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현 남동부에 위치한 우라소에시의 우라소에대공원. 곳곳에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가 눈에 들어 온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일본 재선충 현장]②내륙쪽은 사실상 방치...선단지-방풍림은 집중방제

소나무 재선충병에 제주산림이 신음하고 있다. 제주도는 완전방제를 목표로 2년째 수백억원의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소나무를 포기하고 대체조림에 눈을 돌리자는 말까지 나온다. 일본은 110년간 재선충병을 겪으며 수많은 소나무를 잃었다. [제주의소리]는 신년특집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의 현실과 해법을 일본의 사례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재선충 습격 110년, 소나무 무덤이 된 일본
2. ‘지킬 소나무는 반드시 살린다’ 일본의 선택
3. 2차 방제에 사활 ‘실패면 숲 정책 다시 짜야’

일본 오키나와현 남동부에 위치한 우라소에(浦添)시. 도심지 한복판을 우라소에 대공원이 가로지르고 있다. 소나무와 활엽수가 절반씩 섞여 울창한 숲을 만들고 있다.

인근의 전망대에 올라 대공원을 내려다보자 갈색으로 변한 소나무가 곳곳에 보였다. 4~5월 소나무 재선충에 대한 집중 방제가 끝나고 7월부터 고사하기 시작한 나무들이다.

일본 본토와 떨어진 오키나와는 1905년 규슈에서 재선충이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약 70년이 지난 1973년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가 확인된 곳이다. 재선충 확산 속도는 매서웠다.

1983년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는 30만㎥으로 늘었고 1993년에는 70만㎥까지 치솟았다. 이후 대대적인 방제로 감소했던 고사목은 2003년 다시 80만㎥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었다.

▲일본 오키나와현 산림관리과 기가 토우쿠 반장(왼쪽)과 사카이 아스코사아 주임이 오키나와 재선충 방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일본 사가현의 오오가마을 풍경. 기능과 목적성이 크지 않은 소나무 감염목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소나무가 고사하면 자연갱신이 이뤄져 다른 나무가 자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오키나와는 매해 엄청난 예산을 방제비로 쏟아 부었으나 10년 단위로 재선충이 창궐하며 당국을 괴롭혔다. 이후 대대적인 제거와 예방작업으로 2013년 고사목은 2300㎥까지 줄었다.

방제흐름은 제주와 비슷하다. 다만 기후적 영향으로 방제 흐름이 제주보다 1~2달 빠르다. 당국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산란을 하기전인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방제를 한다.

4~5월에는 약재를 살포하고 이 과정에서 재선충병을 이겨낸 소나무는 살아남고 감염된 소나무는 6~7월부터 고사하기 시작한다. 공무원들은 9월말 피해량을 조사해 방제 예산을 책정한다.

평지에서는 고사목을 모두 잘라 반출후 파쇄하고 경사지는 현장에서 훈증작업을 벌인다. 살균처리 한 일부 소나무는 목조건물 기둥이나 합판 등으로 재활용하지만 과정이 까다롭다.

현장 방제작업도 제주처럼 민간에 위탁한다. 업체 대표자를 상대로 재선충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공무원들이 고사목 제거 여부를 확인한다.

헬리콥터를 이용한 항공방제는 최근들어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예산이 많고 들고 소나무 밭 인근의 농작물 피해와 생태계 파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동의도 쉽지 않다.

▲일본 사가현 가라쓰시 니즈노나츠바라(무지개소나무숲)에서 주민들이 솔잎을 치우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1년간 제거하는 솔잎만 1000톤에 이른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일본 사가현 가라쓰시의 NPO단체 회원인 후지다 와카코씨. 후지다는 숲을 기능을 먼저 생각해서 보전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방제방법은 제주와 대부분 비슷하지만 기준은 다르다. 선단지와 방풍림 등 지켜야할 소나무는 반드시 지키지만 그 외 지역은 고사목 상태로 방치한다. 이른바 ‘선별적 방제’다.

오키나와현 산림관리과의 사카이 아스코사(41.여)씨는 “오키나와 사람들은 소나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재선충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무엇보다 방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재선충병 감염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그만큼 많은 소나무를 잘라 냈기 때문”이라며 “꼭 지켜야 할 곳은 주변을 고립시켜서 집중 방제하고 그 외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중 방제는 일본 소나무 방제의 기본틀이다. 사가현 가라쓰시의 방풍림이자 국가명승지인 ‘니지노마츠바라’(무지개소나무숲)는 집중방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가라쓰시는 니지노마츠바라의 소나무 100만본을 살리기 위해 매해 약 7000만엔 씩을 투입해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4년 5월 조사에서 고사목은 5그루로 최근 20년간 가장 적었다.

니지노마츠바라 보호대책 협의회도 만들어 보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NPO(비영리조직)가 나서 보전활동에 앞장서고 주말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솔잎 제거작업을 벌인다.

▲일본 사가현 가라쓰시 니즈노나츠바라에서 주민들이 솔잎을 제거하고 있다. 솔잎을 제거하면 소나무 숲에 소나무나 다른 나무가 자라지 않아 기존 소나무가 영양분을 뺏기지 않고 바르게 자랄수 있다. 주민들은 소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자원봉사를 망설이지 않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1년에 제거하는 솔잎만 1000톤에 이르지만 보전활동은 완벽하다. 소나무 주변에 활엽수가 자라는 제주와 달리 니지노마츠바라는 완벽한 가지제거로 소나무 숲을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환경보전 NPO의 후지다 와카코(32.여)씨는 “주말마다 사람들이 모여 소나무 가지와 솔잎을 주워 태운다. 소나무슾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일이지만 아름다운 경관을 지키기 위해 모두 노력한다. 숲의 기능을 어디에 둘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방향이 정해지면 그에 맞춰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2018년 소나무 재선충 완전방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 선단지 방제에 집중하고 있다. 내륙 쪽 소나무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소나무가 죽으면 다른 나무가 자라는 자원복원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다만 해안 방풍림이나 문화재 등 지켜야할 목적이 확실한 소나무 숲은 대대적인 방제작업을 벌인다.

산림종합연구소 규슈지소의 다카하다 요시히로 연구원은 “재선충 감염목은 북해도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나타난다. 전부 살릴 수는 없다. 우리가 보호해야할 소나무만 지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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