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의바다] (3) 이찬우 교수 “중국과 미국 사이, 주변 거꾸로 이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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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시대. 미국의 우방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동북아문제의 석학 이찬우 일본 테이쿄대(帝京大學) 교수가 내놓은 답은 ‘과거에서 배우라’는 조언과 ‘북한을 실리적으로 이용하라’는 조언이었다.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 원장 주강현)과 [제주의소리]가 공동 진행하는 ‘인문의 바다’의 세 번째 강연이 24일 오후 6시30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산귤재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 나선 이 교수는 21세기의 국제사회 질서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세력’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양세력’ 간의 대립으로 쉽게 풀어 설명했다.

중국은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상하이협력기구(SOC),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대륙을 하나로 묶으려고 하고 있고, 해양세력은 이들이 통합되지 못하도록 내부에 균열을 일으키려 하는 힘의 대결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제조업으로 성장해서 전세계의 공장과 시장이 됐고 이젠 금융면에서도 패권국가가 되려는 중국과, 이를 깨려는 해양세력의 틈바구니에 있는 게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강의에 앞서 이 교수는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미국, 유럽 그리고 유라시아 세력 사이에서 한 쪽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과연 “대한민국은 양 쪽 세력에 양다리 걸치기를 할 수 있냐”는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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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말미에 이 교수는 쉽고 간단한 비유를 통해 실마리를 던졌다. 임진왜란 때 도움을 받았다며 조선이 명나라만 좇다가 결국 청나라에게 호란을 당했듯이, 6.25때 도움을 받았다고 미국만 바라보다가는 역사가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조선의 왕조는 유교 원리주의, 중화사상 때문에 망했다. 대한민국은 아메리카 기독교 원리주의 때문에 망할 수도 있다”며 “대한민국이 역사를 또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미국에게 졌지만 미국을 이용하는 나라. 미국만 섬기지 않는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만 섬기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대주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한 다시 망할 수 밖에 없다”며 “주변을 거꾸로 이용하는 외교가 가능해야 한국이 조금은 살 게 아니냐”고 제언했다.

더 중요한 얘기는 다음에 나왔다. 대북정책에 관한 얘기다.

이 교수는 현재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고, 중국과는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경제적으로 밀접해지고 있다고 평하면서 “지정학적으로 북한이 춤을 추고 있다”고 말했다. 대륙세력을 등에 업은 셈이다.

이 교수는 “남북간 대립 구도는 북한이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남한은 이 구도를 이용하기 어렵다”며 “해양세력이 일부가 될 수도, 대륙세력의 일부가 될수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남쪽 일부만 가지고는 자기 얘기를 할 수 없다”며 “남북관계가 튼튼하면 대륙세력의 힘을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남북 대립이 유지되면 결국 대륙의 통합은 북한에서 끝날 것”이라며 현재 냉각기에 들어선 남북 관계의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북한이 남한으로부터 받아먹는다고 투정만 할 게 아니라 그래서,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측의 전략적 대응이 부족하다”는 쓴소리를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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