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칼럼] 혈관에 피가 잘 흐르면 우리 몸이 건강하듯이

지난해는 뿔 달린 청마라서 그런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해였다. 세월호 사건으로 8개월간, 청와대 문고리 권력과 문서유출사건으로 2개월간, 나라는 온통 난리였다. 세밑에는 뜬금없이 과대망상증에 취한 재미교포 신은미 종북콘서트, 통합진보당 해산결정 등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1년간 나라발전의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제주도도 예외가 아닌 어려운 한해였다.

전임 도정의 구태를 하나씩 해결하느라 여기저기서 잡음과 진통이 따랐고, 협치의 난맥상, 몇 차례의 인사참사, 세밑까지 도의회와 예산 싸움이 이어졌고 급기야는 사상처음으로 1682억이란 사상초유의 예산삭감이 이루어졌다.

그 삭감예산이 이제는 “선심성 보은성 예산은 없다”는 경고로 한다면 원 도정 예산 개혁 원년으로서 민선이후 최대의 업적이 될 것이고 이번 싸움은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갑의 화풀이거나 임시미봉의 수단으로 내년 1회 추경에 예산재원으로 숨겨 두었다가 선심성, 보은성 예산으로 복귀한다면 도지사나 도의회 의장은 도민으로 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제살을 깎는 여유를 보인 원 지사는 예산개혁에 대한 기대와 진정성이 보인다.

그의 말대로 "도민들이 새 도정에 바라는 것은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미래는 낡은 껍질과 관행을 깨고 온몸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만 잘살고 행복할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고 하였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고, 젖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며 시 한 구절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지난해는 세월호 대참사 등 수많은 사건들을 통하여 우리 모두에게 구태와 관행 ‘탐욕, 비리, 부패정치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관피아, 해피아, 세피아, 법피아란 생소한 신조어를 생산해 내기도했다. 국민들이 국가나 지방이 왜 존재하는 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대변화와 혁신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말(馬)에 얽힌 유머에 빗댄다면 ‘말 꼬리 잡는 사람, 말머리를 이리 저리 돌리는 사람, 말 바꾸는 사람, 사슴을 말이라고 아부하는 지록위마형 사람이나,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 마이동풍(馬耳東風)형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실천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나라나 지방 전체가 변해야 한다. 차곡차곡 하나씩 사회곳곳에 ‘막힌 곳은 뚫고 굽은 것은 펴야한다’.

이러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사가 만사다. 소신 있는 인사가 등용되어 주민과 의회와 소통을 활발히 하면서 큰 변화와 혁신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야한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조용하면서도 할 말을 다한 두 정승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한분은 왕조시대 황희 정승이고 다른 분은 독재시대에 남재 김상협 총리이다. 왕조시대이고 독재시대임에도 그들은 자기 할 일과 바른 말을 다했기 때문에 그 인품이 오늘날 까지 회자되고 있다, 황희 정승은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을 18년이나 한사람이다. 천하의 황희 정승도 바른 말하다가 좌천이 2번, 파직이 3번, 귀양생활이 4년이나 치루었다. 그 때문에 태평성대를 이루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김상협 총리는 교육부장관과 고려대학교 총장을 두 번 지냈다 전두환 정권 초기에 학살정권의 정통성 시비에다 1982년 장영자-이철희의 돈놀이 사건으로 민심이 흉흉할 때, 전두환 대통령이 남재를 은밀히 만나 “나라가 어려우니...”하면서 순진한 애국심을 자극하여 사전 수락을 받고 총리로 임명되었다.

그는 학자이자 인격자이다 대통령으로서도 충분한 그가 대통령이라면 몰라도 전두환의 5공 정권 총리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큰 충격이었다. 남재는 총리에 취임하면서 첫마디가 “막힌 곳은 뚫고 굽은 것은 펴겠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훌륭한 인재는 무엇이 되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한 결과 백성의 마음을 얻었다, 하루를 재임하더라도 영혼이 넘치는 소신 총리, 구태와 관행을 과감히 개혁하는 도지사, 백성만을 생각하는 정치인, 그리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 있는 관료로 기억되기를 비란다. 

여기에 더 붙인다면 국정이나 도정은 과거와는 달리 메스미디어 시대로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과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여론행정, 여론정치의 시대에 재판마저 여론에 영향을 받고 있지나 않은지 우려되는 사회이다. 언론과 지식인들의 파워는 막강하다. 사회전반이 극과 극의 대결 좌우대립은 있으나 화합과 균형감각은 실종되었다.

언론과 지식인은 어떤 나쁜 정권이라도 이를 옹호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반대로 정부를 비판하고자 해도 마찬가지다. 권력자나 지식인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국민갈등만 심화되고 어디가 막히고 어디가 굽은지를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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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새해는 중용과 和而不同의 정신으로 상생의 정치를 하여야한다. 도민과 국민이 더 이상 불안하지 않도록 극과 극의 대결을 피하고 보수와 진보를 끌어안고, 빈부의 양극화를 과감히 해소하면서 막힌 것을 뚫고 굽은 것은 펴야한다. 혈관에 피가 잘 흐르면 우리 몸이 건강하듯이 균형감각으로 소통이 잘 되어 우리 사회가 건강했으면 한다. /김호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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