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제3대 (재)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사령탑 맡은 송재호 원장
"문화에 바탕을 둔 관광이어야…정책도 문화를 통한 양극화 해소하는 길"

▲ 제3대 (재)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을 맡은 송재호 제주대 교수.
제주출신 송재호 제주대 교수가 제3대 (재)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사령탑을 맡았다. 한국 관광1번지라고 자부해 온 제주도로서도 자못 기대가 크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은 차관급 대우로 송 원장은 통합 원장 이후 세번째다. 제1대는 문화계의 정순택 초대원장, 제2대는 미술평론가 출신의 민미협 이영욱 원장이 맡았다. 3대원장에 관광분야 전문가인 지역출신 송 원장을 내세운 것은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분권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재)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지난 87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내 문화발전연구소에서 94년 설립된 한국문화정책개발원과 85년 당시 교통개발연구원 내 관광연구실이 94년 한국관광연구원으로 개원한 이후 2002년 정부구조조정 차원에서 통합, 새롭게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이다.

산하에 기획조정실, 문화예술정책연구실, 문화산업정책연구실, 관광정책연구실 등 4실과 문화관광사업단이 있으며 150여명 정도의 석.박사급 전문인력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21세기의 국부의 원천을 문화와 관광으로 인식하는 참여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그 만큼 한국 문화.관광의 브레인뱅크로서 맡고 있는 업무도 방대하다.

한때 도지사 예비후보로서 세간에 오르내렸던 송 원장을 지난주 만나 한국과 제주의 미래 문화관광에 대한 비젼과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다.

   
-사실 제주도민들이나 일반인에겐 생소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국가에는 주요 사업에 대한 각 분야의 싱크탱크가 있다. 건교부는 국토연구원 ,재경부는 한국개발원(KDI), 문화관광부에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있다. 문화, 예술, 역사, 관광, 지역개발 등의 분야에서 150명 정도의 석박사급 전문가를 갖추고 있는 방대한 조직이다. 연간 120억원 규모의 예산이 들어간다. 60억원은 정부가 사업과 예산을 주는 방식으로 충당되며, 고객(문광부 이외 정부부처, 각 지방단체, 각 공사 등)으로 부터 위탁 및 수탁받은 업무와 예산이 60억원이 된다. 사실상 문화, 체육, 종교 등 모든 분야의 정책개발을 포괄한다. 4개의 실과 한 개의 문화관광사업단으로 꾸려진다.

송재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은?

   
현재 청와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송 원장은  남제주군 표선면 표선리 출신. 제주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경기대 대학원 관광경영학과 석.박사(관광학박사)를 마쳤다.

신구범 관선 및 민선도지사 시절인 1994-1997년 3년여 동안 제주도 정책전문위원으로 도정을 경험했으며 1998년 '제주발전연구원' 설립당시 연구기획 팀장을 맡는 등 사실상 산파 역할을 했다.

관.민선 도정 당시...'국제자유도시' 창안자
정책 전문가로...제주발전연구원 '산파역 '

제주신문, 제주MBC기자를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2002-2003년 1년여 동안 제주MBC시사진단 진행자를 맡기도 했다.

노동사무소 공익조정위원, 한국은행 제주지점 경제자문교수, 제주시.남제주군 정책자문위원,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위원, 한국관광학회·관광경영학회·한국관광정책학회·제주관광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한때 서귀포시 예래동 생태마을추진위원회 및 북제주군 교래리 그린투어리즘추진위원회의 전문위원으로서 상당수 생태관광 및 친환경 개발과 관련한 직책을 맡았다. 현재 1901년 제주항쟁(이재수난) 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과 제주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을 맡는 등 학계, 언론, 정계, 시민단체 등을 두루 거친 '마당발'형이다.

저서로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구상의 관광정책적 함의'(1999)와 '관광자원론'(2002)을 냈으며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의 적실성 검토'(2003) 등 30여편의 논문을 낸 바 있다. 

-정부부처와의 관계는 어떻게 돼나

"남북문제는 통일부, 국제적인 문제는 외교부와 협의하게 된다. 일단 정부의 요구에 의해 정책을 개발한다. 또 논리를 개발하기도 하고 정부정책을 평가하는 일을 맡기도 한다. 물론 수정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문화정책간 국제 비교를 위한 준거틀을 마련하고 지표연구도 수행한다. 또 문화재정 수요 및 재원 확충방안, 예술산업 진흥 방안 연구, 예술인정책 체계화 방안 연구 등 실로 방대하다."

-지방에서는 연구원의 존재가 크게 와닿지 않는 상황이다.

"일단 주요 이슈에 대한 심포지움과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을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알려나가는 일을 한다. 현재 혁신도시, 행복도시 등 균형발전에서 새로 생겨나는 도시를 어떻게 실현해 낼 것인가에 대한 공청회와 의견수렴도 연구원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충청도 태안에서 했고 ,다음주는 전북 무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정책 집행과정에는 충분히 참여하고 있지만 지방까지는 현실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지방지원 체제도 점차 만들어 나가겠다."

-문화 바탕위에 관광을 강조했는데

"관광의 광(光)자가 '빛 광'자다. 지역의 빛이 문화를 이루고 있다. 문화는 자연과 함께 관광에 있어 가장 밑바탕이자 근거를 이룬다. 관광은 문화를 가공하는 가공업체 같은 것이다. 잘 조화롭게 해서 잘 살도록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우선돼야한다. 가장 큰 역할 하나가 문화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책개발에 있어서도 그러한 목표와 촛점이 맞춰져 있다."

-몸담고 있던 대학내 학과가 '관광개발학과'다. '관광 전문가'라는 측면에서 문화 전문인들의 우려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앞서 얘기했듯이 문화와 관광은 원래 하나다. 문화가 본질이라면 관광은 가공적 성격을 갖고 있다. 둘 다 놀이라는 측면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단지 문화가 먼저이고 관광이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의 차이일 뿐이다. 문화가 강해야 관광도 강하다는 것은 세계의 문화, 관광대국 사례를 보면 자명하지 않은가."

   
-지방의 문화, 나아가 관광산업이 매우 열악하다. 제주도만 봐도 그렇다. 어떻게 가야하나.

"전체적으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특수과제가 많은데 그 하나가 지방이다. 지방이 갖고 있는 문화와 관광의 특화 모델을 개발해 보는게 있을 수 있다. 특별자치도 원년인 만큼 연구원 차원에서 제주의 특화된 문화관광모형이 어떤가 제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로서는 육지 농경문화와 다른 제주해양문화, 탐라문화에 대해서도 지역문화의 특화성와 연결지어 규명해 보아야 한다. 제주도가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라고 하지만 한국관광의 시범적 선두주자로서, 개발 투자유치의 모델을 확립하고 주민참여형의 소규모 지역 개발 모델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항공과 해상 교통의 접근성에 대한 개선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개발해 내야한다."

-유독 지방의 네트워크를 강조했는데

"사실 전국은 지방이 모여 한국 문화관광의 네트워크를 이룬다. 재임기간에 가장 하고 싶은 것도 지방 지원의 확대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런한 차원에서 효율성 높은 지역, 지부 개념의 공간도 필요할 수 있다. 인터넷 시대에 있어 꼭 건물과 마땅한 사무실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발상이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각 지역의 '지부' 개념이 마련될 수도 있다. 3년 동안 부족하나마 지방의 지원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제주도에도 분명히 적용가능한 모델이 있다."

-사실 한국식 행정을 보면 '연구따로 실행 따로'의 부분이 없지 않다. 연구 및 개발 자체에만 매몰될 우려도 없지 않다.

"연구가 연구에만 그치는, 그리고 논의는 있되 실천은 없는 제주도의 현실은 사실 한국 전체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연구된 정책들이 비록 각 해당부서에는 유용하게 참고가 될지 모르나 책상 한켠에 쌓아놓는다면 연구가와 정책가도 회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연구되고 논의된 것들을 제대로 정책화 해내고 그 집행과정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평가하고 수정해내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참여정부가 문화관광정책을 정부혁신과제로서, 지방혁신과제와 함께 제1과제로 설정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 각 부서로 내려보낸 연구물 등은 정부부처 등에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 예산 삭감 등의 조치도 받게 된다."

-공모이긴 하지만 발탁 배경에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제주대 교수로 2000년에 발령을 받기 전까지, 지난 94년 내무부 전문직 공채를 통해 도청에 들어간 후  3년 동안(94년~97년) 정책 전문위원을 맡았다. 도정의 정책과 기획이 주 업무였다. 당시 도정 정책 분야에서 일하며 제주발전연구원을 만들고, 섬관광정책 포럼의 실질적인 기획자 역할을 해냈다. 지금의 '국제자유도시' 개념을 기획하고 창안해낸 '창안자'랄 수 있다. 물론 이전에 기자생활을 다년 간 한 경험도 있다."

   
-지난 2004년 재선거를 포함해 최근까지 도지사 예비후보에 출마했었다. 미련은 없나

"조심스럽다. 사실 제주도지사를 해보고 싶었던 것은 제주도를 아름답게 만들고 인간적으로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만약 도지사를 하지 않으면 그러한 고민은 하지 않을것인가에 대한 반문이 가능해진다. 제주도를 살기좋게 만드는 정책개발에 대한 고민은 어디가든지 하게 될 것이다. 단지 문화정책연구원이란 국책연구기관인 만큼 한국적 시각에서 고민하고 한국사회에 유용하게 적용시키는 문제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제가 갖고 있는 꿈과 컨셉만 누군가 실현시켜 준다면 도지사의 대한 꿈은 미련없이 버릴 수 있다. 앞으로 탄생할 특별자치도와도 긴밀하게 도움과 협조를 주고 받을 것이다."

-제주 출신으로서 기대가 크다. 서울 생활이 생소하진 않은가.

"12년 만에 서울로 다시 간 셈이다. 94년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내려와서 꼭 11년이 지났다. 공항 근처를 좋아하는 것 보니 제주사람인 것 만큼은 확실하다(웃음). 연구원도 강서구 방화동에 있다. 집도 공항 근처 일산에 얻었다. 현재 국립국어원과 한 건물을 (빌려)쓰고 있는데 새 공간을 얻어내는 것도 목표다. 어째튼 금요일 밤에 와서 월요일 아침에 가는 역기러기 아빠가 되야할 처지인 것 같다."

-가족 관계는 어떤가. 음주와 담배는 어느 정도?

"현재 주량은 전무하다. 사실 기자 생활때까지 죽음의 문턱까지 간 폭주가였다. 90년대 초까지  그런 시절이 있었다. 주변의 지인들은 지금도 성격이 개벽했다고 했다고 할 정도로 놀라워한다. 술 철학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일가견을 갖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술자리까지 가지 않는 것 아니다. 누구보다 대화를 좋아한다(웃음). 가족은 부인과  1남을 두고 있다. 제주대 경제학과에 다닌다. 아들도 아빠와 같이 천생 '제주 촌놈'인것 같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오랜만의 서울 생활이지만 스스로 제주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더 배우고 볼륨을 키우는 계기로 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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