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면 우리는 서울에 있었고, 그 서울을 노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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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46) 서라벌 호프 / 이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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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 /이아립(2013)

이아립의 목소리는 처음 ‘스웨터’의 ‘별똥별’로 반짝였다. 그녀라는 음악이 건국되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예쁜 가방 속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같았다. ‘우리 비 그치면 산책할까?’하며 ‘나나나’ 거리는 허밍은 미선나무 나뭇잎에 떨어진 빗방울이 되어 귓속에서 삼투압을 했다. 작은 섬나라 ‘스웨터’는 아주 두껍고 텁텁한 겨울 스웨터보다는 봄가을에 입을 수 있는 얇은 스웨터에 가깝다. 십 년이라는 시간을 미리 예견한 목소리는 영화 ‘버스, 정류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개봉한지 몇 년 지나서야 영화를 봤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영화 속에 흐르던 음악만 여전히 버스 정류장에 흐르고 있다. 마치 우울한 나라의 국가(國歌)처럼. 루시드폴 대신 부른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아침 바닷가를 혼자 걷는 듯한 목소리로 ‘홀로 버려진 길 위에서, 견딜 수 없이 울고 싶은 이유를 그 누구도 내게 일러주지 않았’다며 포근하게 투덜거린다. 거의 십 년 넘게 4월의 촉촉한 잔디 같은 목소리로, 렌즈구름 같은 형체로 파란 하늘에 떠 있다. 곧 어딘가로 떠날 것 같은, 비행물체 같지만, 어느 순간 금방 사라질 것 같은……. 우리의 서울(首都)은 어디일까? 뒤돌아보면 우리는 서울에 있었고, 그 서울을 노래할 뿐이다. ‘끝이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우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찰칵’, ‘찰칵’ 의성어 몇 개로 사라지는 것들. 서라벌, 천 년 가까이 노래하던 서울에서. 그런데, 그래서 이 노래는 ‘서라벌 레코드’에 대한 맥수지탄의 노래로 들리기도 한다. 마지막까지 LP 제작을 하던 레코드사. ‘산울림’, ‘김현식’, ‘들국화’, ‘한영애’. 우리나라 음악의 별들이 모두 서라벌 레코드에서 나왔다. CD에 이어 MP3라는 철기시대(Iron Age, 鐵器時代)가 도래하면서 서라벌 레코드의 마지막 LP 공장은 결국 2004년에 문을 닫았다. ‘서울의 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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