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5억$, 투자비 아닌 자본금…신규카지노 사실상 불가능”

[이슈&분석] “5억$, 투자비 아닌 자본금…신규카지노 사실상 불가능”
신규 면허 대신 기존 면허인수→규모화 전략…람정제주개발‘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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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제주에서는 ‘의미 있는’ 세미나 하나가 열렸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 열렸음에도 제주사회의 ‘뜨거운 감자’만큼이나 관심을 모았다.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지방재정연구회(대표의원 신관홍)가 ‘제주도 카지노 산업이 지방재정 확충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였다.

경마와 함께 대표적인 사행산업인 카지노에 대한 첫 공론화의 자리이기도 했다. 물론 이날 세미나는 카지노와 관련한 사회적 병리현상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에 국한했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 민기 교수 “5억$ 투자 땐 신규허가?…No! 자본금 기준 사실상 신규허가 불가능”

이날 민기 제주대학교 교수(행정학과)의 주제발표에서 2가지의 중요한 정보가 제공했다.

‘카지노 허가요건’과 관련해 “제주에 투자하는 외국인기업들 중에서 카지노를 신규로 허가받을 수 있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첫째다.

이러한 주장은 제주특별법 제171조의6(외국인투자 촉진을 위한 ‘관광진흥법’특례)에 근거를 뒀다. 도지사가 신규 카지노를 허가할 수 있는 요건으로 ‘관광사업에 투자하려는 외국인투자의 금액이 미합중국화폐 5억달러(한화 약 5000억)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이 규정하는 외국인투자라 함은 ‘법인이나 기업의 주식 또는 지분’ 또는 ‘5년 이상의 장기차관’을 뜻하는 것으로, 투자사업비 개념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기업(주로 중국) 중 카지노업 허가를 받으려면 투자회사의 자본금 또는 장기차관의 총액이 미화 5억달러 이상 돼야 한다는 논리다. 즉, 자본금(주식)이 5000억원 이상 돼야 신규 카지노를 허가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민 교수는 “예래 휴양형단지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사업비다. 그 회사(버자야제주리조트) 자본금은 700억에 불과하다”고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었다.

그러면서 민 교수는 “어느 투자자가 자본금 5000억원 짜리 회사를 만들겠나. 제주특별법 제171조의6에 의하면 도내에서 신규 카지노 허가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 같은 민 교수의 주장이 맞다면 앞으로 카지노를 운영하려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기존 면허를 인수받는 방식으로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 “카지노 면적 1㎡ 늘면 매출액 3170만원 증가” 역시 황금 알 낳는 거위

이와 함께 이날 세미나에서 눈길을 끌었던 건 카지노 매출 영향 요인분석 결과다.

입장객이 카지노에 머무는 시간, 배팅금액, 입장객 수, 영업장 면적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이용객 1명이 늘면 매출액은 연간 25만1000원이 늘고, 영업장 면적이 1㎡이 증가하면 매출액은 3170만원 증가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는 카지노를 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는 지를 설명하는 계량화된 지표로서 의미가 크다.

문화관광체육부가 2014년 5월 기준으로 파악한 도내 8개 카지노의 영업장 면적은 1만5766㎡. 2014년도 매출액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3년 매출액이 2169억여 원이고, 전년 대비 매출액이 50% 이상 증가한 점으로 미뤄 3000억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중국의 란딩그룹과 싱가포르의 겐팅이 합작해 설립한 람정제주개발이 신화역사공원에 추진하는 복합리조트 내 카지노 규모는 무려 1만683㎡에 달한다.

여기에 중국 녹지그룹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에 계획된 카지노 면적은 9100㎡. 도민 반대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건물 층수(56→38층)를 낮추는 것과 함께 카지노 면적을 200㎡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카지노 면적은 8900㎡나 된다.

두 외국인투자자가 계획하고 있는 카지노 면적만 1만9583㎡로, 기존 8개 카지노의 영업장 면적을 전부 합친 것(1만5766㎡)을 훌쩍 뛰어넘는다.

◇ 원 지사 “국제적 카지노 2~3개 필요”…기존 면허 인수→규모화, 짜고 치는 고스톱(?)

이 대목에서 불현듯 원희룡 지사가 최근 중국출장에서 했던 “국제적 규모의 카지노 2~3개 허용 가능성” 발언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4박5일간 중국을 방문한 원 지사는 당시 베이징 한국특파원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제주도에는 제한된 지역에,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카지노 2∼3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신규 카지노 허가’ 논란으로 번지자, 제주도는 즉각 “원 지사의 원칙은 제도개선과 감독기구, 영세한 기존 카지노 정비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제도개선과 기존 카지노 정비가 되면 싱가포르처럼 국제적 카지노가 2~3개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진화에 나섰다. 신규 카지노 허용을 염두에 발언은 아니라고 적극 항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원 지사의 “국제적 카지노 2~3개 필요” 발언은 왜 이 시점에서 나왔을까. 민기 교수가 밝힌 ‘5억 달러의 비밀’에서 원 지사 발언의 행간을 읽을 수 있다.

이미 민선6기 도정과 두 거대 외국투자자들이 ‘작전’을 짠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신규 허가가 아닌 기존 카지노를 먼저 인수해 국제적 규모의 2~3개로 구조조정하기 위한 우회로를 택한 것일 수 있다.

원 지사 입장에서는 ‘신규 허가는 없다’던 약속도 지키고 영세한 제주 카지노업계 지형도를 세계적 수준의 2~3개 카지노로 재편하는 구조조정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이를 통해 제주도는 세계적 관리감독기구 설립을 통한 카지노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 매출액의 20% 가량을 관광진흥기금(현행 매출액의 10%)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 이는 5단계 제도개선으로 추진 중이다.

민 교수의 계산법이라면 카지노 면적 2만㎡(매출액 6340억) 기준 1200억원의 세원을 확보할 수 있다. 연간 가용재원이 2000억원 수준인 제주도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원 도정에서 말하는 카지노 운영의 투명성을 높일수록 매출액 규모는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매출액이 늘면 자연히 제주도의 재정확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신화역사공원 내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람정제주개발은 이미 하얏트호텔카지노 벨루가오션(주)을 인수했다. 드림타워 파트너인 중국 녹지그룹도 기존 카지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말이 많다.

1㎡당 3170만원, 1만㎡면 연간 3170억원이 매출액이 발생하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카지노를 두고, 세기의 도박이 지금 제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도박의 섬’이 될 거라는 우려 속에 과연 남는 장사가 될지, 아니면 밑지는 장사가 될지 판단은 도민 몫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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