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복지칼럼] 우리나라 최초 '아르브뤼' 상설미술관 제주 개관에 부쳐
아르브뤼(Art brut)는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예술, 광기의 예술을 의미한다. 주로 정신장애인이나 재소자, 어린이 그림 등에서 발견되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형태의 미술을 지칭한다.
정신장애인들의 그림은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뉜 이성 사회에 대한 내재된 원초적 광기의 외적 표현이라는 것인데 스위스나 미국, 프랑스, 일본 등지에서 아르브뤼는 그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에너지로 표현된 독창적 예술 장르의 하나로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웃나라인 중국의 경우는 아르브뤼 작가 협회가 조직되어 있을 정도이다. 반면 한국은 아르브뤼의 예술성을 논하기에 앞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심각한 차별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오래된 통계이긴 하나 한국에서 정신장애인의 평균 입원 일수는 유럽권인 프랑스의 연 평균 입원일 35일(1998년)에 비해 233일(2008년)로 7배에 달하며 특히 타인에 의해 입원이 강제되는 비자발적 입원율이 프랑스 12.5%(1998년)에 비해 92.3%(2006년)로 사회에 통합되기보다 격리되어져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포기되는 암담한 수준에 처해진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정신장애인들은 그동안 사회적 위험성이 과장되고 장기적으로 정신병원으로 배제되어 격리되는 등 유해적 존재로 인식이 고착되어 왔다. 이 지점에서 아르브뤼는 인권적 시각에서 본다면 정신장애인의 자기옹호 도구로서 가치를 가지며, 예술작품 그자체로서 문화적 가치를 가지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탈피하는 매개로서 복지의 본질적 목적인 사회통합의 가치를 갖는다고 하겠다.
일본 등 외국에서 아르브뤼 작가로 유명한 주영애 작가는 2003년 정신병원 입원 중에 그림을 처음 시작했는데 그의 작품은 여러 장의 도화지를 이어 붙여 크레파스로 그리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의 작품 다수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하는데 원초적 리비도를 체화한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부처와 만다라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김용안 작가는 중국의 미술작가들에게 호감도가 높은 작가인데 얼핏 마구 그린 듯 하지만 일정한 패턴이 있고 ‘만다라’의 경우 예술성을 높이 인정받고 있다. 미술관에는 그의 작품 세 점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은 숲속 오솔길을 길게 따라 가야 한다. 관광객들이 자주 다니는 큰 길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그리고 미술관은 작고 소박하다. 차후 복층으로 증축예정이라고 하지만 90평방미터 남짓하다.
하지만 아직 다듬어 지지지 않은 야외전시장은 3만 평방미터 규모로 넓고 애초 생태복지를 추구하기에 포크레인보다는 삽, 목수를 자처하여 지금 정도 조성한 것도 1년 반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생태를 살리려는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이 공간에 아르브뤼 국제교류전은 물론 정신장애인의 인권향상을 위한 교류의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원희룡 도정은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겠다고 하였다. 문화적 가치가 제주의 부(富)를 창출하는데 중요하다고 하고 있는데 아르브뤼 미술관은 제주에 새롭고 창조적인 문화곳간을 채운다는 의미도 크다.
위치: 서귀포시 영남동 62-1
도로명 주소: 고군산로 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