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어·부·가](3) 자식에게 조금 빨리 친구 신청을 하는 건 어떨까요?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대학 시절부터 지적 갈증이 많아 지금까지도 고전 작품들을 읽고 있습니다. 고전 작품에서 저는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지혜의 최고봉에 도달한 사람들은 ‘어린이’를 주목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지혜는 우리를 유년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라고 말했고, 프랑스 천재 시인 보들레르는 “천재성이란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 이제 튼튼한 기관과 제멋대로 축적된 재료들을 모두 정리해 주는 분석적 정신을 갖춘 마음껏 되찾은 어린 시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아예 “자신을 낮추어 이 어린이처럼 되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했죠.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도 만년작인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라는 작품에 가족과 어린이라는 주제를 담았습니다.

동양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맹자는 “대인이란 그 어릴 적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맹자>)라고 했고, 노자는 “중후한 덕을 품은 이는 갓난아이와 같으니, 독충이 쏘지 않고, 맹수도 덮치지 않으며 독수리도 할퀴지 않는다”(<도덕경>)이라고 했습니다. 아내가 아기를 임신했을 때 저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은 고전 중에서도 읽기 어려운 책이잖아요. 아이를 낳기 전에도 여러 번 읽었지만 뜻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한 친구가 제게 <도덕경>을 다시 한 번 권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예전에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빠가 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서인지 세상의 실제 모습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남자의 세계 안에 갇혀서 보지 못했던 낮고, 작고, 그늘진 곳이 아이에 대한 마음과 고전에 힘입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저는 어린이를 진지하게 대하는 습관이 붙었습니다. 어린이를 그저 어린이로만 보지 않는다면 무척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책 놀이 책>(이야기나무)을 집필하면서 놀이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가끔 공부방 아이들과 책 놀이를 할 때가 있습니다. 놀이를 만들 때도, 놀이를 다듬을 때도 아이들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책을 바닥에 깔아 놓고 동전을 던져서 점수를 얻는 ‘동전 농구’를 할 때였습니다. 저는 자세를 낮추고 동전을 던져야만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세를 낮추니 속도와 마찰력이 커져서 책 위에 동전이 올라가도 튕겨 나가 버렸습니다. 그 때 한 아이가 동전을 높이 던졌습니다. 저는 그저 아이의 엉뚱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동전을 높이 던지니 속도와 마찰력이 죽어서 책 위에 떨어뜨리기만 한다면 점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세를 낮추는 것에 비해서 정확도를 높이기가 어렵지만 몇 번의 연습을 통해서 감각을 다듬으면 오히려 아이의 방법이 점수를 따기 더 좋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제가 보통 어른처럼 아이의 엉뚱한 행동이라고 무시했다면 결코 배울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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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어린이다

허영만 화백의 <타짜>라는 만화책에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이 나오죠. 늙은 노름꾼은 젊은 노름꾼을 어려워할 줄 알아야 의미였습니다. 그 말은 <논어>에 나옵니다.

子曰. 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중략)
공자가 말했다. “어린 사람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어린 사람이 커서 지금 우리를 능가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 『논어』, 「자한」 편

제주에 돌아와 많은 부모들을 접하며 아이 키우는 일에 관해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른을 보면 어린이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봅니다. 제주와 육지의 부모들을 모두 접해본 경험에 따르면 제주의 부모님들은 아이의 대한 감수성이 비교적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어린이와 어른을 구분하는 사고에서 나옵니다. 심리학자들은 어른과 어린이를 구분하는 태도에 대해서 경고합니다.

성인기란 유년기에 기초해서 구축된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어릴 적에 어른에게 그렇게 다뤄졌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 어린이를 그렇게 다루는 것입니다. 육지의 경우 여러 곳에서 자극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젊은 어머니 아버지들은 어린이에 대해서 전향적인 자세를 가진 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은 제주도나 육지나 다름이 없습니다.

국내에서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한국경제신문)로 유명한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만약 부모가 자신의 유년기를 정서적으로 방치된 채 보냈다면 슬픔을 정서적으로 특권을 가진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사치로 볼 가능성은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보거나 그냥 인생 경험으로만 봐도 10년이나 20년이라는 시간은 금방 찾아옵니다. 지금은 키도 작고 말도 못 하는 아이가 부모와 친구가 되는 것은 금방이라는 뜻이죠.

거의 모든 자식들은 늙어서 부모와 친구가 됩니다. 저도 어머니와 친구처럼 수다를 떱니다. 하지만 어머니와 너무 늦게 친구 관계를 텄다는 아쉬움을 항상 느낍니다. 언젠가 친구가 될 자식에게 조금 빨리 친구 신청을 하는 건 어떨까요? 어른은 어린이고, 어린이는 어른이니까요.

 [140자 Q & A 상담코너]

3. 자꾸 기대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 네 살 여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것은 좋지만 자꾸 제게 기대서 힘이 드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아이가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까닭은 부모의 말을 정확하게 접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귀찮은 듯 이야기하거나 아이처럼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렇게 되죠. 또박또박한 어조로 설명을 하고 알아들었는지 확인해 보세요.

 * 독서지도사 오승주 씨에게 자녀들의 학습방법과 독서 등에 관한 궁금한 점을 이메일로 상담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 dajak9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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