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제주사회에 던지는 5가지 질문] ⑤ 카지노

2014년은 역사 속으로 저물었다. 지난해 제주사회는 이른바 ‘제주판 3김 시대’를 끝내고 목 말라했던 변화와 개혁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나. 아직 더디다. 2015년에는 지난 9년간 도민사회와 강정마을에 비수가 된 해군기지 갈등, 광풍처럼 불어 닥친 차이나 자본의 공습, 위기의 중산간 난개발, 대규모 카지노 자본들의 진출 가시화 등 녹록치 않은 현안이 쌓여있다. 제주사회를 향해 도민들이 도민사회에 던지는 질문을 추려봤다. 청양의 해, 순한 양의 지혜로 제주사회 현안과 그 진정한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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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정제주개발이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신화역사공원 부지 내 251만9627㎡에 추진중인 카지노 복합리조트 ‘리조트월드 제주’ 조감도와 위치도.

“‘카지노 건전화’를 내건 제주도정. 도민들은 카지노가 뭐가 좋은 지 나쁜 지, 카지노조례가 뭔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가도 문제 없나요?”

적자에 허덕이던 제주도내 8개 카지노 업체가 흑자로 돌아섰다. 연도별 매출액과 방문객이 2년사이 300% 가까이 증가했다.(2013년 기준) 그러자 곧바로 온갖 부작용들이 드러났다. 매출누락, 환치기, 탈세, 브로커의 검은 거래... 이 문제들에 제주도가 내놓은 답은 ‘카지노 건전화’였다.

작년 하반기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제주도 카지노업 관리·감독 조례안’(카지노조례)에는 ‘제주 카지노업체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시켜 건전산업으로 육성하려 한다’는 목적이 첫 장에 실려 있다.

지난 달 26일 진행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제주의소리>의 신년대담은 카지노에 대한 원 지사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카지노 설립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다. 다만 투명하지 않은 경영 구조를 바꾸려고 한다.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대형카지노가 있으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원 지사의 구상.

이 날 원 지사는 ‘국제적 수준의 카지노 감독기구 도입’과 관련한 질문에 “시작은 합의제 행정기관 형태로 가겠다”며 “독립적 감독기구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뒤 원 지사의 구상은 벽에 부딪친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안창남)는 당초 29일 심사 예정이던 카지노조례를 상정하지 않기로 한 것.

앞서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카지노조례가 중국자본의 카지노산업 진출에 따른 카지노산업의 확대를 위한 합법적인 장치라고 의심했다. 제도개선을 명분으로 중국 신규 카지노를 허가하려 졸속 조례를 통과시키려 한다는 것. 부실한 조례라는 공감대는 의회 내부에서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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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욱 제주도의회 의원. ⓒ 제주의소리
김동욱 의원(외도·이호·도두동, 새누리당)은 “원 지사가 카지노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너무 급하게 간다고 생각한다”며 중요한 사전 과정을 생략했다고 지적한다.

김 의원은 “관련 용역조사 한 번 없이, 카지노를 왜 육성해야 하는지, 또 세수가 증가되면 그 돈은 어디다 어떻게 쓸 것인지 미리 정하고 가야한다”며 “감독기관을 빨리 두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공론화를 거치고 카지노 ‘총량’을 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큰 밑그림부터 그리라는 비판이다.

김 의원은 “총량을 안 정하게 되면 굉장히 위험한 순간이 오기 마련”이라며 어느 정도가 제주도에 있어서 카지노산업의 적정규모인지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의 경우 4년이나 걸린 과정을 제주는 한 두 달 만에 처리하려 한다”며 “급하게 서두는 이유가 신화역사공원 카지노 허가를 합리화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제주도는 조례를 제출하고 난 뒤인 24일 신화역사공원에 카지노 공원 조성을 공식화한 ‘리조트월드 제주’에 건축허가를 내줬다.

조례 내용 자체도 부실하고, 조례 만으로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냐는 비판도 있다.

김 의원은 “원 도정은 지금 조례안이 마치 지금 카지노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하지만 조례 내용에서 말하는 감독기구는 제주도에 있는 170개 위원회 중 하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특별법에 명시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이는 앞서 경실련이 발표한 성명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경실련은  “조례안 속 카지노업감독위원회는 단순한 심의·의결기구로서 특별한 권한도 없다”며 “정작 조레안에는 감독권한 등 핵심이 빠진 채 도지사에게 집중돼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조성윤 제주대 교수(사회학과) 역시 원 도정이 너무 서두른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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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윤 제주대 교수. ⓒ 제주의소리
조 교수는 “장기적인 미래와 관련해서 도민들간의 충분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실 도민들은 카지노가 들어왔을 때 뭐가 좋은지 나쁜지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국인이 들어가지 않는 외국인카지노라 하더라도 제주도 내에서 벌어지는 큰 규모의 일”이라며 “당연히 도민들하고 깊은 관련이 있는 거다. 카지노를 제주도민과 상관없이 끌고가려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상위법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는 한 조례만으로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카지노법이 따로 없고 관광진흥 관련 법률 한 편에 붙어있는 한정적인 조항 아래서는 조례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거라는 말이다.

조 교수는 “상위법을 제대로 만들지 않고서는 소규모의 제한된 의미의 작업밖에 못한다. 조례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지금까지 연구된 걸 가지고 역으로 대한민국 카지노법을 제주도가 먼저 주도하고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한 공감대 형성. 그리고 조례 상위 법제도의 확실한 정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큰 밑그림. ‘카지노 건전화’ 카드를 내세운 원 지사가 신년에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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