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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우리 곁으로 온다. 매주 한편씩. 시보다 사람이 큰 시인 김수열. 제주 섬에서 나고 자란 그가 30여년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며 시를 담은 도시락(島詩樂)을 들고 매주 월요일 아침, 독자들과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살다가 시가 된 제주 시인과 그들의 시를 김수열 시인이 배달한다. 섬(島) 시인들이 토해 낸 시(詩)가 주는 소박한 즐거움(樂)이 쏠쏠할 테다. 시 낭송은 시를 쓴 시인이 직접 맡고, 김수열 시인은 시 속에 살아 숨 쉬는 소리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가까운,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닮은 시인의 목소리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가슴을 든든히 채워줄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산책’에 <제주의소리> 독자들도 함께 동행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島詩樂 산책](7) 아무도 없었다-진도 팽목항에서 / 김경훈

거기 방파제 중간쯤
주인 잃은 신발들만
걸음을 멈추고
아무도 없었다
눈앞에서 빤히
모든 걸 삼킨 바다에도
이어중간 구름길 바람길에도
피울음 삼킨
먹먹히 에인 가슴들만
빈 하늘에 나부끼고
거기,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눈감고 뻔뻔히
조난된 정부
해체된 국가만
비닐쓰레기로 날리고 있었다 / 아무도 없었다-진도 팽목항에서 - 김경훈

김경훈 =『통일문학 통일예술』로 등단. 시집으로 『운동 부족』, 『삼돌이네 집』, 『그날 우리는 하늘을 보았다』등이 있음.

“친구들아 진짜 /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 다 용서해줘 / 사랑한다”

“누나 배가 이상해 / 쿵소리가 났어 / 누나 사랑해 / 그동안 못해줘서 미안해 / 엄마한테도 전해줘 / 사랑해”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이런 문자를 마지막으로 그 아이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우리가 벌써 그 아이들을 잊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 김수열

김수열 =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디에 선들 어떠랴』, 『생각을 훔치다』, 『빙의』 등이 있음. 제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 시·시낭송 / 김경훈 시인
* 도시락(島詩樂) 배달 / 김수열 시인
* 영상 제작 / <제주의소리> 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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