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1) 장수① 탄수화물 섭취는 양보다 질이 중요

윤창훈(68) 제주대 명예교수가 <제주의소리>에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그의 주 전공인 '식품과 영양'을 주제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그의 글은 생물과 물리, 화학, 지구과학 등의 영역을 넘나들기도 한다. 이 모든 글들은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진다. '교수 30년의 내공'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편집자 주]

옛부터 '불로불사(不老不死)'는 인간의 버리지 못하는 영원한 꿈이지만, 인간도 생명이 있는 생물인 이상 죽음을 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점점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어서 누구나 백세장수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는 것 같다. 평균수명에 대한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2000년에 남자 72.2세, 여자 79.6세이었던 것이 11년 후인 2011년에는 남자 77.6세, 여자 84.4세로 증가하였다.

이렇게 평균수명이 증가하게 된 원인은 우선 위생상태가 많이 개선되어 질병에 걸리는 사람이 매우 줄어들었고, 또한 의학, 의료기술이 발달하여 질병에 걸려도 쉽게 치료되어 사망자수 또한 줄어든 것이다. 장수국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평균수명은 2007년에 남자 79세, 여자 85.8세인데, 2006년 통계를 기초로 일본인의 평균수명을 계산한 '간이생명표'에 의하면 전체 남자의 20.6%, 여자의 43.9%가 9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선진장수국의 추이를 바짝 쫓고 있지만, 노년 개개인의 삶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늙어도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이 있는가 하면, 허약한 몸으로 집안에서만 지내는 분들도 있다. 어떻게 하면 대다수의 노인들이 건강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는 '건강수명'까지 연장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노인층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연구하는 분야를 '항노화(anti-aging)'라고 부르며, 유럽이나 미국의 의과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항노화의 비밀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본란에서는 이들의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결과를 여러 회에 나누어 소개하고 싶다.

1) 가공식품

현재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팔레오 다이어트'를 제공하는 식당이 있다고 한다. 이 식당의 입구에는 “Get back to human”(인간으로 돌아가라)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고, 또 “산업발전에 의해 식품이 나빠졌는데, 그 이전의 인간 본래의 식사로 돌아갈 때가 왔다”고 씌여있다고 한다.

우리의 식생활에 불가결한 백미, 밀가루, 백설탕 등 가공정제된 식품은 근대 산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미국 UCLA와 캔사스대학에서 가공정제된 식품이 실험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바 있다. 쥐를 두 개의 군(群)으로 나누어 한 군에는 일반적인 사료(곡물가루, 어분(魚粉) 등 가공도가 낮은 것)를 주고, 또 한 군에는 가공식품(정제된 당질이 많이 포함된 것)을 6개월간 투여했다. 그 결과 가공도가 높은 사료를 섭취한 쥐들이 가공도가 낮은 사료를 섭취한 쥐들 보다 체중이 더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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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연구자들은 현미와 같이 가공하지 않는 식품이 체중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어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공식품은 당뇨병환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탄수화물은 총섭취의 50~60%가 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이 숫자는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에서 이것을 권장한 이후 15년간 당뇨병 환자가 3배까지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탄수화물 섭취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 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



윤창훈 명예교수는 누구?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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