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제주사회에 던지는 5가지 질문] ③GRDP 25조 시대 개막

2014년은 역사 속으로 저물었다. 지난해 제주사회는 이른바 ‘제주판 3김 시대’를 끝내고 목 말라했던 변화와 개혁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나. 아직 더디다. 2015년에는 지난 9년간 도민사회와 강정마을에 비수가 된 해군기지 갈등, 광풍처럼 불어 닥친 차이나 자본의 공습, 위기의 중산간 난개발, 대규모 카지노 자본들의 진출 가시화 등 녹록치 않은 현안이 쌓여있다. 제주사회를 향해 도민들이 도민사회에 던지는 질문을 추려봤다. 청양의 해, 순한 양의 지혜로 제주사회 현안과 그 진정한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16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한 후보가 한 말이다. 당시 개그 프로그램에서까지 패러디할 정도였으니, 국민적 공감을 샀다는 말일 수 있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15년 새해벽두, 우리는 다시 세상을 향해 묻는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그리곤 “새해에는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을 건넨다.

그만큼 먹고사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을미년, 청양(靑羊)의 해 최대 화두 역시 ‘경제 살리기’다.

지난해 7월 출범한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의 경제 분야 핵심공약(정책)은 ‘GRDP 25조원 달성’이다. 그것도 5년 내에 달성하겠다는 것. 목표 연도는 2019년이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9월1일 ‘제주 3·6·5약속’ 14개 분야·105개 사업에 2018년까지 총 3조7336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공약실천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주경제규모(GRDP) 25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실행계획은 경제 분야뿐 아니라 문화·환경 분야까지 넘나든다. 문화·환경을 산업화하고, 각종 인프라, 일자리 창출 정책을 날줄씨줄로 엮어 놨다.

1차 산업과 관련해서는 유통과 생산의 조직화를 통해 시장 맞춤형 명품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한중FTA 대책 적극 추진과 감귤 명품화 육성, 농축산물 최저가격 안정제 도입, 양식산업 현대화와 수산자원 조성 등을 세부추진계획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임 도정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건 ‘제주형 창조산업 육성’이다.

현재 생산기술연구원, KAIST 유치를 추진하고 있고, 다음카카오의 합병과 네오플의 이전을 계기로 정보통신, 바이오, 에너지, 게임 산업 등 국내외 선도기업들을 적극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풍력발전 연관산업 유치, 전치자동차 관련 산업 육성, 제주의 명품자원인 지하수와 용암해수 관련 산업을 통해 제주경제의 질적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관광 분야에서는 제주관광 체질개선을 위해 공항·항만 인프라 확충을 통한 접근성 제고 및 크루즈 관광 활성화, 문화와 생태·힐링과 휴양이 어우러진 관광산업 육성, 지역과 문화·사람이 만나는 도심올레길 조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원희룡 도정은 출범 6개월이 넘도록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제주도민 절반 정도는 ‘GRDP 25조 달성’ 공약 달성 가능성에 고개를 저을 정도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7월 실시한 여론조사(도민 1000명, 전문가 200명)에서 25조 공약이 지켜질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도민들 사이에서는 긍정적 의견(30.8%)과 부정적 의견(29.5%)이 팽팽했다. 전문가들은 실현가능성을 훨씬 낮게 봤다. 긍정적 인식은 19.5%에 그친 반면 부정적 인식은 47%에 달했다.

심지어 제주도정의 싱크탱크(제주발전연구원) 수장조차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을 정도. 강기춘 발전연구원장은 지난해 11월28일 인사청문회에서 “2011년부터 최근 3년간 제주경제 성장률은 평균 7.3%로, 이런 추세라면 GRDP 25조 달성은 2021년이나 2022년은 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계량경제와 거시경제학을 전공한 제주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한국은행(제주본부)의 전망 역시 비슷하다. 2012년 경제성장률(7.7%)을 적용할 경우 2019년 GRDP 규모를 19조9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원 지사의 공약 ‘25조원’과는 간극이 꽤 크다.

2012년 기준 제주지역 GRDP가 12조7067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2019년까지 25조원을 달성하려면 연평균 13% 이상의 초고속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25조 공약’달성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가 필요하다.

강기춘 발전연구원장은 “현재의 추세로 가면 어렵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간극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과 제주형 제조업, 명품산업 발굴 등으로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무엇보다 “제1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1차 종합계획에 명시된 사업계획 중 정상 추진은 41%에 불과했고, 미흡한 분야는 56%나 됐다. 핵심전략프로젝트도 계획 대비 투자는 49%에 그쳤다.

강 원장은 “GRDP 25조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1차 종합계획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깔려야 한다”면서 “2차 종합계획의 정상적 추진과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만 ‘2019년 25조 달성’ 공약과 2021~2022년 달성 가능성과의 간극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제주발전연구원에 ‘2019년 GRDP 25조원 달성’을 위한 세부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의뢰했다.

제주도(발전연구원)는 조만간 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질 예정이다. 여전히 장밋빛 청사진에 그칠지, 아니면 제주도민들이 믿고 희망을 걸어볼 실현가능한 정책으로 재무장할 지, 도민사회의 뜨거운 관심에 이제는 제주도가 응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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