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열 시인, 다섯 번째 시집 '빙의' 출간

30년 넘도록 시를 써온 그가 말했다. 시인은 ‘씌인 사람’이란다. 그렇게 그의 다섯 번째 시집은 <빙의>라는 이름이 붙었다. 4년 만에 시집을 낸 김수열(57) 시인의 이야기다.

지난 2011년, 네 번째 시집 <생각을 훔치다>로 문학상을 타면서 30 여 년 줄곧 써오던 시를 쓰는 데 더 신중해졌다. ‘정말 나는 시인이 맞나?’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단다. 하지만 낮고, 여리고, 약한 것들이 말을 걸어왔다. 씌인 듯 받아 적었다. 그렇게 다섯 번째 시집이 엮였다.

바람붓으로/노랫말을 지으면/나무는 새순틔워/한 소절 한 소절 받아 적는다//바람 끝이 바뀔 때마다/행을 가르고/계절이 꺾일 때마다/연을 가른다//이른 아침/새가 노래한다는 건/잠에서 깬 나무가/별의 시를 쓴다는 것//지상의 모든 나무는/해마다 한 편의 시를 쓴다 -나무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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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삶의 가난과 고통 속에서도 그의 장기인 경쾌한 언어 감각과 반전의 익살을 통해 삶의 비애를 해학으로 전환한다”는 김진하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그의 시선은 일상과 자연에 머무르며 재기를 발휘한다.

나무, 오리, 개, 병아리 같은 자연의 대상물들에서부터 이미 죽거나 죽음에 임박한 사람, 장애인, 어린 시절 동무들, 해녀, 할머니, 길림성의 북한 사람, 베트남의 사람들을 만나 시를 쓰며 훈김을 불어 넣는다. 시인은 실생활의 다양한 소재를 시 작품으로 쓰면서 소재로 썼던 대상들의 생의 이면을 담담한 어조로 보여준다.

“김수열 시인만의 언어유희는 녹슬지 않았고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겸허하고 소박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의 배경이 한층 드넓어 졌다는 것”이라는 서평처럼 이번 시집은 제주에서 연변, 베트남, 모리셔스를 넘나든다.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김 시인은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생각을 훔치다’와 산문집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 등이 있다. 현재 제주작가회의 회장, 제주서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값 8000원.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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