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전면감사 착수,사실여부 드러날지 주목
진입로 위치변경·테이프 공개여부가 관건

김태환 지사가 15일 한라산리조트 환경영향평가 파문에 대해 진상을 조사할 것을 지시함에 따라 한라산리조트와 묘산봉관광지구 개발사업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 3월 3일 소위 '버스안 회의'에서 2월 24일 환경영향평가심의위에서 결정 난 '조건부 동의'가 번복되면서 시작된 파행이 결국 전면감사로 이어진 것은 더 이상 이 사태가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김 지사의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이어지고 여기에다 일부 공무원들의 '거짓말'까지 보태지면서 의문이  갈수록 확대 재생산 돼 나가자 이를 조기 차단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양우철 도의회 의장이 14일 본회의장에서 진상규명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도 스스로가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한라산리조트통합영향평가 동의안에 대한 도의회의 정상적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것도 한 원인으로 해석된다.

제주도 감사담당관실은 이날 진상조사를 밝히면서 집중 조사할 5대 쟁점사항을 제시했다. 이는 그동안 환경단체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던 것으로 ▲진입로 위치 변경관련 ▲심의회의 녹취록 내용 사실조사 ▲심의위원 동의 없이 통합영향평가 최종안 도의회 제출관련 ▲심의위원 회의장 출입문 봉쇄 여부 ▲기타 곶자왈 훼손 최소화 관련 사항 등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이에 대한 핵심쟁점은 무엇이고 진상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고유기 "진입로 변경은 전제조건" vs 도 "현장확인 후 위치변경 결정"

◆ 진입로 위치변경 관련=이번 파문의 최대 쟁점이 바로 한라산리조트 진입로 위치변경 여부다. 진입로 위치변경이 가장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진입로가 계획된 곳이 바로 곶자왈로 사업자는 진입로를 두 곳으로 설계하면서 한 곳은 곶자왈 중심부를 구불구불 'S'자 형태로 설계했다. 사업자는 'S'자 진입로를 리조트의 새로운 컨셉으로 제시한 것이고 환경단체는 그만큼 곶자왈 훼손이 심각하게 돼 진입로 위치를 이미 훼손돼 있는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2월 24일 환경영향평가심의 회의에서 고유기(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 위원은 진입로 '위치 변경'을 전제 조건으로 '조건부동의'했다고 밝히는 반면, 제주도 환경부서는 '현장확인 후' 결정키로 했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 위원 주장대로라면 위치변경은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3월 3일 현장확인에서 변경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나 도의 주장에 따를 경우 이와는 반대가 된다.

아직 회의록 테이프가 공개 안 된 상태에서 무엇이 진실인지를 엿볼 수 있는 단서가 있다. 3월 3일 현장확인과정에서 영향평가위원회가 진입로 변경 조건부 동의를 재논의하려 하자 고유기 위원이 2월 24일 심의를 근거로 "위치변경은 전제조건이다"라고 밝혔으나 제주도 당국이 녹취록을 낭독하며 "현장확인 후 결정한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자 오윤근 통합영향평가위원장은 "그것은 고유기 위원 말이 맞다"고 인정한 것이다.

오 위원장은 "다만 전체 위원의 2/3 동의가 있으면 재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는 2월 24일 환경영향평가회의에서 '위치변경'은 전제조건이었음을 오 위원장이 확인해 준 대목이다.

회의 테이프 공개는 진입로 변경여부 진위가를 중요한 단서

◆의회의 녹취록 내용 사실조사= 2월 24일 열린 환경영향평가회의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 공개가 중요한 것은 앞서 제기한 '진입로 위치변경' 여부를 놓고 고유기 위원과 제주도 당국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시 회의를 녹음한 녹음테이프를 공개할 경우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환경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 위원은 14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회의 정황을 설명했다. 자신은 진입로 위치변경을 전제조건으로 내 걸었고 이에 대해 제주도가 난색을 표하자 A위원은 "제주도가 못 받을 이유가 없다. 받아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B위원은 "새로운 도로는 가급적 만들지 않을수록 좋다. 돌문화공원과 인접했다고 하지만 시행해 보면 된다.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다면 경찰을 현장에 배치하면 된다"며 역시 위치변경에 동조했다.

이에 대해 도를 대표한 3명의 위원 중 한 명인 C위원도 "그렇다면 진입로를 수정 변경하는 것으로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위원장(환경도시국장)이 정리를 하면서 "현장확인 후 진입로 위치변경을 하도록 하겠다"며 전혀 논의도 안 된 '현장확인 후'라는 단어를 집어 넣어버렸다는 것이다.

녹음테이프 공개가 중요한 이유는 고 위원 주장처럼 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진입로 변경이었는지, 아니며 도 당국의 말처럼 현장확인 후 변경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었는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영향평가 최종 동의 13명 위원 중 12명 서명받고 고 위원만 배제

◆심의위원 동의 없이 통합영향평가 최종안 도의회 제출관련=환경영향평가 심의가 끝나면 사업자와 환경영향평가 대행기관은 심의과정에서 위원들이 제기한 '조건부 동의'내용에 대한 답변을 작성해 해당 문제를 제기한 위원으로부터 확인을 거치는 '서명'을 받고 이를 제주도에 제출하면 도 당국이 이를 확인한 후 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하는 게 지금까지의 절차였다.

2월 24일 회의에서 조건부로 제시된 ▲진입로 위치변경과 ▲곶자왈 훼손면적 5만평 최소화는 고 위원이 제기했기 때문에 사업자와 환경영향평가 대행기관은 고 위원으로부터 최종적인 확인을 거치는 '서명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업자는 이를 생략한 채 제주도에 최종 결과를 제출했고, 도 당국은 이를 이대로 받아들여 도의회에 동의안을 접수시켰다. 의도적으로 고 위원을 배제시키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도 당국은 "왜 고유기 위원의 동의를 받지 않았는지 알아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 "확인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법이나 조례로 정해진 것은 아니며, 위원회 전체가 동의할 경우 서명은 받지 않아도 된다"고 15일 밝혔다. 즉 반드시 고유기 위원으로부터 서명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사업자는 13명 환경영향평가위원 중 유독 고 위원만을 제외한 나머지 12명 위원으로부터는 서명을 받았다. 도 당국의 주장처럼 법이나 조례로 정해진 게 아니며, 위원회 전체가 동의할 경우 서명을 받지 않아도 된다면 왜 나머지 12명의 위원으로부터는 서명을 받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고 위원은 "12명의 위원 중 한 위원은 서명을 두 세 번 거부하자 제주도 당국이 찾아와서 서명을 해 달라고 종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즉 서명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사업자는 고 위원의 서명을 받지 않았고, 제주도 당국도 이를 눈 감아 버렸다.

영향평가 위원 회의장 출입 봉쇄 후 "전화해도 안오겠다고 한다"고 보고 

◆심의위원 회의장 출입문 봉쇄여부=묘산봉관광지구 통합영향평가심의가 열린 3월 9일 고 위원은 한라산리조트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심의회장에서 "심의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오윤근 위원장은 "내 명예를 걸고 오늘 묘산봉건은 직권으로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답변을 들은 고 위원은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이 "한 사람 반대 때문에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오 위원장은 별도의 비공개 회의를 한 후 의사봉을 부위원장에게 넘긴 후 심의회의는 속개됐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고 위원이 회의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회의장을 지키고 있던 청원경찰에게 "심의위원이다. 문을 열어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청원경찰이 안으로 잠긴 문을 열도록 노크를 하자 잠긴 문을 조심스레 연 도 담당공무원은 고유기 위원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문을 잠가버렸다.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와 환경단체, 그리고 마을주민들도 이를 직접 목격했다.

회의장 진입이 봉쇄된 고 위원은 도지사실 앞에서 농성을 했고 "회의장으로 들어가자"는 경찰의 권고에 다시 회의장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이번에는 마을주민들의 저지에 막혀 역시 무산됐다.

회의장 안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일부 심의위원은 "고유기 위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이야기 했으나 공무원은 "전화를 했으나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보고했다.

회의장 안에 있던 공무원이 고 위원에게 전화를 건 시점은 이미 회의장 진입을 막은 지 20~30분가량이 흐른 후로 이미 당시 상황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분위기였다.

제주도 당국은 나중에 이에 대해 "조직적으로 고 위원의 출입을 막은 것이 아니라 고 위원 뒤에 환경단체 회원들이 있어 잘못하면 회의가 또 자시 무산될 것을 우려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으나 다소 궁색하게 들린다.


버스안 회의 적법성 여부도 행정의 투명성 차원에서 반드시 따져야

◆3월 3일 버스안 회의 적법성= 감사관실이 쟁점사항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버스안 회의'도 행정절차의 적법성을 따지는 중대한 문제다.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조례(65조·통합평가심의위원회의 운영)는 '위원장은 회의를 개최하고자 할 경우 소속위원에게 회의개최 전 7일까지 회의일시·장소·심의안건 등을 사전에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회의개최 전 3일까지 통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회의가 열리기 3일 전인 2월 28일 공문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심의회 개최사실을 각 위원들에게 통보했기 때문에 회의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6일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가 각 위원들에게 발송했다는 공문에도 '환경영향평가 심의시 보완조건 이행을 위한 현지확인 필요'에 따른 현지확인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28일 발송한 공문이 환경영향평가심의 회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즉 현장확인 후 버스에서 갑작스레 소집된 회의는 특별법 시행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회의절차를 어긴 셈이다.

제주도는 이 문제가 불거지자 "도에서는 당초 도청에서 회의를 하려고 했으나 위원들이 '날씨가 춥고 또 언제 모일지도 모르는데 버스 안에서 그냥 하자'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책임을 통합영향평가 심의위원들에게 돌렸다.

계속되는 공무원 거짓말 고의적인지 여부도 확인해야

◆계속되는 공무원들의 거짓말=이 역시 공무원들의 도덕성을 확인해야 하는 대목이다. 제주도가 한라산리조트 통합영향평가 동의안을 제주도의회에 접수시킨 것은 7일이었다. 6일 첨부서류가 없는 공문을 발송했고 도의회에서 "첨부서류가 없다"고 하자 "그대로 접수시켜 달라. 내용은 나중에 첨부하겠다"며 접수했다. 도의회는 이에 따라 상임위 안건으로 정식 상정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 같은 사실을 숨겨왔다. 담당국장은 13일 오전9시 환경단체 회원들이 도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자 "이번 회기에는 상정하지 않겠다"고 답변했으며 김태환 지사 역시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아직 동의안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담담과장은 15일 브리핑도중 "동의안을 언제 도의회에 제출했느냐"는 기자질문에 대해 "어제(14일)야 제출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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