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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미래 에코시스템 엔지니어링 연구소장 이학박사 이종우

재선충병 방제, 그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봄이 오는 데도 봄을 느끼지 못함은(春來不似春) 앞산의 소나무 숲이 푸름을 잃어, 동산에 올라도 호연지기를 느낄 수 없음이 가슴 저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제 경칩 (2015. 3. 6) 까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으니 봄은 문지방을 넘으려 다가서고 있다. 이는 곧 재선충병 매개충이 제철을 만나 활동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제주도 재선충병 방제본부는 넉넉잡아 매개충 우화시점을 3월 20일 경으로 잡고 이때까지 현재 발생한 고사목 전량을 제거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제거한 고사목은 20만본 정도로 올해 발생한 재선충병 고사목 약 40만본 중 절반 정도를 제거한데 그치고 있다. 남은 기간에 방제본부가 신기를 부린다고 해도 고사목 완전제거는 요원하기만 하다.

제거에 때를 놓친 고사목에서 재선충을 품고 있는 매개충이 우화되면, 주변 소나무로 재선충병이 전파될 것은 명약관화하니, 올해도 재선충병과의 전쟁은 지루하게 계속될 것이다. 이제 도는 2년여에 걸쳐 팔백억원 넘게 쏟아 부은  도차원의 재선충 방제가 실패하였음을 인정하고 더 늦기 전에 2차 방제의 후반기와 3차 방제의 밑그림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여야 한다. 더욱이 이제 한 달 후면 고사목 제거를 중지하고 항공방제 및 예방주사에 의존하는 후반기 2차 방제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니, 필자는 제주도 재선충병 방제본부가 주도한 제 2차 재선충병 방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언을 통해 제주도가 2차 방제 후반기와 3차 방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력을 하고자 한다.

神技 부려도 고사목 제거 요원...증상 없는 감염목까지 제거 '선제적 대응' 시급

제2차 재선충병 방제사업이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 가장 큰 이유는 고사목 전량 제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방제사업단은 잘못된 고사목 수를 예측한 용역 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나,  “용역기관에서 예측한 고사목 수에 맞춰 예산과 인원을 책정하였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고사목이 발생하였기에  전량 제거에는 실패하였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예측 조사를 수행한 용역기관에서 예상 고사목 수를 산출한 방법을 살펴보면 애초에 정확한 고사목 수 예측이 불가능한 방법으로 모델링이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제사업단은 용역기관의 모델링 기법을 해석할 능력이 없는 것인지 단지 예측조사를 했다는 구색을 갖추기 위한 용역을 수행한 것인지 도통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는 어느 경우라도 전문성이 부족한 행정관료가 수억원의 예산을 어떻게 낭비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어차피 발생 고사목 수에 근접조차 하지 못하는 예측조사라면 용역을 계속 해야 할지를 고려해 볼 문제다. 재선충병 고사목을 제거하는 이유는 고사목이 재선충과 매개충의 숙주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사목을 그냥 둘 경우에는 매개충은 고사목에 알을 낳고 이것이 성충이 되는 과정에 재선충에 감염되어 주변 소나무로 재선충을 전파하게 된다. 따라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는 반드시 제거해야만 하는 것이다. 미처 제거하지 못한 고사목을 매개충 유인목으로 사용하겠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는 도 관계자의 말을 듣고 실소를 금할 수가 없는데, 그럼 고사목에서 우화되어 나오는 매개충은 인근 고사목을 유인목이라 명칭을 바꿔 부르면 절로 미 제거 고사목으로 모여들어 방제의 부담을 덜어주는 선량한 매개충인가? 

지금처럼 재선충병이 광범위하게 전파된 경우는 재선충병 발생의 프론트라인(선단지)을 중심으로 이미 증상을 보이는 소나무뿐만 아니라 외형으로 증상을 보이지 않는 감염목까지 조기에 발견해 전량 제거하는 방법을 통해 더 이상 재선충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방법으로 방제를 진행해야 한다. 감염목 판별에만도 일주일 이상 소요된다는 변명에, 필자가 운영하는 실험실에서도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하면 하루에 수백본 정도의 고사목에서 감염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도가 이십년 전 산림청 프로토콜에 함몰되지 않고 몇 개의 실험실에 협력을 구한다면 하루 1천여본 이상도 문제가 아니다. 이른바 선제적 대응이다.

프론트라인에서는 화학약품도 사람 손으로 꼼꼼히 살포하여 새로운 숙주목을 찾아 이동하는 매개충도 확실히 방제해야 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감염목의 제거도 늦가을에서 초봄까지로 한정하지 말고 연중 실시하여 재선충병 청정지역을 서서히 넓혀가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런 과정이 지난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일라도 서서히 넓혀지는 재선충병 청정지역을 보면서 도민은 도의 관계자에게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다.

일본서도 항공방제 하는데 웬 딴지냐고? "제주는 곤충 신경계 작용하는 살충제" 

매개충이 우화하는 초봄부터 늦가을 까지는 매개충에 의한 재선충병 확산을 막는 방식으로 방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도 재선충병 방제사업단은 티아클로프리드 등의 저독성 살충제를 하늘에서 도포하는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지난 두 해 동안의 경험에서 지금 수준의 살충제 사용은 효과가 미미하다고 해서 그 양과 횟수를 두배 정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항공방제의 방법은 여타 국가에서는 생태계 파괴의 문제가 심대하여 이미 포기한 방식이다. 얼마 전 도 산하 재선충병 관련 연구소 소장이 찾아와서 일본 같은 주변국들에서도 항공방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왜 근거 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하는데, 일본은 지상방제를 보조하는 방법으로 무인헬기를 이용하여 수십킬로그램의 살충제를 필요한 곳에만 도포하는 것이나 제주도는 대형헬기를 이용하여 수 톤의 살충제를 광범위한 지역에 대량살포하는 방식이므로 일본의 경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항공방제와 같다고 할 수 없음을 설명한 적이 있다. 

항공방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합리화를 주장하기 위해 어처구니 없는 논리를 들이대는 도정이 가련하다. 사실 도에서 사용 중인 티아클로프리드는 고등동물에 저독성이기는 하나, 광범위한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하는 살충제이다. 또한 척추동물 이상은 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어 체내에 축적되지 않지만 대사율이 낮은 노인의 경우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이 보고되어 있는 약품이라 사용 시에 주의를 하여야 한다. 또한 제주도처럼 소나무가 밀식되어 있고 바람이 강한 곳에서 항공방제가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도 연구해 볼 문제다.

얼마 전 의정 질의 과정에서 도관계자가 항공방제 시에 매개충을 타깃으로 하여 방제를 실시하고 있고 생태계도 곧 복구된다고 하는데, 수톤의 살충제를 헬기에서 뿌리는 방식으로 항공방제를 하면서 어떻게 매개충을 타깃으로 하여 방제를 실시할 수 있으며 생태계도 곧 복구된다는 근거는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항공방제를 포기한 다른 국가의 경우를 겸허히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며 지금이라도 살충제 살포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항공방제와는 별개로 현재 광범위한 지역에서 예방약을 주사하는 사업도 시행 중이다. 그런데 필자가 채집을 다니며 관찰한 바에 따르면 예방약을 주사한 소나무의 상당수가 고사하고 있었다. 사실 재선충병 예방주사는 미국 화이자사의 일본 브렌치에서 개발된 상당히 효과적인 약품으로 알고 있어서 사용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교토 아마노하시다테 지역 방제 책임자인 교토대 타케푸미 이케다 박사와 함께 아마노하시다테 지역을 돌아다니며 방제법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는데, 일본에서 주사제의 부작용으로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주사구멍이 나무 당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상하여 예방약 주입을 위해 수십 군데 구멍이 뚫린 제주 노송을 보여주니, 어찌 이러고도 나무가 살아 있기를 바라냐고 되묻는다. 뭔가 찜찜하다. 우리는 일본에서 사용 중인 상품명 세이프가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확실한 것 같은데 예방주사의 효능 및 독성에 관한 검증이 충분히 되어있는 제품을 사용한 것인지 사용기준은 지키며 사용한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제주도에 물었더니 산림청→과학원→한라산연구소 돌고돈 끝에 "인원.예산 부족"

협력은 개인에게도 항상 이익이 된다. 따라서 인간사회는 협력에는 보상을, 배신에는 복수로 앙갚음을 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 이른바 게임이론의 팃포탯 (tit for tat) 전술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도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담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사회 전체의 이익에 반하여 움직이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마피아다.
제주도 재선충병 방제본부의 운영방식이나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묘하게도 마피아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고 느껴진다.

‘산림청(산림과학원)-도방제본부-도산하 연구소-방제업체’의 종렬구조 속에서 재선충병 방제/연구 예산을 독점하고 있는 것부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2년을 분탕질 했으면 누군가 책임질 사람이 있을 것도 같은데 오히려 포상을 받는 구조에 이르기 까지 민간부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필자는 제주도 재선충 방제본부에 질의할 기회가 있어서, 매개충의 우화시기에 맞추어 방제 방법을 바꾸고 있으면 제주도는 육지부와 매개충 우화시기가 다른 것 같으니 매개충 우화시기를 결정하는 일 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었다. 이에 제주도 재선충 방제본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이미 인식하여 산림청에 연구를 요청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산림청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이 문제를 산림과학원에 지시했다고 했다. 산림과학원 관계자에게 물어보았더니 제주도 한라산 연구소에 연구를 의뢰했다고 한다. 다시 한라산 연구소에 물어보니 인원 및 예산 부족으로 원인파악을 아직 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경우 누가 잘못한 것인지, 책임회피인지 안개 속 행정이다.

재난 수준의 재선충병 확산을 막고  제주도 소나무 숲을 지켜내려면, 제주도 재선충병 방제본부 부터 환골탈태해야 한다. 민간을 동등한 파트너로 받아들여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지금의 폐단은 계속 될 것이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여 상 받을 사람은 상을 받고 벌 받을 사람은 벌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제주도 재선충병 방제본부는 ‘산림청-산림과학원’와 함께 제주형 재선충병 방제법 개발을 위한 연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시 실패한 과거의 답습이다. 게다가 올해는 재선충병이 경기도 까지 치고 올라갔고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혼재 양상 등 재선충병 확산 양상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육지부 매개충 예찰만으로도 산림과학원 전체 인원이 동원 되어야할 형국이다. 청와대 뒷산(북한산)이 벌겋게 변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산림청과 산림과학원이 유독 제주형 방제법 개발에 열의를 가질지는 의문이다.

제주도는 이제 중앙에 의존하려는 관성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고 관피아적 사고에 매몰된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아름다운 제주의 미래는 없고, 대를 이어 천하의 자연환경을 물려준 선조에게 불효이며 후손에게는 욕보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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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박사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사대부고를 졸업(5회)하고 서강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미국 노틀데임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신경생물학(Neuroscience)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강대에서 연구교수를 지내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대에서 연구교수로 지냈다. 2013년에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수행으로 망막색소변성증 등 퇴행성 시신경 질환 발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밝혀내 전국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유전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 2013년 6월6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최근 2년간 세계재선충학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관련 논문과 특허 개발에 열중하고 이다. 2013년 8월에는 재선충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주)유소를 설립해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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