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우리 곁으로 온다. 매주 한편씩. 시보다 사람이 큰 시인 김수열. 제주 섬에서 나고 자란 그가 30여년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며 시를 담은 도시락(島詩樂)을 들고 매주 월요일 아침, 독자들과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살다가 시가 된 제주 시인과 그들의 시를 김수열 시인이 배달한다. 섬(島) 시인들이 토해 낸 시(詩)가 주는 소박한 즐거움(樂)이 쏠쏠할 테다. 시 낭송은 시를 쓴 시인이 직접 맡고, 김수열 시인은 시 속에 살아 숨 쉬는 소리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가까운,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닮은 시인의 목소리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가슴을 든든히 채워줄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산책’에 <제주의소리> 독자들도 함께 동행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島詩樂 산책](3) 섬 떠난 뱃머리다방 아가씨 / 문무병
오늘은 당신을 소섬으로 초대합니다. 성산포 앞 우도가 바로 소섬이지요. 오래 전이었지요. 하얀 억새가 소리쳐 우는 겨울 어느 날 시인은 소섬을 찾았다지요. 소섬에 내려 중앙동에 가면, ‘분위기 있는 쓸쓸함 때문에 늘 찾아가는 쓸쓸함을 저당 잡히던’ 뱃머리다방이 있고, 거기 아가씨가 있었다지요. 허나 그 아가씨 소섬을 떠났다 합니다. 누군가 찾아오면 장사가 너무 안 돼 떠났다고 말해 달란 말을 했을 거라 믿으며 뱃머리다방보다 더 쓸쓸한, 보일러도 안 땐 민박집에서 시인은 ‘칠칠치 못하게 자락자락 쏟아버린 갈매기똥을 가슴에 묻고’ 쓸쓸하게 밤을 지새웁니다. 섬이 울었는지 시인이 울었는지 소처럼 엉엉 우는 어느 겨울밤이었다 합니다. 행여 당신, 습습한 마음에 소섬에 내려 뱃머리다방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소섬도 그 아가씨도 뱃머리다방을 잊을 만큼 오래 전 이야기니까요. / 김수열 김수열 =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디에 선들 어떠랴』, 『생각을 훔치다』, 『빙의』 등이 있음. 제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