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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지역 재선충병 방제작업 전후 모습. 2013년 5월 우근민 당시 제주도지사는 재선충 방제 성공을 공포했으나 재선충은 다시 창궐했다.
[일본 재선충 현장]③ 민관협의체 구성 필요...실패하면 숲 정책 다시 짜야

소나무 재선충병에 제주산림이 신음하고 있다. 제주도는 완전방제를 목표로 2년째 수백억원의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소나무를 포기하고 대체조림에 눈을 돌리자는 말까지 나온다. 일본은 110년간 재선충병을 겪으며 수많은 소나무를 잃었다. [제주의소리]는 신년특집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의 현실과 해법을 일본의 사례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재선충 습격 110년, 소나무 무덤이 된 일본
2. ‘지킬 소나무는 반드시 살린다’ 일본의 선택
3. 2차 방제에 사활 ‘실패면 숲 정책 다시 짜야’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한 것은 1905년. 고사목의 원인이 재선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보다 70여년이 지난 1972년이다.

이후 40여년간 수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재선충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병해충은 북해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됐다. 치료약은 없고 유일한 대책은 방제뿐이다.

중앙정부가 특별법까지 만들어 진두지휘 했지만 완전방제는 실패했다. 그래서 일본의 선택은 선별적 방제다. 지켜야할 소나무는 지키고 나머지는 수종갱신과 자연생태계에 맡기고 이다.

제주에 재선충이 처음 확인 된 것은 2004년 9월. 장소는 제주오라골프장 인근 소나무 숲이다. 그해 117그루였던 고사목(제거량)은 2006년 9215그루, 2013년에는 22만 그루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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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가현 가라쓰시 니즈노나츠바라(무지개소나무숲) 인근의 소나무. 솔수염하늘소의 천공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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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가현의 오오가마을 풍경. 기능과 목적성이 크지 않은 소나무 감염목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소나무가 고사하면 자연갱신이 이뤄져 다른 나무가 자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민선5기 우근민 제주도정은 2013년 9월2일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집중방제작업을 벌였다. 447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소나무 54만500그루를 잘라냈다.

이듬해 5월8일 우 전 지사는 1차 방제를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사의 설명과 달리 고사목은 다시 창궐했고 제주도는 올해 27만8000그루의 소나무를 다시 자르기로 했다.

2차 방제를 위해 추가로 투입해야 할 예산만 271억원 상당이다. 2005년부터 제주도가 투입한 방제예산은 총 562억원. 올해 방제예산까지 합치면 10년간 투입 예산만 833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잘려나간 나무는 제주인구와 맞먹는 61만 그루다. 올해 28만 그루를 더 잘라내면 내년에 누적 제거량만 100만그루를 넘어설 전망이다. 투입 예산도 조만간 1000억원을 넘긴다.

도내 산림면적은 총 8만8874ha다. 이중 18%인 1만6284ha가 소나무다. 제주도는 2013년 1차방제를 시작으로 2018년 6차방제까지 재선충 발생빈도를 5% 이내로 줄인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1차 방제의 예측은 빗나갔고 현장에서 방역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비리 혐의가 드러났고 공무원들의 관리감독은 철저하지 못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교훈삼아 제주만의 선별적 방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주에서 지역별 소나무의 기능을 먼저 생각하고 숲 정책을 짜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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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원 한국산림기술사협회 부회장(왼쪽)과 정상배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오른쪽)가 재선충 방제와 숲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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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가현 가라쓰시 니즈노나츠바라(무지개소나무숲)에서 주민들이 솔잎을 치우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1년간 제거하는 솔잎만 1000톤에 이른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정규원 한국산림기술사협회 부회장은 “재선충은 전국적 현상이다. 적송이 많은 남원과 임실, 그리고 지리산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선을 치는 등 전략적 방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도 역시 무엇을 보전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과감히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며 “행정시가 아닌 제주도가 컨트롤타워가 돼서 방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은 “방제는 필요하지만 곶자왈의 경우 고사목 제거를 위해 멀쩡한 숲까지 망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방적 방제보다 계획적인 방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선충의 고지대 이동과 다른 병해충의 유입도 고민이다. 제주에서 재선충은 해발 600m까지 올라왔으나 일본은 700m까지 확장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중산간이 뚫릴수 있다는 위험신호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의 신창훈 산림환경연구과장은 “한라산에는 소나무가 없지만 영실과 관음사 인근에 적송이 있다”며 “재선충 이동 한계선(고지대)을 확인중에 있다”고 말했다.

선별적 방제 주장에 제주도는 현재 진행중인 방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력과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2020년에 재선충병 청정지역 선포가 목표다.

김창조 제주도 산림휴양정책과장은 “일본은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선별적 방제에 나서지만 제주의 경우 예산과 인력지원이 가능하다면 그 범위 내에서 방제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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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같이 4면이 바다인 일본은 방풍림 조성이 상대적으로 많다. 숲의 기능에 따라 나무를 심고 관리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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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가현의 오오가마을에서 해안으로 이동하면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일본은 지형과 목적에 맞는 조림사업을 진행하고 지켜야할 소나무는 집중방제를 통해 지켜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정태근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2013~2014년도 1차 방제는 기후영향과 경험 부족 등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2차 방제에서는 방제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과 책임공무원을 지정해 현장을 감시하고 예비준공검사 후 환경단체가 모니터링도 진행할 것”이라며 “한라산에서 밑으로 내려가는 압축방제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민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숲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상배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10년간 제주도의 방제는 임기응변식, 비전문적 대응이었다”며 “제주에 맞는 재선충병 대응과 전체적인 병해충 방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의 기후변화에 대비해 기능에 맞는 나무심기 등 숲정책 변화도 필요하다”며 “산림 전문가와 시민단체, 행정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이 같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2차 방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대만큼 효과를 얻지 못하다면 숲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해진다. 지금이야 말로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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