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로수로 가장 많은 나무는 무엇일까? 정답은 벚나무다.

작년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 중 가장 많은 수종은 벚나무다. 전국 가로수의 22%를 차지하고 수량은 118만여 그루에 달한다. 한마디로 가장 인기가 높은 수종이다.

벚꽃은 봄소식과 함께 제주도에서부터 개화가 시작된다. 활짝 핀 하얀 꽃잎이 마치 마술처럼 일시에 거리를 뒤덮는 화려한 아름다움은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찾는 이유다.

그런 화사함에 이끌려 곳곳에서 벚꽃 축제를 벌이며 즐기면서도, 한편으로 일본을 떠올리며 벚꽃을 싫어하는 데는 역사적인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침탈·지배할 당시 창경궁에 벚나무를 심고 동물원을 만들어 우리의 민족혼과 정기를 말살시키려한 바 있다. 이런 역사적인 이유로 벚나무와 일본을 동일시하며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왜 하필이면 일본을 상징하는 '사쿠라'를 국민의 세금으로 가로수를 심느냐"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벚나무의 역사를 자세히 알고 나면 우리가 즐기지 못할 이유도, 심한 거부감을 가질 이유도 없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일본의 국화(國花)는 벚꽃이 아니다. 일본왕실을 상징하는 꽃도 국화(菊花)이며, 벚꽃은 단지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이다. 법적으로 일본의 국화(國花)는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왕벚나무는 제주도와 남해안이 자생지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지역으로 퍼진 우리 꽃이라는 의미다.

언젠가 한국과 일본의 식물학자들이 벚나무 자생지를 찾으려는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한 적이 있다. 일본학자들은 자생지를 찾고자 DNA 검사 등 각종 조사를 실시했지만 결국 벚나무의 고향은 제주도와 남해안으로 밝혀졌다.

일본의 식물학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뒤집으려 부단한 연구를 이어간다고 알려졌지만, 한국이 자생지라는 사실을 뒤집을 근거를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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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벚나무의 진실을 알고 나면 우리가 벚나무를 싫어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벚꽃을 보며 국치의 수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역사의 교훈을 떠올리는 것이 올바른 모습이 아닐까.

제주섬 전역이 벚꽃으로 가득 채워지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벚나무를 보며 36년간의 일제 침략을 잊지 않으면서, 벚꽃 축제를 민족의 번영을 도모하는 뜻 깊은 행사로 승화시켜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송순강 / 제주시 산림조합 수석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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