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김경학 의원

바야흐로 ‘예산개혁’ 범람의 시대다. 원희룡 도지사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며, 도민사회에 거침없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비합리적인 관행이었던 부분을 개선해야한다는 취지에 필자도 공감한다. 도민의 입장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설사 어렵고 더디더라도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도 행정조직 및 주요 산하기관 등 관련 인사행태를 보면 “도민 모두가 점쟁이”로 만들어 버렸다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고 있다. “그 자리 누게가 될거여!”라는 말이 빗나간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발령받은 인사에 대해 폄하하고자 하는 의미가 아니다.

도민사회에는 ‘비정상의 정상화’ 강조, 인사는 여전히 비정상화

도민들에게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면서 실제로 인사과정에서는 도민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평가절차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과연 ‘인사권은 도지사 고유권한’이란 미명하에 ‘비정상의 정상화’의 사각지대에 놔두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를 반문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인사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감사위원회 감사의뢰를 하는 지경까지 나왔겠는가.

최근에는 곶자왈공유화재단 임원퇴진에 간부공무원 개입 논란을 넘어 생활체육단체장 선임에까지 줄 세우기를 하려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비정상적인 인사 관행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지경이다.

이쯤 되면 이전 단체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는 필자의 생각이 과연 혼자만 드는 생각일까? 도지사 인사권에 대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다음 기회로 미루면서 다시 예산개혁으로 되돌아가 보자.

집행기관의 보조금 집행 감사결과 ‘충격’

최근 감사위원회가 “묻지마식 보조금 지원, 더 이상 안된다”며 문화정책보조금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내용은 충격적이다. 감사결과, 신분상 처분 31명, 행정상 처분 36건으로 총 67건에 대한 처분요구를 했고, 보조금을 편취한 2개 단체는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정도면 민·관의 구분이 무색해질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조금 정산에 대한 부정적, 기준보조율 미준수 등 행정이 집행단계에서 기본적인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부분에서는 필자도 그렇지만 도민사회가 납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까지 “의회의 예산증액은 선심성 예산”이라고 하면서 의회를 예산개혁의 대상으로 몰아붙이던 장면이 오버랩 된다.

예산개혁은 어느 일방이 추진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

예산개혁은 집행기관 어느 일방이 추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관계 기관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의제를 발굴해야 한다. 감사위원회 감사결과가 단적인 예다. 감사위원회 감사가 아니었다면 내부의 문제점은 당사자들만 알뿐 그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회에서도 예산·결산을 심의하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필자는 예산개혁을 넘어, 재정개혁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도민의 혈세 쓰임새를 모두 망라한 것이 예산을 포괄하는 재정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재정은 예산뿐만 아니라 결산, 출자, 부채 등을 의미하며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돈의 쓰임새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본 지면을 통해 재정개혁과 관련한 이슈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2013년도 결산분석을 바탕으로 우선 세출 계획의 문제점을 둘 수 있다. 예산회기 내에 쓰지 못해 다음연도로 넘기는 예산은 전체의 20.4%나 된다.

세입과 관련해서는 받지 못한 세금이 900억을 넘어섰고, 정책사업 비중은 매년 하락하고 있고, 지방세 비과세·감면액은 1500억을 넘어섰다.

국비보조사업과 관련해서는 지방비 매칭비율이 매년 상승해 재정건전성을 훼손하고 있고, 향후 1000억 적자가 발생한다는 직영 공공시설물에 대한 대책과 의지는 변변치 못한 상황이다.

특히 2015년도 민간위탁과 공공기관 대행 사업예산은 3600억으로 전체 예산의 약 10%를 차지하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공무원 인건비와 행정운영경비가 전체 예산의 약 20%인 점을 감안하면 정말 아찔한 상황이다.

이러한 내용은 그동안 의회에서 예산심의를 통해 파악한 내용의 일부이다. 이는 의결기관인 의회가 아닌 집행기관의 재정운영 역량이 실망스러운 수준임을 반증하고 있다.

그동안 도와 의회간의 예산갈등 과정에서 원희룡 도지사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장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원희룡 도지사는 이러한 재정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자세히 모르고 ‘예산개혁’을 부르짖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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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기관에서도 스스로를 성찰하고자 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도 예산개혁의 취지에 공감하기에 앞으로 예산개혁을 넘어선 재정개혁의 관점에서 관련 대안을 마련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고자 한다. 제대로 편성된 예산이 올라와야 의회 심의에서도 삭감액과 증액 규모가 최소화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도민의 복리증진은 도민의 가계부를 제대로 관리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집행기관에서도 재정개혁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의지가 있다면 도민 삶의 질 향상은 하루빨리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김경학 의원(구좌·우도,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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