병원 사태까지 오고 말았다. 왜 내국기업이면 안 되는 것인가?

제이가 카지노 사업에 대해 취해왔던 행보는 가장 실망스러웠다. 왜 공론화 하지 않았는가? 만에 하나 허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카지노야 말로 특혜 산업이다. 수의 계약은 절대로 안 된다. 훗날 만일 허용하더라도 내 외국기업을 통틀어 경쟁입찰방식으로 허용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성공적인 카지노 그룹 겐팅의 창업주 림고통은 말레이시아에 처음 카지노 사업자로 진출할 때 우리나라 워커힐에서 카지노를 배워 갔다. 왜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입찰기회를 안 주는가!

쇼핑아울렛에 대한 나의 자세는 적극적이다.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은 프레미엄 아울렛 시장에서 세계적인 리더다. 신세계가 일찍이 이 회사와 합작으로 ㈜신세계사이먼을 설립하여 2007년 6월에 여주(그 이후 2011년 3월에 파주, 2013년 8월에는 부산에 진출)의 8천여 평 부지에 145개 디자이너 브랜드, 550석의 푸드프라자, 4개의 레스토랑을 구비한 쇼핑 아울렛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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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에서도 만들려면 최 일류를 만들어야 한다. 전통 시장과의 윈 윈의 길은 성실하고 꾸준한 대화를 통해 모색하면 반드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밀물이 들면 큰 배 작은 배 다 같이 떠오른다.

내가 세 번 연속으로 JDC에 지원했던 것은 정치적 행보도 권력 추구도 아니었다. 나의 고향이자 대한민국의 보물섬이 더 아름다운 자태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섰을 뿐이다. 이번에 감사위원장 직 제의를 수락했던 이유도 같은 마음에서였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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