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요리 전문가 박주연...‘밥집아줌마의 세상읽기’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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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연 강사. ⓒ 제주의소리

일곱 식구의 가장. 전국에서 손꼽히는 보험설계사. 외식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강사. 요리 전문가. 여기에 제주 농수산물 유통까지. 투잡에 쓰리잡. 그녀는 말 그대로 슈퍼우먼이다.

다음 주부터 <제주의소리>에 글을 선보일 박주연(43) 한국외식정보(주) 전임강사에 대한 얘기다.

첫 만남에서 차분한 인상과 함께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앳되 보이는 얼굴에서는 여유롭고 풍족한 중산층 가정의 여성 같은 이미지마저 읽혔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에 이 첫인상은 그녀가 녹록치 않은 삶을 거치며 얻은 원숙미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녀가 슈퍼우먼으로 변신한 건 급작스레 다가온 불행 때문이었다. 2004년 즈음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났다. 이미 가족, 친지들의 돈까지 끌어 쓴 뒤에 닥친 일이었다. 다 같이 넘어졌고 그녀는 싱글맘이 됐다.

당장 일을 찾았다. 결혼 후 그만뒀던 한 대형외식업체로 다시 들어갔다. 악착같이 일을 했고 인정을 받았다. 2009년, 제주에 새로운 지점을 낼 때 회사는 노련한 그녀에게 기회를 줬다. 새로운 땅에서 또 다시 끊임없이 일했다. 지내다보니 살만했다. 가족들도 다 제주로 거처를 옮겼다.

제주 지점에선 인원채용부터 마케팅까지 도맡았다. 무상요리스쿨을 운영하면서 점차 주민들의 호응도 얻었다. 그 동안 이 학교를 거친 주부들 숫자만 1800명을 돌파했다. 2년이 지나자 그 지점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회사에서는 수고했다며 승진과 함께 본사로 그를 호출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민 끝에 거절한다. 제주의 ‘사람들’ 때문이었다.

“정말 좋은 제의였죠. 그런데 요리스쿨을 하면서 이 분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제주 분들이 받아줬잖아요. 이 분들에게 계속 제주에 있겠다고 약속하고 살았는데 발령 났다고 가버리면 누가 와도 믿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1주일간 고민 끝에 ‘여기에 남겠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단골 고객들이 모여 파티까지 해줬어요”

사실 그녀는 실력파 강사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외식계의 대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경영, 마케팅, 창업 노하우에 대해 강의를 진행한다. 어린 학생들의 동기를 부여하고 꿈을 찾아주기 위한 강연에도 나선다.

더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외식업체 지점장 자리를 올 6월말 그만뒀다. 그런데 막상 주어진 자유로운 시간 동안 뭔가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바로 보험설계사 생활을 시작한다. 강의를 하고 남는 시간에 일을 해야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영업 첫 달 무려 28억6000만원이라는 계약을 이뤄냈다. 전국 신입직원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쯤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사실 그녀가 하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제주도의 감귤, 한라봉, 고등어, 갈치, 옥돔, 오메기떡 등 제주의 싱싱한 농수산물을 유통하는 일이다. 본인의 경험을 살려 마케팅 전략을 짰다. 직접 농장마다 맛을 보러 다녔다. ‘누가 먹더라도 이 가격에 이 품질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나오도록. 또 소포 안에 친절한 레시피까지 적어 넣었다. 그랬더니 서서히 입소문이 퍼졌다. 또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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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제주대에서 진행된 박주연 강사의 특강. 외식업체들 뿐만 아니라 여러 학교에서도 그녀를 찾는다. 무대에 선 박 강사는 '꿈'과 '미래'에 대해 청소년들과 청춘들에게 진정성 넘치는 이야기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 제주의소리

‘치열한 삶의 비법’의 물었더니... 

이 괴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녀는 단박에 ‘가족’이라고 답한다.

“남들이 볼 때는 그렇게 벌어서 어디다 쓸까라고 하는데 아기 아빠가 진 빚이 많았어요. 지금도 갚고 있지만 긴장을 늦추면 안돼요. 이 사람들은 나만 보고 있는데....저 같은 상황이 닥치면 아마 다 이렇게 살 걸요? 그래도 지금 빚이 1/3은 남았어요. 문제는 느긋하게 가기에는 부모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거에요. 이 분들 살아계신 동안 단 한 번만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어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적당히 일할 수가 없단다. 게다가 일곱 식구가 모두 그녀만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은 점점 커가고 있고 등록금 걱정도 해야 한다. 사실 빚을 갚기 시작한 이후로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하루에 몇 시간을 자냐고 물었더니 3시간 반 정도란다.

지치진 않을까. 안쓰럽게 물었더니 그녀가 답했다.

“참 고마운게 뭐냐하면 제가 안 지쳐요... 집에 가면 잘 때 빼고는 눕지 않아요. 누우면 아플 것 같아서... 사실 제가 일하는 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숨막히다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나름 이 안에선 제 시간도 가진답니다”

타 지방으로 강의를 하러 이동하는 시간, 일찍 일어난 뒤 맞이하는 새벽을 자신만의 시간으로 누린다는 것. 슈퍼우먼 다운 대답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역시 그녀의 전문분야인 요리와 밀접한 답변이 돌아왔다. 한국의 전통 ‘장’을 세계에 알리고 싶단다.

“우리 음식이 아무리 퓨전으로 가도 기본이 되는 건 된장, 고추장 같은 ‘장’이에요. 사실 외국인들에게 일본 된장이 한국 된장처럼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런 걸 제가 바꾸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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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연 씨 가족들이 집안에 모여 환하게 웃고 있다. '가족'은 그녀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 제주의소리

요리와 만난 날카로운 시선, <제주의소리>에서...

그녀는 앞으로 ‘밥집아줌마의 세상읽기란 제목으로 유쾌하게 요리와 세상의 이슈를 한 데 뒤섞는다. 대형 외식업체 프랜차이즈의 베테랑으로 또 외식업계들을 주름잡는 강사인 만큼 요리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다 글솜씨 또한 날카롭다. 때로는 익살스럽게 비꼬기도 하고, 때로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간결하게 세상을 담는다. 이 모든 것은 틈틈이 시간을 내 끄적인 덕이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반찬 하나에 필이 꽂히면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해요. 그래서 처음엔 어머니께 많이 혼났어요 밥 먹다가 뭐하는 짓이냐고. 그런데 그 쓴 걸 읽어주면 그제서야 잔소리를 멈추세요”

치열한 삶 가운데에서도 그녀 곁에는 늘 글쓰기가 머물러있는 셈. 그녀만의 세상읽기가 과연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박주연은 누구?

1993년 외식업체 TGI. FRIDAY에 입사한 뒤 국내 10개 지점에서 근무했고, 괌에서 해외 트레이너로도 일했다. 1년간 캐나다 밴쿠버에 다녀온 뒤 1998년엔 Outback Steakhouse에 입사해 본사교육팀장, 해외팀 리더로 근무했고 국내에 15곳, 해외에 7개 지점을 열었다. 2005년부터는 전국 주요 지점을 거치며 외식마케팅상과 연간고객서비스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제주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인천경인여대와 한라대 등 각종 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올 6월부터는 외식업체에서 나와 한국외식정보 전임강사로 활동 중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꿈에 대한 강의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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