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화장실일꾼들, 제주의 아름다운 화장실 테마 연수

전국의 화장실 일꾼들이 제주를 찾는다. 이유는 단 하나, 제주의 화장실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친정과 뒷간은 가급적 먼 게 났다'는 옛말이 있듯이 냄새 나는 화장실은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코를 틀어막고 잠시 있다 황급히 빠져 나오는 곳이었으나 이제는 다르다. 화장실이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이번에 제주의 화장실을 구경하기 위해 오는 인사들은 '한국화장실협회(회장 심재덕)' 소속 임원 80여명으로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2박3일 동안 제주 전역을 돌며 아름다운 화장실을 체험(?)한다.

이들이 제주방문에서 찾는 곳은 언뜻 보면 관광지 일색이다.

▲ 이제는 어엿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아름다운 화장실들.
29일에는 성읍민속마을과 섭지코지, 구좌 비자림, 김녕만장굴, 조천 항일기념관을 보고, 다음날에는 마라도, 서귀포시 걸매 생태공원, 그리고 중문관광단지를 들린다. 마지막 날에는 목선원과 절물휴양림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 관광객들처럼 관광지를 찾아 아름다운 비경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주 목적은 화장실 구경이다. 대한민국 관광지 1번지인 제주도가 관광지 화장실을 어떻게 꾸몄으며, 관리하고 있는지, 또 관광객들의 이용수준은 어떤지가 이들의 관심사다.

첫날에는 다섯 군데 화장실을 둘러 본 후 이틀째에는 마라도까지 넘어사 섬속의 섬 화장실을 본다. 아침 식사하고 화장실, 점식 심사하고 화장실을 본다. 그리고 그날 저녁 화장실 구경을 마친 이들은 또 저녁 식사 후에는 제주의 화장실에 대해 토론하는 등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다. 오로지 화장실에서 출발해 화장실로 끝이 나는 일정이다. 이들이 제주를 찾는 행사 몀칭도 '전국 아름다운 화장실 테마연수'다.

이들은 2년전에도 제주의 화장실을 찾았었다. 이번에 또 다시 제주의 화장실에 '매료(?)'돼 두번째 화장실 투어에 나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처럼 ‘냄새나는(?) 화장실에 매달리고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에게 화장실은 '뒷일(?)'을 처리하는 그런 불결한 곳이 아니다. 화장실은 휴식공간이자 그 지역 문화 척도이다. 이제는 화장실에도 ‘문화’라는 단어가 어엿이 붙어 ‘화장실 문화’라는 표현이 전혀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장실이 새로운 건축문화로까지 발전한지 이미 오래다. 단독주택 건축비가 평당 250만원 수준이라면 최근 공공기관에 들어서는 화장실은 평당 400만~500만원 수준이다. 제주시 신산공원 화장실은 평당 488만원으로 2억원을 들여 지어 놓았다. 서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지만 모든 시민들이 반드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공공시설임을 감안할 때 화장실에 대한 인식도 이제는 바꿔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심재덕 회장을 비롯한 전국의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어 나가는 일꾼들은 지난 수년 동안 이와 관련한 일을 하면서 공중화장실법까지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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