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초대석] 제주에너지공사 이성구사장 “4~5년후 상장...해상풍력에도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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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얘기를 꺼냈더니 거침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제주도의회는 전문성에 의문부호를 달았지만, 그의 말을 듣고보니, 뭣 때문에 그랬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였다. 풍력발전의 주체를 논할 때는 톤이 갑자기 높아졌다. 소신이 뚜렷해 보였다. 왜 돈 되는 사업을 제주도가 직접 하지 않고, 대기업에 맡기냐는 거였다.

제주에너지공사 이성구(65) 사장 얘기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공기업 사장들의 근황을 듣고 싶었다. 지방권력이 바뀐 터라 각 기관의 정책기조가 달라졌는지도 궁금했다.

그 첫 번째로 지난 29일 이 사장과 마주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사장은 누구보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여러 의혹도 제기됐다.

청문 결과 공사 설립 취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전문적인 업무 수행 능력에 의구심이 들며, 원희룡 도정의 환경보전정책에 반하는 견해를 피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기업 사장에 도전하는 사람 한테 ‘조직 이해 부족’ ‘전문성 결여’라니, 비수처럼 꽂혔을 것이다.

두 달이 지났지만, 이 사장은 아쉬움을 다 떨쳐버리진 못한 것 같았다. 말로는 “제가 (전문가라고)우겨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제주 자체 풍력발전이 태동도 하기 전, 자신이 원초적 역할을 한 것 만은 틀림없다고 자부했다.          

도청에서 에너지관리계장을 맡던 1997년의 일을 가리킨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구좌읍 행원에 풍력발전기 2기를 직접 설계했다. 그것도 전액 국비로. 지금까지 잘 돌아가고 있고, 수익까지 내고 있으니 성공을 거둔 것 만은 분명했다. 이 일로 당시 그는 신구범 지사의 눈에 띄었다. 이듬해 교통행정과장(서기관)으로 발탁됐다. 

이 사장은 제주의 풍력발전을 유전(油田)에 비유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다.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요약하면 이랬다. 발전사업에는 이용률이란 게 있다. 시설용량 대비 연평균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의 비율이다. 가령 시설용량이 100kw라고 했을 때, 1년 내내 100kw를 생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 사장에 따르면 해상풍력의 이용률은 최소 35%. 화력발전은 37%쯤 된다. 무궁무진한 천연자원, 바람으로 35%를 뽑아내니 이게 기름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논리다. 더구나 추가 가공(석유로 치면 정제)이 필요없는.       

그걸 죄다 대기업에 내주고 말았다고 이 사장은 한탄했다. 전임 도정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육상풍력발전을 잇따라 허가해준게 패착이라는 말로 들렸다. 앞으로는 공사(제주도)가 확실히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공사 정책 기조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해상풍력 진출이라는 야심찬 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 어렵다고, 돈이 많이 든다고, 위험하다고 민간 업체의 시범사업 결과만 기다리다간 민간에 뒤처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4~5년 후 주식 상장’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2017년까지 기반을 확실히 닦은 다음 2018년 혹은 2019년에 상장이 이뤄지면, 풍부한 자금으로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련의 사업을 통해 종국적으로 그가 바라는 건 개발이익의 도민 환원 확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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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두달이 지났다. 막상 와보니 어떤가.
“에너지공사의 기반을 닦는 일은 잘 되고 있다. 공사는 2012년 7월4일 출범했다. 얼마전 안전행정부가 공기업 경영평가를 했는데 우리는 ‘나’등급을 받았다. 에너지공사는 1년4개월의 실적을 갖고 평가했다. 다른 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결과다. 그만큼 풍력이 경제성이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민간인에게, 에너지공사가 생긴 후에도 민간인에게 주고 있다. 특히 바다(해상풍력)는 리스크도 많고 위험이 따르기에 당분간 바다 보다는 육지(육상풍력)에 전념토록 하고 있는데 육지도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육지도 민간투자를 줬고, 에너지공사가 생긴 후에도 마찬가지다. 이제 한계까지 50~60mw밖에 남지 않았다. 앞으론 제주도가 관리를 해서 에너지공사가 사업을 받아올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

“당기순이익의 17.5% 환원? 말도 안돼...공사가 주도해야” 기조변화 예고

- 큰 틀의 변화를 예고하는 말처럼 들린다.
“그렇다. 지금까지 해상풍력을 보면 100mw, 150mw 시범사업을 하면서 이익금의 17.5%를 (제주도가 받는 것으로)해서 민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말이 안된다. 당기순이익의 17.5%라고 하면 이익이 안나면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익이 나서 17.5%를 받을 정도가 되면 브랜드가치가 사실 2배가 더 되는 거다. 우리는 이익의 17.5%만 받고 브랜드 가치는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 그런 건 잘못됐다. 우리 사업으로 해야 한다. 해상이든 육상이든 투자유치를 하더라도, 에너지공사가 투자지구 지정을 받아놓고 에너지공사가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그래도 돈이 모자라다면 (그때가서)투자유치를 하면 된다. 그러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주식을 몇% 받는다든지, 하다못해 매출액의 몇 %를 받으면 된다”

- ‘당기순이익의 17.5%’도 제도화된 건 아니지 않은가. 일부에선 ‘벌어서 남(대기업)준다’는 말까지 쓴다. 말씀대로라면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변화해야 한다. 풍력발전 개발을 위한 지구지정 사업을 우리가 직접 하고, 또 그럴 여건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없을 때 투자자를 모집하든가, 자금의 문제가 있어서 못한다고 하면 그 때 힘을 빌린다든지 해야 한다”

- 경우에 따라선 SPC(특수목적회사)도 만들 수 있다는 뜻인가?
“만들 수 있다. 또 2017년까지 육상풍력을 하는 것은 우리 돈으로 할 수 있다. 기채를 하거나, 은행에서 차입을 하거나, 자체 수익금을 충당해 자본확대를 하면서 할 수 있다. (아직)해상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바다는 100mw에 5500억원이 들어간다. 2017년까지 상장 기반을 만들어놓겠다. (우선)규모를 키운 다음에 해상풍력에도 손을 대야 한다”

- 상장 시기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있나?
“2017년까지 기반을 마련하고 2018년, 2019년엔 상장을 시키는 걸로 계획하고 있다”

- 안행부 평가 결과를 말씀하셨는데, 공사 출범과 함께 제주도가 관리했던 발전기들을 전부 현물출자 받았다. 출발이 순탄했다는 얘기다. 평가 기간이 1년4개월이었다지만, 이익을 내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에너지 사업, 풍력발전 사업이라는 게 수익성이 있는 것은 맞다. 에너지공사가 생긴 후에도 업자들이 앞다퉈 달려드는 것도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공사의 시설 규모는 다른 곳(풍력발전지구)에 비해 엄청나게 허약하다. 낙후돼있고, 옛날 시설이고, 또 소형이다. 다른 곳은 3mw 짜리지만 우린 650kw에 불과하다. 그것도 네 곳에 분산돼 있다. 그래도 직원 30명에게 월급 주고 ‘나’등급을 받았다면 경제성이 분명히 있는 건 아니냐?”

-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은?
“아직 결산 전이지만, 3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5억원이다. 전력생산량은 10% 늘었지만, 판매 가격이 조금 내렸다”

- 풍력을 ‘유전’(油田)에 비유했다. 무슨 뜻인가?
“해상풍력사업 하겠다는 지역의 데이터를 잡아보면 이용률(시설용량 대비 연평균 전력 생산량 비율)이 평균 35%가 넘는다. 만약 100kw짜리를 건설하면 35kw정도는 빼낼 수 있다는 뜻이다. 화력발전을 해도 연료 100을 넣을 경우 37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바람으로 35%를 뽑는다고 하면 기름이나 마찬가지다. 만약 시설용량이 100mw 정도라면 1년 내내 기름이 펑펑 쏟아지는 셈이다. 그것도 추가 가공(정제)이 필요없는”

- 취임사에서 ‘창조적 발전’이라는 말을 쓰셨다. 어떤 의미인가?
“‘해상 풍력은 왜 하면 안 되느냐’ 물으면 ‘위험성이 따르니, 다른 업체가 시범 사업을 하는 걸 봐서 하자’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고 나서 하면 창조적일 수 없다. 우리 회사 앞에도 ‘창조적 기업’이라고 걸려있다. 저기서(다른 기업이) 못하면 우리가 시범 사업을 하고, 우리가 인정받으면 우리 회사의 값어치를 올릴 수 있다.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997년에 풍력발전을 설계했다. 그 땐 한전 연구원도, 누구도 안된다고 했다. 제 생각으론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래서 예산 절충해서 돈을 받아서 성공시켰다. 지금은 여건이 더 좋다. 그때만 해도 해상풍력이 없었다. 유럽에 가보라. 영국 바다에는 풍력이 깔려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남 하는 걸 봐서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풍력발전 100mw를 하려면 5500억원이 든다. 어느 누가 안 될 사업에 그런 돈을 들이겠는가? 하물며 대기업들이. 성공 확률이 90%쯤 되니 하겠다고 하는 것 아니겠나? 마인드가 새로워져야 한다. (에너지공사는)민간 보다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 뒤만 쫓아가선 창조기업 안돼...신구범 지사 측근? 그저 통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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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청문회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일로써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텐데.
“확실히 풍력발전을 설계해서 만들고 꽂아놓은 사람인데, 전문가가 아니라고 했다. 제가 우겨봐야 무슨 소용 있겠나? 저는 원초적 역할을 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특정분야에서)전문가가 되려면 10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1년10개월(에너지관리계장)밖에 안했지만, ‘풍력발전 되겠다’고 보고 정부 부처 설득시키고 예산 따와서 전액 국비로 (발전기를)설치했다. 게다가 설계할 사람이 없어서 제가 직접 설계까지 했다. 그분들 생각에는 사무관이라고 하니 ‘결재나 했겠지’ 생각하셨을 것으로 본다. 용역? 주기는 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에 토목, 기계분야 박사 다 있는데 설계가 안 나오는 거였다. (1997년)10월말인가? (설계)안 나오면 돈(국비)을 돌려줘야 했다. 안되겠다 싶어 제가 했다. 그 돈을 살렸다.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는데 해석의 차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우길 수도 없는 것이다”

- 풍력발전사업에는 환경영향평가가 필요없다는 생각, 지금도 변함이 없는가? (이 사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으로 의원들로부터 ‘원 도정의 환경보전정책에 반하는 인사’라는 공격을 받았다) 

“요즘 전 세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기후변화다. 전쟁이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게 아니라 기후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미 청정에너지가 30%에 달하는 곳이 있다. 미국, 중국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30% 이상 줄이는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겠나. 그런데 한국에는 환경을 보호한다며 만들어놓은게 원자력과 풍력발전 밖에 없다. 원자력은 지하에 문제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력수요를)감당 못하니 그거라도 확장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제주도 입장에선 기가 막히게 좋은 거다. 풍력으로 차별화를 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풍력발전이)필요한 곳이 제주도다. 자원도 많다. 제일 필요한 곳인데, 제일 못하게 만들어 놓은 곳이 또 제주도다. 100mw 이상이 돼야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 우리 제주는 3000kw 짜리 하나 세우는데 지역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세계적으로도 없는 일이다. 이런 제도는 바꿔야 한다는 뜻이었다. 풍력발전 자체가 환경을 살리는 일이고 제주도를 살리는 일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라고 하니 제가 뜻을 접어버렸다”  

- 화제를 돌려서 다소 부드러운(?) 질문 하나 드리겠다. ‘신구범 지사 측근’이란 말에 동의하나.
“사실 제가 신구범 전 지사를 좋아하는 것보다 신 전 지사께서 저를 더 좋아한다. 한마디로 서로 의견이 통하는 편이긴 해도, (제가 신 전 지사를)맹주는(처럼 대하는 건)아니다. 저번 선거 때도 그랬다. 저는 나오지 말라고 엎드려서 절을 드린 사람이다. (신 전 지사는)제가 풍력발전 잘했다고 1998년에 서기관으로 승진시켜줬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니 저를 ‘신구범의 사람’으로 생각을 하시더라. 우(근민) 지사님 계실 때도 저를 아껴주셨는데, 1~2년 잘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직위해제 돼서 3~4년 아무 일을 못한 적도 있다. 제가 편향적인 사람은 아니다. 저는 할 말도 다 하고, 해선 안된다는 말도 한다. 다만 신 전 지사는 정책적으로, 내용적으로 통하는 게 많고, 제 이야기를 알아들어주는 편이다”

- 새해 포부를 말씀해달라.
“2017년까지 상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당장은 육상 풍력에 주력하겠다. 2017년까지 지금보다 70mw를 확대하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만 되면 영업이익도 충분히 200억~300억원 이상 될 것이다. 내년 6월이면 동복.북촌 풍력발전소가 준공 및 시운전을 거쳐 7월 상업운전을 개시할 수 있다. 장차 이곳은 폐기물(환경자원센터)을 활용한 열병합발전,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융.복합단지로 변모할 것이다. 30mw의 신규 풍력발전소 건설, 행원 풍력발전소 1단계 증설(4mw)도 내년 추진된다. 풍력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인턴제와 사회공헌사업 지속추진도 빼놓을 수 없다. 구체적 시점을 알려드릴 수 없지만, 에너지공사가 직접 해상풍력사업에도 뛰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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