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41) 청춘21 / 원더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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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d Moon / 원더버드(2002).

아내의 무덤에서 런닝 바람으로 벌초를 하는 국민가수 조용필의 모습을 아침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원래 아침 텔레비전은 이문재의 시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처럼 아침에 나오면 슬픈 영상들이 있다. 열병을 앓던 청춘을 지나 중년의 어느 선술집에서 그저 푸념이 아닌 한 층 고양된 심정으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라고 별리를 말하는 노래. 하지만 여전히 그러지 못하는 속내를 감추지 못한다. ‘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으나 ‘소중한 건 옆에 있’었으나 ‘하늘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었던 지난 삶 아닌가. 생물학적 나이로 보자면,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중반 정도의 마음 아닐는지. 그렇다면 ‘먼 길 떠나려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바로 나 자신일 가능성도 크다. 가수 이장희는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를 통해 ‘그때도 울 수 있고 가슴 한 구석엔 아직 꿈이 남아있을까’라고 노래했다. 이제 말 그대로 노인이 되어 읊조리듯 부르는 노래 속에 온갖 감정들이 아르페지오로 다가온다. 그래, 김현식이나 유재하처럼 요절하지 않고 무사히 청춘을 건넜다면 노래라도 흥얼거리자. ‘그래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잊지 못할 그 추억 속에 난 우리들의 미래를 비춰보’겠다는 말은 에드워드 핼릿 카도 역설하지 않았나. 역사는 과학이며 진보라는 것. 유재하 1집도 명반이지만 ‘원더버드’의 음반들도 모두 명반이다. 그 중에 2집 ‘Cold Moon’, 그 중에 ‘청춘 21’. 비트는 심장 박동소리에 기원을 두고 있다. 내겐 심장 뛰게 하던 것들이 사랑과 음악과 시였다. 이 셋은 순서를 바꿀 뿐 항상 트라이앵글처럼 삼각을 이뤄 나의 뿌리이자 나뭇잎이었다. 내겐 이제 몇 곡의 사랑과 음악과 시가 남아 있는 것일까.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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