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제주사회에 던지는 5가지 질문]① 해군기지 갈등
군관사-진상조사위 구성 등 해결돼야...제주사회 통합 시금석

2014년은 역사 속으로 저물었다. 지난해 제주사회는 이른바 ‘제주판 3김 시대’를 끝내고 목 말라했던 변화와 개혁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나. 아직 더디다. 2015년에는 지난 9년간 도민사회와 강정마을에 비수가 된 해군기지 갈등, 광풍처럼 불어 닥친 차이나 자본의 공습, 위기의 중산간 난개발, 대규모 카지노 자본들의 진출 가시화 등 녹록치 않은 현안이 쌓여있다. 제주사회를 향해 도민들이 도민사회에 던지는 질문을 추려봤다. 청양의 해, 순한 양의 지혜로 제주사회 현안과 그 진정한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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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약에 위배된 마을총회, 국책사업이라면서 겨우 주민 수십명이 모여 박수로 결정해버렸습니다. 이렇게 잘못 꿴 첫 단추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이 벌써 9년 세월 흘렀습니다. 반농반어로 살지만 그 어느 마을보다 평화롭고 자애롭던 저 강정마을은 이제 해군기지 찬반 갈등으로 두동강이 나버렸습니다. 제주사회는 또 어떻습니까?  해군기지로 인한 갈등문제, 통합 복안은 어떤 겁니까? 2015년, 진정한 제주사회 통합의 새 역사를 써야 하지 않을까요?" 

제주사회 통합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제주해군기지 문제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이 들어서면서 강정 해군기지 갈등 해결의 단초는 마련됐다.

원희룡 지사가 제안한 '해군기지 진상규명위원회'를 강정마을회가 3차례 임시총회 끝에 만장일치로 지난 11월11일 수용했다.

지난 2007년 4월26일 일부 강정주민이 참석해 박수로 '제주해군기지 유치안'을 통과시킨 지 7년여만이었다.

총회 공고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총회안건도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 등 마을향약(정관)에 위배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마을총회로 제주해군기지 유치결정이 내려진 후 지난 8년 강정마을은 말 그대로 '갈기갈기' 찢겼다.  

해군기지 찬반으로 갈려 아버지와 아들, 형제, 이웃간 반목하고,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 원수지간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2011년부터 본격 해군기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마을 주민 수백명은 범법자가 되고, 수억원의 벌금을 납부해야 했다.

김태환, 우근민 도정에 이어 도지사가 3번이나 바뀌는 동안 여전히 강정은 제주사회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강정마을회가 '진상조사위'를 수용했음에도 넘어야 할 산은 한가지 더 있다. 바로 해군이 강정마을에 건설하는 군관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해군기지 군관사 건립사업은 2012년 616세대로 예정됐지만 강정 주민들의 반발로 2013년 3월 384세대로 축소 변경됐다가 그해 8월 72세대로 확정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 군관사 건설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을 승인고시했고, 해군본부는 지난 10월 서귀포시에 착공신고한 상태다. 군관사는 2015년 11월 완공예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72세대 규모의 군관사는 강정마을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 주민 갈등이 증폭되고, 우회도로 등 다른 공사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군관사 건립사업 반대를 공식화하고, 11월13일 제주도를 방문해 군관사 사업철회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실제로 해군측은 마을주민이 반대할 경우 군관사를 마을안에 짓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제주도 역시 해군본부에 72세대 군관사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군관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진상조사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군관사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제대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져야 한다. 그래야 강정 해군기지 갈등을 풀 수 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해군기지 진상조사가 중요한 이유는 소위 국책사업으로 인해 주민들이 어떤 영향과 피해를 받았는 지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며 "해군기지 진행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 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진상조사의 또 다른 관점은 사안 자체의 진실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상을 정확하게 규명함으로써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나 제주도가 역사적인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제주 강정 해군기지 사태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국가 주도의 일방적 사업이 갖는 폐해에 대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8년 이상 반대 투쟁을 벌여왔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제주해군기지 찬반을 떠나 주민들의 반대 투쟁으로 인해 생명의 가치와 생태환경의 가치를 전국민에게 환기시킬 수 있었다"며 "강정은 이미 사회적이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구성에 대해서도 박 소장은 "무엇보다 진상조사위원회가 제대로 잘 꾸려져야 한다"며 "사실에 입각해서 정확하게 진상조사보고서를 기술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강정마을 주민이든, 해군이나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사람들도 수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원희룡 지사는 1일 신년대담에서 강정 해군기지 갈등해결 방안에 대해 "속도 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 진상조사 등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는 기본적인 합의는 이뤄졌다"며 "훗날 돌아볼 때 서로가 노력해서 후대에도 모범이 되고,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오도록 진정성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원 지사는 "강정마을의 뜻은 최대한 수용하면서 진상조사에 차질없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강정 해군기지 갈등 문제. 원 지사의 말대로 후대에 모범이 되고, 진정성을 갖고 해결될 수 있을 지 도민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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