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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을미년 탐라국입춘굿이 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축제의 시작을 알린 제주신화신상걸궁 현장. ⓒ제주의소리
2015년 입춘굿 마무리, 변화 시도하며 발전가능성 높여..."취지 걸맞는 지원 이뤄져야"

제주의 봄을 알리는 2015년 을미년 탐라국입춘굿이 성황리에 마쳤다. 매서운 추위, 주말 없는 일정 등 걱정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성과도 거두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올해 입춘굿은 2월 3일 오후 6시에 열린 제주성 거리제와 동서 미륵제를 시작으로 5일 오후 5시 흥겨운 대동난장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금토일’을 비켜간 일정임에도 누적 관람객 3000여명(목관아 입장객 및 국수판매 추산)을 기록하며 일요일이 속한 지난해 입춘굿 3500여명에 맞먹는 성과를 거뒀다.

변화를 시도한 구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마지막 날에 배치했던 본굿을 올해는 가운데 날인 4일에 배치해 을미년입춘굿, 친경적전 등 핵심 프로그램의 집중도를 높였으며, 주 행사장을 관덕정에서 목관아로 옮겨 보다 여유 있는 진행이 가능했다. 

특히 호장이 모형 나무 소(낭쉐)와 함께 목관아를 돌고 도민들에게 덕담을 전하는 친경적전은 2013년 도입된 이후 올해 핵심 순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어두운 원도심을 제주신화신상으로 밝히는 걸궁·거리난장도 분위기를 띄우는데 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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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호장으로 선정된 허향진 총장(가운데 검은 곳)이 낭쉐(모형 나무 소) 쟁기를 끄는 친경적전. ⓒ제주의소리
즐거운 3일이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볼거리가 가득한 마지막날 놀이굿 날씨가 눈발이 날리는 강추위로 돌변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었다.

입춘국수, 체험프로그램, 장터 등에 사용된 입춘화폐(나무엽전)는 올해 처음 도입되면서 취지나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실제 사용에 있어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이 높다. 

행사장이 목관아 안으로 들어가면서 넓게 공간을 사용했지만, 풍성하고 밀도 있게 내용을 채우는 것은 자연스럽게 숙제로 남았다.

일부 세대만이 향유하는 행사로 치부되지 않도록 젊은 세대들을 끌어들이는 홍보는 여전한 과제로 남겨졌다.

행사 관계자들은 탐라국입춘굿은 완성된 행사가 아닌 계속 연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욱 주목해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행사 진행을 책임진 최상돈 예술감독은 “이전에도 목관아 안에서 행사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올해처럼 크게 한 적은 처음”이라며 “어떻게 안을 꽉 채워나갈지 과제가 주어졌다고 본다. 입춘화폐 같은 시도는 바로 반응이 오진 않겠지만 꾸준히 진행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감독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입춘굿은 예부터 제주지역의 대표 행사였던 만큼 제주도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탐라국입춘굿은 제주시에서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 예산은 1억3000만원. 적지 않은 금액일 수도 있지만 3일 동안 제공되는 국수값과 인건비만으로 빠듯하다는 것이 최 감독의 솔직한 설명이다.

입춘굿을 주관한 사단법인 제주민족예술인총연합의 박경훈 이사장은 “입춘굿이 구성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지만, 제주시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문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탐라국입춘굿은 제주도 전체의 대표 축제였다. 앞으로 다양한 아이디어와 더 많은 지원을 통해 사실상 제주 전역을 아우르는 축제로 발전시켜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입춘굿의 취지도 현대에 맞게 설정하면서 보다 넓은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충고도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탐라국 시대의 입춘굿은 그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였다면, 현재 제주의 입춘굿은 1차산업을 비롯해 서비스업을 비롯한 다양한 직종의 풍요를 기원해 외연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를 살려 올해 입춘굿은 제주중앙지하상가를 행사의 중요한 파트너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 박 이사장은 “중앙지하상가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입춘굿과 함께하는 곳을 더욱 늘려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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