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경제를 모두 살릴 수 있는 대안은 있다

▲ 지난 3월 9일, 묘산봉 영향평가 첫 심의가 열릴 때 지역주민들은 버스8대를 동원, 300여명이 도청으로 몰려와서 심의통과를 강력히 주장했다.

# 지역주민의 개발찬동

24일, 제주도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제주묘산봉관광지구 개발에 대한 영향평가를 조건부 동의 처리하였다. 앞으로 도의회 동의절차를 거치면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같은 시각, 회의장 밖에서는 구좌읍 김녕리 주민들이 ‘개발 만이 살길’ 임을 모두들 외치고 있었다. 전 날에는 기지회견을 통해 “김녕리민들은 1차 산업의 붕괴 앞에 농사도구를 버리고 새로운 길에 도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면서 “개발의 논리를 부정하는 자들과 논리적 사고와 대화 그리고 행동으로 투쟁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골프장 개발에 단순한 지지가 아니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찬동하고 나선 지역주민들의 모습은 지난 해 핵폐기장 부지선정 주민투표 때와 다르지 않았다. 비단 이곳 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개발예정지역에서는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이름으로 개발사업에 찬성을 하고 있다. 몰락하는 농업에 이어 뚜렷한 현실적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위험하고 반환경적일지라도 우선은 유치해서 개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결과는 뻔하다. 골프장이 많이 들어서면 그 만큼 수익창출이 힘들어 진다. 또한 해외에서 골프를 즐기는 것이 제주지역의 골프장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도 골프장회원권 가격이 제주지역만 하락하고 있다. 이것은 원거리라는 지역적 특성과 신규골프장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골프장 개발을 통한 지역경제활성화라는 이름은 단기간의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가능할지는 몰라도 지속가능한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자연만 파괴되어 버리는 처참한 결과만 낳을 수 도 있다.

▲ 타고온 버스에 붙여진 "개발만이 살길이다" 현수막
“친환경 개발"이란 신개발주의 수사학을 앞세우는 지역주민의 개발찬동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삶의 자립을 팽개치고 외부의 대자본에 자신의 삶 뿐만이 아니라 지역의 환경까지 갖다바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의 개발찬동은 지역사회의 미래산업을 지속가능한 관점에서 보지않고, 단기적인 세수증대와 관광객 증가만을 우선시하는 지방정부가 초래한 안타까운 현상이다.

# 환경과 경제를 위한 사회적 일자리가 대안이다

지역주민의 안타까운 개발찬동은 환경과 경제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방안을 통해 해결해야한다. 며칠 전 이와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 3월 23일 환경정의 등 4개 단체가 공동주최한 “환경 ․ 고용 ․ 복지 문제의 통합 접근을 통한사회적 일자리 창출 토론회”에서는 공공의 성격을 지닌 환경 관련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자원순환형, 지역상생형 사회로의 대안적인 발전전략을 모색하였다.

건국대 환경과학과 김재원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연자원의 보존 및 해설, 자연환경 모니터링, 자연자원의 친환경적 활용, 특수지역의 자연보전 등 자연자원분야에서는 건전한 생태계와 공동체적 가치가 뒷받침 된 지역단위에서의 총체적 접근방식의 제안을 통해 2012년까지 총 35,000개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전망하고 있다.

또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너지 분야에서는 풍력.태양.바이오매스 등의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방안을 적극 제시하고 있다.

▲ 제주지역에 분포하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풍력의 경우 약 6,000 ~ 9,400개(해양풍력의 경우 9,100여개) 정도, 태양광은 약 5,000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 기대하고 있으며 바이오매스는 축분과 음식폐기물을 혼합하여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접근만으로도 3만명의 일자리 창출을 예측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를 제주지역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곶자왈가이드 등의 자연환경안내원을 생태관광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곶자왈을 골프장으로 개발하지 않더라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생태관광뿐만 아니라 자연자원의 친환경적 활용을 통해서도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24일 한라수목원 자연생태체험관에서 열린 '한라산 국유림지역 삼나무 조림지의 관리방안' 심포지엄에서 김경덕 제주남부산림조합 과장은 "2004년 2개월간 1251입방m(m3)의 원목 벌채에서부터 제품 생산, 현장 인도까지 실사해본 결과 직.간접적 고용효과는 1276명에 달했으며 삼나무 입방m당 18만 1000원의 경제효과도 나타났다"며 자원화를 통한 소득창출 가능성을 주장했다.

또한 제주지역의 풍부한 재생가능에너지자원들을 이용하여 에너지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재생가능에너지 장치들을 생산하는 일은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다.

전국어디서나 똑같이 골프장 등의 대규모 리조트를 통한 지역경제활성화는 독특하지 않으며, 지속불가능하다. 제주적이면서, 지속가능한 경제를 모색해야 하며, 이것은 우리의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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