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크레딧 가까이보기-만난사람] 캐스팅디렉터 홍석호

'제주씨네아일랜드'와 프리머스 시네마 아트플러스 제주가 공동주최하는 ‘엔딩크레딧 가까이보기’ 12번째 주자로 최근 한창 충무로에서 주가를 올리는 ‘캐스팅디렉터’ 홍석호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캐스팅 디렉터’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다.

그도 그럴것이 ‘캐스팅 디렉터’는 국내에서 이제야 정착단계에 있다. 그 중심에 ‘홍석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헐리우드에서는 이미 상식으로 된 ‘캐스팅 디렉터’를 국내에 들여오고 뿌리를 내리기 위해 홍석호 씨가 기울인 공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캐스팅 디렉터’ 개념 설명하느라, 자신이 겪은 경험담 풀어내느라 정해진 2시간은 어느새 훌쩍 지나갔다.

# “3년동안 돈 한푼 못받은 시절”

▲ 캐스팅디렉터 홍석호.
광고기획사에서 일하던 홍석호는 미국 출장에서 ‘캐스팅디렉터’의 파워를 실감한다. 자신이 묵던 호텔에 캐스팅디렉터들이 줄지어 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진로를 바꾸겠노라고 결심했다.

소위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운 결심이 쉽지 않았을텐데 국내에서 ‘캐스팅디렉터’를 알아줄지도 의문이었다. 그야말로 모험을 넘어선 생을 건 도박이었다. 그 시절, 조급할 것도 같던 홍석호는 ‘장기전’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5년만 고생하면 장편 1편은 계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때까진 무조건 뛰자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캐스팅 디렉터’는 한 작품 제작에 필요한 배우를 캐스팅하는 작업부터 오디션, 촬영 스케줄관리, 촬영 후 시사회 일정 관리 등 배우와 관련한 종합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사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캐스팅 디렉터’가 필요없었고 따로 두려고 하지도 않았다. 영화 연출부가 연예기획사와 접촉해 캐스팅을 직접 담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캐스팅 디렉터’를 따로 두기엔 제작비가 추가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제작사에서 엄두를 못냈다.

“단편 가릴 것 없이 무작정 했죠. 돈 한푼 안받고. 그러다가 만난 장편이 ‘집으로’ 였어요. 제게 큰 기회가 된 작품이죠”

‘집으로’를 본 이들이라면 극중 주인공인 늙은 할머니와 어린 손주를 기억할 것이다. 홍 디렉터에게 이 두 사람을 캐스팅하라는 임무가 떨어졌다.

“당시 제작사에서는 ‘집으로’ 할머니역으로 허리가 90도로 구부러져야하고, 머리는 백발이어야 하고, 주름이 깊어야 하고, 한복이 잘어울리는 까다로운 조건을 걸었어요. 결국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녀야 했죠”

우여곡절 캐스팅 노력 끝에 만들어진 ‘집으로’는 전국 300만 이상 관객을 불러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홍 디렉터는 계약금을 받지 못하는 신세였다. 그저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 노력이 있어선지 점점 그를 찾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여고괴담 3편-여우계단’ ‘돌려차기’ ‘효자동 이발사’ ‘여고괴담 4편-목소리’ 등이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 됐다.

특히 여고괴담 시리즈를 찍을 땐 교실 학생들로 나오는 단역도 일일이 오디션을 봐야하는 수고도 거쳤다.

‘돌려차기’의 김동완과 현빈, ‘여고괴담’ 시리즈의 박한별 송지효 서지혜 김옥빈 등은 모두 홍석호가 발굴한 스타다.

‘캐스팅 디렉터’ 홍석호는 그렇게 그의 영역을 넓혀갔다.

# ‘캐스팅 디렉터’의 미래

“캐스팅디렉터가 되려면 책, 영화를 많이 읽어야 해요. 제작자가 원하는 캐릭터의 샘플을 빨리 제시해야 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해요”

이외에도 홍 디렉터는 ‘화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느 장소, 누구를 만나도 당당한 어조로 뜻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화술’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다 보면 ‘스타시스템’에 놀랄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제가 발굴한 신인이었더라도 톱스타가 되면 접촉하기가 힘들어지죠. 작품이 아닌 배우에 따라 작품 내용이 바뀌는건 허다합니다”

5년동안 1편이라도 계약하면 바랄게 없다고 생각한 홍 디렉터에게 이젠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한해 작품편수 20%에 달하는 시나리오가 전달된다.

그만큼 ‘캐스팅디렉터’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고, 작품 제작에 있어 캐스팅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홍 디렉터는 영화에서 나아가 드라마, 쇼 프로그램까지 ‘캐스팅 디렉터’의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배우 및 출연자들이 나오는 모든 프로그램은 캐스팅 디렉터가 없이는 진행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실현가능한 ‘꿈’이다.

그에게 도전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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