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삭감 맞물려 '수매중단' 소문에 공장마다 장사진...비상체제 가동 진화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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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감귤가공공장 앞에 줄지어 늘어선 감귤 운송 차량들. 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새해 연초부터 제주도가 가공용 감귤과 관련한 뜬소문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15년 예산 삭감 사태와 맞물려, 서두르지 않으면 2014년산 가공용감귤 수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뜬소문이 퍼지면서 농가들이 앞다퉈 가공용감귤을 잔뜩 실고 가공공장으로 밀려드는 바람에 처리가 지체되자 사태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최근 이틀새 예정에 없던 회의를 2차례 갖고 농가 달래기에 나서는 한편 관련 기관에는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아울러 4군데 가공공장을 방문, ‘풀가동’을 요청했다.

제주도는 지난 6일 ‘가공용 감귤 처리 관련 긴급 농정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선 △2014년산 감귤 처리대책을 비롯해 △감귤박(감귤부산물) 처리실태 및 개선방안 △2015년 주요 예산 삭감에 따른 대책 등이 논의됐다.

핵심은 가공용 감귤 처리 대책. 수매중단 우려에 따른 농가 불안이 증폭되면서 홍수출하 사태가 빚어져 가공공장마다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 보고됐다.

그러잖아도 연말연시 궂은 날씨와 눈 피해 등으로 가공용 감귤 출하가 일시적으로 증가한데다, 가공공장 사정으로 적체현상이 빚어진 마당에 뜬 소문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또 2014년산 노지감귤은 2013년산 보다 비상품과가 34% 증가한 터였다. 이에따라 올해 1월5일 현재까지 가공물량도 전년에 비해 29.6% 늘어났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는 가공용 감귤 처리가 순조로웠다. 비상품 처리 목표 11만6000톤 중 12월까지 83.6%를 처리했다. 이 시기 처리목표 70%를 훨씬 뛰어넘었다.

설상가상, 헛소문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뇌관은 예산 삭감.

2015년 당초 예산안에는 ‘가공용 감귤 수매가 차액 보전’으로 50억원(10만톤)이 편성됐지만, 달랑 1억원만 남고 49억원이 잘려나갔다. 차액 보전 지원단가는 kg당 50원.

근거 없는 소문에 농가들이 동요하자 제주도는 행정시와 농.감협 등을 통해 가공용 감귤 전량수매 방침을 알리느라 바삐 움직였다. 특히 농.감협에는 수매가 ‘우선 지급’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병행해 농가를 대상으로 출하시기 조절(분산)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예비비 지출 검토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보다 앞서 5일에는 4군데 가공공장을 찾아 공장가동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일해(제주시 조천읍)는 주간 가동에서 주.야간 가동으로 계획을 바꿨고, 롯데칠성(주)(서귀포시 남원읍)은 당초 1월10일까지만 주.야간 가동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가 기간을 연장했다.

제주도개발공사(남원읍 제1복합가공공장, 제주시 한림읍 제2복합가공공장)는 이미 주.야간 가동체제에 돌입한 상태였다.

7일에도 긴급회의가 열렸다. 이번에는 감귤박 처리가 문제였다. 회의 장소는 도내 유일의 감귤박 전문처리업체인 남해상사.

제주도에 따르면 남해상사는 롯데칠성(1만2000톤, 이하 연평균 발생량)과 일해(1만8000톤) 공장에서 나오는 감귤부산물을, 농업회사법인 새별오름은 제1복합가공공장(1만2000톤), 제주축협은 제2복합가공공장(9000톤)의 부산물을 각각 처리하고 있다.

2014년산 감귤부산물 발생 예상량은 5만~7만톤. 하지만 4군데 공장의 저장능력은 기껏해야 3만1000톤에 불과했다. 부산물 때문에라도 공장 가동 중단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일해와 롯데는 남해상사와의 장기계약으로 감귤박의 안정적 처리(연간 3만8000톤 이상)가 가능하나, 두 군데 공장을 보유한 제주도개발공사는 부산물 업체의 저장 및 처리능력 부족으로 일찌감치 가공용 감귤 처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따라 제주도는 남해상사에 개발공사 가공공장의 감귤박 초과 발생분에 대한 처리를 요청해 협조를 이끌어냈으며, 장기적으로는 개발공사, 남해상사 등과 감귤박처리 TF팀을 구성해 안정적 처리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제주도의 부산한 움직임에 이어 앞으로 긴급 이.통장 회의, 작목반장 회의 등이 줄줄이 잡혀있다.

양치석 농축산식품국장은 “가공용 감귤 수매와 관련해 연초부터 비상체제를 가동했다”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가공용 감귤 수매가 중단되는 일은 없으므로 농가들은 마음을 놓고 분산 출하에 협조에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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