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48) I Am The Man / Cz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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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zars / Good bye (2005)

올가는 러시아 마지막 짜르의 맏딸이다. 올가라는 이름은 푸시킨의 소설에서 따왔다. 그녀는 춤추는 것과 소설 읽기를 좋아했다. 고양이를 좋아해 그녀 옆에는 언제나 러시안블루 고양이가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러시아의 상황을 알게 된 올가는 아버지가 암살당할까봐 두려워했다. 부모 몰래 돈을 기부하기도 했다. 열여섯 살에 루마니아 황태자와의 혼담이 오갔지만 러시아 사람이 아니라며 응하지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이모와 함께 간호원으로 참전했다. 하지만 몇 년 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다. 올가는 가족들과 함께 마차에 실려 예카테린부르크로 이동했다. 우랄산맥 동쪽 기슭에 있는 예카테린부르크는 시베리아 광산지대의 중심도시로 표트르 1세의 부인 예카테리나 1세를 기념하여 지명을 지었다. 올가네 가족이 죽고 난 뒤 공산혁명가 스베르들롭을 기념하여 스베르들롭스크로 개명하였다가 소비에트가 해체되면서 이름을 되찾았다. 덜컹거리는 마차에서 올가는 고양이를 꼭 껴안았다. 올가와 그의 가족은 그곳 지하실에서 볼셰비키에 의해서 잔인하게 처형되었다. 올가 옆에 있던 고양이도 함께 난자를 당했다. 푸른 눈동자를 부릅뜬 채. ‘Czars'는 영국에서 결성되었다. 존 그란트(보컬)의 목소리는 이별을 했을 때 들으면 기분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트리기에 적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Czars'는 약 10년 동안 활동하고 해체되었지만 그는 살아남은 짜르의 친족 몇이 망명하고서 생명을 유지한 것처럼 솔로 앨범을 내며 목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점잖은 목소리이지만 슬픈 것들만을 수집해 만든 듯한 성대가 우울하게 울린다. ‘닉 케이브’의 목소리를 사포로 민 듯 한데 그보다는 덜 불길해서 다행이다. 올가를 위한 노래로 들리기도 하는 ‘Czars'의 노래들은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없는 계절에는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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