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초대석] ‘침 뜸의 대가’ 김남수 옹 “보건은 병을 고치는 일...돈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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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했던가.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그에게는 정말 그러했다. 1915년생. 만 10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자세는 꼿꼿했고, 눈빛은 형형했다. 얼굴에선 잡티 하나 찾기 어려웠다. 

‘침 뜸의 대가’ 구당(灸堂) 김남수 선생 얘기다. 그는 자신의 장수 비결을 ‘뜸’이라고 단언했다. 매일 한번씩 스스로 놓는 침 뜸.

안 믿을 수 있겠는가. 눈 앞에서 지금이 ‘100세시대’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데 말이다.

왜 침 뜸이 장수의 비결인지, 선생은 한가지 증거(?)를 더 들이댔다. 회원(뜸사랑봉사단) 5000여명이 다 무병장수중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건강)보험증을 조사해보라신다. 저만 타고난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언론에선 도통 곧이 믿으려 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진짜 비결’이 따로 있지는 않은지, 심지어 몰래 뭘 먹는 건 아닌지, 문 앞에서 밤을 새가며 엿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라 안팎을 오가는 왕성한 활동은 더욱 그의 말을 부정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홀 수 달에는 중국, 짝수 달엔 국내. 어김이 없다. 시술(무료)도 시술이지만, 침 뜸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국내 제도권이 끈질지게 ‘자격’을 문제삼다 보니,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든든한 발판이라 여겼는지, 초청이 쇄도하는 중국행이 더욱 잦은 것 같았다.   

‘환자 없는 세상, 의자(醫者) 없는 세상’을 갈망해온 선생은 ‘무극보양(無極保養)뜸’을 창시했다. 선생의 설명에 따르면 시간, 장소, 인종, 종교, 빈부,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개발한 요법이다. 예방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세계 유일의 의학이라는 소개도 있었다. 말그대로 의사가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다.  

그래서 선생에겐 혼자만 간직하는 비방이 없다. 책(‘뜸의 이론과 실제’-구당의 80여년 뜸에 관한 임상경험의 결정체)을 통해, 시술을 통해, 때로는 교육을 통해 모든 것을 꺼내놓는다.

회원들 전부가 ‘붕어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배워서 남주자’는 모토와도 맥이 닿아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침 뜸은 무엇입니까?" 양(陽)과 음(陰), 불가분의 관계, ‘(균을)죽이고 (환부를)자르는게 아니라, 이길 수 있는 힘을 살려서 몰아내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가지 더 질문했다. ‘의자(醫者)는 어때야 합니까?" 선생은 곧바로 “돈 벌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랬다. 선생의 말마따나, 돈을 벌고자 했다면, 돈으로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선생은 지난6일 회견에서 제주에 ‘제2의 구당촌’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천혜의 자연, 물 좋고 공기 좋은 제주에서 침 뜸을 하면 금상첨화라고 했다. 세계인이 제발로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미 5년전에 제주 지인과 구상을 끝내고 거처까지 고민하던 차에 한의사회가 ‘자연치유 제도화’를 반대하며 들고 일어서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후 선생은 자신의 고향인 전남 장성에 무극보양뜸센터를 세웠다. 이게 거꾸로 됐다는 것이다. 애초 제주에 센터가 생겼다면 장성이 제2의 구당촌이 됐을 것이라는 의미다.

회견 직후 <제주의소리>를 찾은 구당 선생과 2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평소 3시간 가량 강연을 할 때도 앉는 법이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질문을 던질 때마다 열정적인, 쉴새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101세에도 국내외서 활동 왕성...한류 중 제일이 침 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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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은?
“홀수 달에 중국에, 짝수 달엔 국내서 지낸다. 우리 것을 중국에 알려주고, 무극보양뜸을 중국을 거쳐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중국의 요청이 그렇다. 침뜸을 알리기 위해선 중국과 자주 접촉할 수 밖에 없다” 

-얼마전까지 서울역에서 구담클리닉을 운영하셨다고 들었다.
“지난해말까지 2년동안 했다. 철도청 쪽의 제안이 있었다. KTX 기장들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3시간 곧장 가는데 가끔은 왕복도 한다. 그러면 6시간 동안 앞만 보고 가게 된다. 꼼짝 못하는게 안타까웠는지 그 분들에게 (침뜸을)해주는 게 좋겠다고 요청이 들어왔다. 돈 벌 목적은 아니었다. 예전에 집에서 할 때, 하루에 50명을 치료했는데 오는 순서대로 하니 싸움이 나고 그랬다. 전날 저녁부터 와서 써놓고(접수하고) 가면 누군가 와서 그걸 뜯어버리고, 그러다 싸움이 나고, 그래서 경찰이 쫓아오고. 그 폐단을 없애려고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았는데 서울역 같은 경우는 3초면 끝나버렸다. ‘땡’ 하면 끝이다. 또 그런 어려움이 있었다. 중국에서도 예약제를 하니 한국에서 예약을 해놓고 중국까지 와서 치료를 받는다”

-‘자격’ 문제로 많은 고초를 겪으셨는데.
“우리나라의 법이 잘못됐다. 침 뜸은 법을 가지고 한 게 아니다. 우리의 생활문화다. 한류중 제일이 침 뜸이다. 우리의 문화였기에 법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면허와 자격은 엄연히 다르다. 면허는 업(業)으로 하라고 정부가 주는 것이고, 자격은 돈벌이와 관계가 없다. ‘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자격이다. 우리(한국정통침구학회)는 엄격한 시험을 거쳐서 합격한 사람에게 ‘안다’고 하는 자격을 주는 건데, 한의사들은 그걸 면허라고 생각해 계속 트집을 잡았다. 그것 때문에 경찰에, 판검사 한테 불려가고, 법정까지 가고...(결국은)자격이라는 말도 못하게 해서 ‘회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한의사들도 한의사 면허이지, 침구사 면허는 아니지 않는가? 뭐 어쨌든 남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한국정통침구학회는 어떻게 운영되나? 
“우리는 철저하게 교육을 시킨 후 엄격한 시험을 거친다. 정회원들은 시험을 치러 합격한 분들이다. 학회 내 시험이다. 의사든 한의사든 약사든 (그 분야의)시험을 보면 떨어지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우리는 많아봐야 합격률이 80%다. 교수 같은 사람들도 세 번씩 떨어진다. 의사들도 300명 정도가 이 교육을 이수했다. 우리 회원들은 분명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무료봉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수가 5000명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의사도, 한의사도, 다 우리 것을 하지 못한다. 우리는 전 세계에 가서 교육자가 될 수 있다”

(이때 ‘회원’이자 구당의 제자인 고계수씨가 설명을 곁들였다)
“원래 비방을 가르쳐주지 않지만, 선생님(구당)은 다 가르쳐주신다. 중국 의사들이 놀라는 것이, 그런 것을 동양의학은 다 숨긴다. 나만 알아야 한다는데, 책으로 교육으로 다 알려주신다. 회원들은 전부가 붕어빵이다”

무극보양뜸은 어떤 구분도 없고 누구나 직접 가능...‘의사 없는 세상’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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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당)“‘배워서 남 주냐’고 하는데, 우리 모토는 ‘배워서 남주자’이다. 비방이니 이런 게 있을 수 없고 다 똑같다. 세계 어딜 가든 우리 회원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다. 교육자가 될 수 있다. 의사, 한의사도 아픈 거 없애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예방도 할 수 있으니 훨씬 낫다. 지난해 5월 중국에서까지 제주에 와서 (무극보양뜸)국제연맹을 결성하고, 같은해 10월에는 러시아에 가서 국제연맹 이사회를 결성했다”

-직접 창시한 무극보양뜸에 관해 설명해달라.
“무극보양은 ‘끝이 없이 좋다’는 뜻이다. 둥그렇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은 하나도 걸림이 없다. 국경, 인종차별, 종교차별, 남녀노소, 빈부 아무 것도 없어도 된다. 병이 있는 사람한테도, 없는 사람한테도 쓰인다. 서양의학에서는 세균의학이라고 해서 균 찾아서 죽이고 잘라 버리고 그런다. 여기서 더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 동양의학인 침과 뜸은 병이 있는 사람에게도, 병이 없는 사람에게도 좋다. 제 몸이 확실한 증거다. 병이 없는 사람, 서양의학에선 그건 의미가 없다. 동양 의학은 미리 앓지 않게 하는 것이 있고, 앓을 때 낫게 하는 것 두 가지다. 미리 앓지 않게 하는 건 보약이니 예방이라고 말하고, 앓는 사람은 그냥 치료라고 말한다. 뜸은 두 개 다 된다. 다른 건(의학은) 두 개 다 될 수 없다. 병이 없는 사람이 먹는 것이 보약이고, 병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병약을 써야 한다”

-선생님의 몸 자체가 무극보양뜸의 효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의 말씀을 많이 듣고 여태 잘 써먹고 있다. 어른들이 그런 말씀을 하신다.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한다. 제가 언론과 가끔 농담도 한다. 요즘 언론들은 입은 바른데 말을 비뚤어지게 한다고(웃음). 제가 이 나이까지 사니까 장수만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뜸 때문에 그런 줄은 모르고. 방송에서 우리 집 문 앞에서 자면서, 제가 어떻게 자는지, 뭘 먹는지, 심지어 밥 먹을 때면 또 다른 비결이 있는지 가끔 조사를 당한다. 전혀 아니다. 저만 이러면 내가 타고난 거라고 말씀드릴 텐데. 저희 회원들이 95세도 있고 똑같이 늙었다. 뜸뜨고 그런 분들은 저와 똑같이 오래 살고 일을 하고 봉사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봉사이다”

-‘정통침구학회’ 중 ‘정통’의 의미는?
“이쑤시개도 없고 약도 없고 오로지 침과 뜸, 딱 두 가지만 갖고 환자를 보고 안 아프게도 하는 것이다. 침 뜸이 정통이다”

-침 뜸을 연구하게 된 배경은?
“11살 때 선친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는 것이 그것 뿐이다. 학교 문턱이라고는 가보지도 못했다. (당시는)한학만 알면 됐다. 선친으로부터 그걸로 쭉 오게 된 것이다. 사실 제가 침 뜸하면서 <뜸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썼다. 국내엔 침구의학 서적이 없었다. 동의보감에 끝 부분에 침구(에 관한 내용이) 조금 들어있을 뿐이다. 그걸 가지고 한의사들이 쓴다. 저는 침 뜸 밖에 모른다. 직접 해서 알고 있다. 학문으로는 그런 게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가르치는게 없다. 역사적으로 침 뜸은 주로 일본에서 연구를 했다. (태평양)전쟁에서 폭격 맞고 없어져 버리고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치료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이론을 빌려와서 책을 썼다. 그 뒤로 하다 보니 너무 좋은 것이고,  사실은 의사의 손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알기만 하면 집에서도 뜰 수 있고 이렇게 좋은 것이더라”

어떤 사례에도 손사래, 환자에 소홀한 제자엔 호통 “돈 벌이 하자는게 아니”

-어떤 경계도 없는 무극보양뜸, ‘배워서 남주자’는 모토, 비법이 따로 없는 붕어빵 요법, 이런게 모두 ‘환자 없는 세상, 의자 없는 세상’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환자가 없으면 나라가 부자가 된다. 나라가 부자가 되면, 그 나라 국민도 부자다.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회원들은 그걸 지키는 사람들이다”
(고계수씨)“선생님은 ‘음료수 하나라도 받아먹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집에 환자들이 와서 당신이 가진 침과 뜸으로 치료해주면 이 사람들이 미안해서 음료수라도 주려고 하는데 절대 받지 않는다. 5000명의 제자가 그 동안 150만 명 치료하는데 침이고 뜸이고 스스로 준비해서 하는 것이다. 재벌이나 환자들이 돈을 주려고 하면 ‘차라리 재료를 사달라’고 한다. 그걸 가지고 무료로 봉사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겨울에 치료할 때 아무리 추워도 따뜻하게 입지 않으신다. 환자들은 추운 채 있기 때문이다. 택시 타고 환자를 보러 갈 때면 미리 내려서 걸어가신다. 택시비를 주려고 할까봐. 제자들이 치료하다가 환자에게 소홀하면 그 자리에서 호통 치신다. 저희는 10년, 20년 해도 못 따라간다”

(구당)“왜 그러냐면 가끔 노인들이 박카스 같은 거라도 사 보낸다. 그럼 다시 돌려보낸다. ‘없는 분들은 어찌하느냐’고, ‘다른 분도 괴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해서 다시 그런 일이 없게 한다”

-의자(醫者)는 어때야 하는지 말씀해달라.
“서양의학에서 의료는 주사기와 매스를 가지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원래 그런 구분이 없었다. 그냥 의원이었다. 의원은 침 뜸을 하는 사람이다. 의원이라는 것도 높여서 하는 이야기고 사실은 침쟁이다. 침쟁이라는 말도 어렸을 땐 상당히 거북했다. 앞에선 선생님 그러다가도 없는 데선 침쟁이라고 했다. 그것 때문에 (침 뜸을)안한다고도 한 적이 있다. 지금에 와선 저도 침쟁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쟁이’라는 것은 글을 몰라도 된다. 죽은 뒤에도 문화재가 될 수 있다. 박사는 거기에서 끝난다. 글을 모르면 박사가 될 수 없다. 글도 최고도의 학문을 해야만 박사가 된다. 그런데 박사는 죽어버리면 없어진다. 그 이름이 없다. 살아있을 때만 박사님이다. 쟁이는 죽은 뒤에도 영원히 본을 받아서 배워서 쓸 수 있다. (사람들은)보건과 복지를 구분 못한다. 보건은 병을 고치는 것이다.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 복지는 돈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돈을 들여서 편하게 해주고 도와준다는 뜻이다. 보건은 돈과 관계가 없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마냥 싸움을 한다. 의사와 한의사가 싸운다. 우리(회원들)는 마냥 주기만 하니까 싸울 일이 없다. 우리에겐 시비를 붙여도 걸리지 않는다. 주기만 하는 사람과 무슨 싸움이 되나. 돈벌이 때문에 싸우고 그래서는 안 된다. 전 세계를 다녀보니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 저는 그런 말을 한다. 병원에 가서 침 맞고 싶은 사람 맞고 그러면 된다. 아프다는 이야기만 하고 치료해주는 사람이 진찰을 해서 자를 거다, 죽일 거다, 그러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런데 동양의학, 침 뜸은 죽이고 자르지 못한다. 살리는 것을 한다. 그대로 놔두고 살린다. 균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살려서 몰아내는 것이다. 죽이는 게 아니다. 침 뜸으로 어떻게 죽이겠나. 그게 치료다. 우리는 돈벌이  하자는 게 아니다. 만일 제가 돈을 벌었다면 돈으로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서울에서 부자들이 병 고쳐주면 ‘땅을 몇 천 평 준다’ 그런 말도 했다. 노인들이 내 가운에다 사탕 넣어둔다고 했는데, 진짜 그런다. 내가 침을 맞아보면 어떨 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노인들이 이래서 모르게라도 사탕을 넣는 거구나 그런 생각은 해본다”

침과 뜸은 양과 음...죽이지도 자르지도 않는 자연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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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뜸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침과 뜸은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음양이다. 침은 양이고, 뜸은 음이다. 항상 같이 해야 하는데 침은 안하고 뜸만 해서 되는 수가 있다. 침은 또 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쑤시개도 안 된다. 왜 침은 금속으로 만든 쇠꼬챙이가 아니면 안 되냐. 전기는 쇠가 아니면 절대 통하지 않는다. 우리 몸에도 전기가 있다. 기라고 말한다. 기가 통하는 줄이 전깃줄과 같은 것이다. 과학의 발달로 10여 만km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짧은 사람은 짧은 대로, 긴 사람은 긴 대로. 그 길이는 무엇을 말하느냐? 혈관이다. 몸 안의 혈관이 전깃줄이다. 사람 몸 안의 전깃줄은 혈관이다. 중국에선 이것을 경락이라고 한다. 줄기라고 그런다. 전기라고 하지 않는 것이, 전기를 모를 때여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침은 줄 없이는 안 되고, 그 줄은 쇠가 아니면 안 된다. 사람 몸에도 쇠 길이 있다. 뜸을 뜨는 것은 사람 몸 안에 쇠 줄을 만드는 것이다. 혈관을 만드는 것이다. 쇠가 무엇이냐? 사람이 뻣뻣해지면 움직이지 못한다. 사람 몸 안의 쇠는 쇳가루로 돼 있다. 뜸을 하는 것은 쇳가루를 만드는 것인데, 쇳가루는 적혈구다. 뜸이 바로 쇳가루, 즉 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뜸과 침은 불가분의 관계다. 현대의학으로는 피를 만드는 게 없다. 철분이 모자랄 때는 여자들의 경우 애 낳고 출혈이 있거나 남자들은 코를 다쳐서 피를 흘린다거나 상처가 날 때다. 사람이 어지러운 건 현대의학에선 빈혈이라고 해서 쇳가루를 먹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인들이 그런 일이 생기면 철분을 먹이는데, 대장간에서 쇠를 달군 물을 마시곤 했다. 쇠줄을 만드는 것이 뜸이다. 혈관에는 쇳가루인 피가 들어있다. 당장 조사해보면 안다. 피가 모자랐을 때 뜸을 뜨면 어지러운 것이 금방 없어진다. 제가 보통 강의를 하면 세 시간 정도 서서 하는데 물도 마시지 않는다. 뜸이라는 게 계속 침을 만들어준다. 피로도 모르고 말을 하다보면 오히려 점점 야물어지게 된다. 그게 바로 뜸이다. 해본 사람들은 안다. 이렇게 좋은 거라는 걸 나도 알고 제자들도 안다. 사실이 아니라면 그럴 수 있겠나?”

-무극보양뜸을 자연치유로 이해해도 되나?
“그대로 놔두고 살려서 하기에 자연치유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학이 있기에 그 말이 더 분명하다. 서양의학은 죽이고 잘라버리는 것이다. 그건 인위적인 것이지 자연이 아니다. 중국에선 그걸 ‘보사(補瀉)-원기(元氣)를 돕는 치료법과 나쁜 기운을 내보내는 치료법을 통틀어 이르는 말)’라고 하는데 아니다. 예전엔 보사라고, 기라는 것만 알고 전기는 몰랐다.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보사를 할 수 있나? 맞지 않은 이야기다. 어쨌든 우리 인체가 그렇게 작용하는 것인데, 찌르면 금방 통하게 되니 분명하다. 통하는 것. 침이라는 것은 기를 통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아무데나 찔러서 되는 건 아니다. 우리 인체는 전부 연결이 돼 있다”

뜸센터, 애초 제주서 시작하려 했는데 무산...외국인 많이 오게 할 것

-자연치유 측면에서 제주가 최적지라는 언급을 하셨다.
“제가 얘기할 수 있는 건 침 뜸을 했을 때 좋아진다는 것이다. 안하고도 좋아진다고는 할 수 없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이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다. 그것만 가지고도 크게 도움을 받는 곳인데 침 뜸을 하면 더욱 좋아진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침 뜸만 해서는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좋아지게 하는 건 우리 몸의 오장육부다. 우리 몸에 필요한 걸 조절하는 데다. 우리가 먹고 숨 쉬는 게 두 가지다. 두 가지가 음양이다. 입력, 출력이다. 컴퓨터가 만들어진 것이 우리 인체를 보고 만들었다고 하지 않나? 입력, 출력. 입력하지 않으면 나오는 게 없다. 입력이 되었을 때 나온다. 꽉 차면 들어가나? 나가야 한다. 비워야 들어가지 비워지지 않으면 안 들어간다. 그 원리가 인체에서 온 거다. 그것이 음양이다. 우리 몸을 보면 들어가는 곳도 둘, 나가는 곳도 둘이다. 그 조절을 하는 게 약이다. 서양약은 아니다. 밥도 약이다. 약이라고만 하지 않을 뿐이지. 우리가 잘 먹으면 병이 생기지도 않는다. 감기 하나 가지고 보자. 독감을 이야기하는데, 감기도 앓는 사람이 있고 앓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앓는 사람은 이기는 힘이 없는 사람이고, 앓지 않는 사람은 힘이 있는 사람이다. 쫓겨나는 거다”

-제주에 ‘제2의 구당촌’을 만드는 구상이 궁금하다. 
“5년 전에 회원들과 함께 제주의 지인들을 만나면서 ‘제주 구상’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제주의 물, 폐교를 활용하는 것까지...원룸 하나 구해서 제주에서 지낼까도 생각했다. (그러다가)제주에서 그런 이야기(자연치유 제도화 반대)가 나와서 (고향인)장성에 (무극보양뜸센터를)만들어 놨던 것이다. (제주에서 먼저 시작하려 했는데)거꾸로 돼 버렸다. 장성에다 센터를 해놓은 것도 정부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없고, 일방적으로 이걸 옳지 않은 일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저는 그러거나 말거나, 이걸(침 뜸을) 해왔기에 없어지지 않게 한 것이다. 지난해 제 5000명 제자들이 헌정록을 썼다. 헌정록에 제가 ‘43번 전과자’라고 표현했다.(웃음)사람을 죽였다거나 병신을 만들었거나, 돈을 뺏았다거나 그게 아니다. 우리 회원들이 150만 명을 치료했다고 한다. 이것도 공식적인 계산이지 실제로는 더 많다. 손가락 하나 구부려서 벌금 문 사람도 없다. 법에 의해, 43번이라는 것이 (제자들을)교육시킨 걸 가리켜 그러는 거다. 의료 사고로 그런 건 아니다. (침 뜸이)없어지면 안 된다고 해서 전 세계를 다니며 가르치고 그러고 있다. 없어지지 않게 하려고 한다. (제주에)외국인관광객이 올 수 있는 장소를 만들려고 한다”

(고계수씨)“그런 구상(제2의 구당촌)을 하게 된 게 제주에서 하게 되면 세계 각국 사람들이 이곳에 오지 않겠냐. 관광하러 올 수 있다. 이런 생각이다. 그거(침 뜸) 하나만 가지고도 사람을 끌 수 있다. 여기는 자연이 관광지이니 오는 사람들도 좋다”

-우리나이로 101세다. 대외활동을 하는데 솔직히 힘드시지 않나?
“나이나 돈의 가치는 전혀 없다. 올 설에 장성에 갔는데, 손녀가 세배를 하러 와서는 (거꾸로 나에게)세뱃돈을 주더라. ‘(백)한 살 할아버지가 세배를 했으니 세뱃돈을 드린다’는 거였다.(웃음)”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침 뜸을)할 것이다. 매일 한번 씩 뜸을 뜨는데, 그러면 문제 없을 것 같다. 장수라는 말은 있어도 ‘200살 까지’라는 말은 없다. 뜸으로는 숫자까지 이야기한다. 오래 전부터 그런 이야기가 있다. 그걸 실천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에서 여섯 사람이 뜸으로 300살 까지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무극보양뜸은 12자리에 뜸을 뜨는데, 예전엔 한 군데에만 떴다. 그 자리에 나으려고 하면 일부러 물 바르고 건드려서 고약도 붙이고 다시 고름이 나오게 하는데,  그렇게 석 달 열흘 100일 가게 만들어서 뜸을 뜨면 안 낫는 병이 없다. 그런데 이게 너무 지저분하고 그래서 나눠가지고 12군데에 뜸을 뜬다. (직접 팔을 걷어보이며)90년 뜸을 뜬 자리다. 매일 뜸을 뜬다. 남성은 12자리, 여성은 13자리다”

대담=김성진 편집국장
정리/사진=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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