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특집] 4.3희생자추념일 누락 달력 ‘수두룩’…“4.3 바로세우기 달력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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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빠지고! 4월3일에 '4.3희생자 추념일' 표기가 되지 않은 달력이 수두룩하다. 지방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를 비롯해 한국은행 제주본부 등이 만든 달력에는 4.3희생자 추념일 표기가 빠져 있다. ⓒ제주의소리
“4월 3일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맨 먼저 눈이 가는 게 달력이다.

제주도민이라면 무의식적으로 “무슨 날이긴, 4.3이지”라는 말이 튀어나올 법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4.3은 먼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제주4.3이 국가 추념일로 지정된 건 지난해 3월. 지난 2003년 참여정부 당시 채택한 <진상조사보고서>가 4.3을 국가 추념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한 지 11년 만의 일이다.

‘4.3흔들기’가 극에 달했던 이명박 정부를 건너 뛰어 같은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에서 일궈낸 4.3의 성과다. 지난해 3월 정부가 공포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명시된 4.3기념일 명칭은 ‘4.3희생자 추념일’이다.

그렇다면 ‘4.3희생자 추념일’은 얼마나 알려져 있을까. 4.3의 전국화를 넘어 세계화를 말하는 지금도 제주4.3은 제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6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을 이틀 앞둔 1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시중에 배포된 달력(탁상용 포함)들을 살펴봤다. 20여 종의 달력들 중에 4월 3일에 ‘4.3희생자 추념일’이라고 표기된 달력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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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표기되고! '제주4.3' 관련 표기는 되어 있지만 정확한 기념일 명칭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 심지어 제주도(해녀박물관)가 펴낸 달력에조차 정확한 명칭이 사용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그나마 ‘제주4.3’, ‘4.3추념일’ 정도라도 표기된 것은 나은 수준. 제주도외 지역 소재 기관·단체에서 발간된 달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제주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가 펴낸 달력에조차 ‘4.3희생자 추념일’ 표기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은 의외였다.

지방 공기업뿐 아니라 국가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간한 달력에도 4월 3일에는 4.3대신 ‘향토예비군의 날’만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일부 기관·단체의 경우 4.3을 표기하는 성의(?)를 보이긴 했어도 기념일 명칭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주출판인쇄공사가 펴낸 달력에는 ‘제주4.3사건’으로, 심지어 제주도(해녀박물관)가 발간한 달력에도 ‘4.3추념일’로 표기, 제대로 된 명칭을 표기하지 않았다.

탐사보도의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언론사(뉴스타파)가 펴낸 달력에도 ‘제주4.3’으로 표기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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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했어요! 농협과 제주은행 등 상대적으로 금융기관에서 발행한 달력에 '4.3희생자 추념일' 명칭이 제대로 표기된 경우가 많았다. ⓒ제주의소리
반면 농협이나 제주은행과 신한은행·신한생명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KDB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의 경우 ‘4.3희생자 추념일’ 표기를 제대로 한 곳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도내에서 비교적 영세한 개인 세무사사무소의 경우 ‘4.3희생자 추념일’ 명칭을 정확히 표기해 귀감을 샀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종래 발간된 각종 달력을 전수 조사해 2016년도 달력 발간에 앞서 미리 각급 기관·단체에 올바른 기념일 명칭이 사용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내·외 달력 제작업체들을 상대로 ‘4.3희생자 추념일’이 국가 지정 기념일이라는 사실을 인지시키는 게 급선무다. 만에 하나 달력 발주 기관·단체가 별도의 주문을 하지 않더라도 제작 단계에서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4.3진상규명 운동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제4대 제주도의회 때부터 4.3특위 활동을 지원하면서 피해조사보고서를 책임 집필한 강덕환씨(행정자치위원회 정책자문위원)는 “4.3희생자 추념일 지정이 단순히 구호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달력에 올바로 등재돼야 함은 물론 엽서나 우편 발행 등 전국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분위기 확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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