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희망 향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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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행진에 앞서 참여 학생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 양영전 대학생 기자.

4월16일, 오후 4시16분 제주대학교 정문에는 노란리본, 노란우산, 노란 옷 등 갖가지 액세서리를 착용한 학생들이 모였다. ‘제주노란우산’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행진’에 참여한 제주대학교 학생들이었다.

추모행진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대열을 갖추고 걷기 시작했다. 참여한 학생들의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진상규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어두운 바다 속에는 9명의 실종자들이 남아있다. 걷는 학생들의 생각이 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아직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 생각 때문인지 참가자들 표정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걸으며 되새기기’

걸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린 희생자들을 위해,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당연히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일인데 이제는 우리가 이렇게 한다고 국가는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 줄지,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고 챙겨 줄 수 있을지 불신만 더 커지는 것만 같았다. 같이 걷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이 학생들이 더 모이면, 모이고 모여 제주도민 전체가 행동한다면 진전이 있었을까?

옆에서 걷고 있던 이번 행사의 주최자 박요한(제주대 행정학과 4)씨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노란우산은 어떤 단체이냐고 묻자 “헐거운 개인 연대”라고 의외의 대답을 했다. 박 씨는 세월호 참사가 있던 작년 4월부터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노란우산을 들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도보행진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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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을 하던 대학생들이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앞에 멈춰섰다. ⓒ 양영전 대학생 기자.
처음엔 혼자 시작했지만, 어느 날엔 모르는 학생들이 같이 하고 싶다며 찾아왔고, 점점 세월호 참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다 작년 8월에 세월호 참사라는 같은 관심사만을 이유로 몇 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게 노란우산이라는 것. 세월호 참사 외엔 공통분모가 없으니 말 그대로 “헐거운 개인 연대”인 셈이다.

그는 “1년이 지나다 보니 기억은 하지만 익숙해진다. 올해도 무언가 행동으로 표현하고 다시금 새겨야 한다.”면서 이번 행사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말했다.

“오늘 참여해 주신 학생들처럼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늘 잊지 않고 기억 한다. 또한 앞으로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또 저러네, 유별나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시험기간이라서 혹시라도 학생들에게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그 부분은 조심스러웠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을 자주한다.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기억만 한다고 변하진 않는다.

참사의 진상규명, 남은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와 체계를 마련하는 일 등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소중한 것일 수 있다. 또한 이것이 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박요한 씨는 “1주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앞서 말한 ‘헐거운 개인 연대’가 아닌 좀 더 체계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할 수 있는 단체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에 있는 우리 대학생들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있으니 힘내시길 바란다”며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희망을 향한 걸음’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에서는, 그 국가에서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은 이 세월호 참사를 자꾸 정치와 연관시키기 바쁘다. 정치의 생리를 잘 알지 못하는 우리 눈에는 그저 하늘로 간 희생자들을 기리고 잊지 않는 것, 그 남겨진 가족들을 챙기는 것, 살아남은 사람들을 보살피는 일이 우선이다.

도보행진에 함께한 이길주(제주대 철학과 강사)씨에게 “이 행사를 한 대학생이 개최했다.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묻자, “참여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 그런 줄 몰랐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의지가 대단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씨는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걱정이 많이 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아가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희망’, 어쩌면 우리가 걷고 있는 궁극적인 목적은 희망일 지 모른다.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월호 후속 대책들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는 달라질 것이라는, 남은 사람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러한 일들을 국가가 해 줄 것이라는 희망을 향해 걷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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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로 실종된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에게서 직접 받은 옷을 입고 있는 문준영 씨. ⓒ 양영전 대학생 기자.
‘잠 못드는 팽목항’

참가 학생 중 특이한 복장의 한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몸에 플랜카드를 두른 채 걷고 있었다. 문준영(제주대 언론홍보 4년)씨였다. 플랜카드에 대해서 묻자 “지난 겨울 실습 차 육지에 간 일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세월호 참사 도보행진에 참여하여 팽목항에 갔었다. 그곳에서 허다윤(9명의 실종자 중 1명)학생의 어머니를 뵀는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입고 계신 것을 직접 받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험기간인데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이런 행사를 주최해줘 감사한 마음”이라며 “대학생들의 관심이 저조한데 자발적으로 참여해 진행되는 것이 뜻 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 행사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차가운 바다 속에는 아직도 실종자 9명이 남아있다. 정치인들이 세월호 참사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일부 극단적인 보수세력들이 “하루빨리 바다 속에서 꺼내 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울부짖음 앞에서 피자를 먹는 동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쟁 그만두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 

제주시 아라동 즈음을 걸을 때, 한 아주머니께서 추모행진 무리를 사진에 담고 있었다.

“잊지 않겠다는, 가만있지 않겠다는 문구가 당연한 것임에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나도 자식을 키우는데 세월호 참사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학생들도 이렇게 움직이고 우리 같은 국민들도 기억하지만 정작 우리가 무엇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고, 1년 동안 정부는 무엇을 한 건지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이제는 정치권에서 하는 말들을 믿지 못하겠다. 그들끼리의 무슨 거래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사건 당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오보부터 보상 문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인양 문제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은 서로 싸우기 바빴다. 1년 동안 우리는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모든 걸 내려놓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실종자들을 꺼내주고,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중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해줘야 한다.

2015년 4월 16일, 우리는 걸었다. 만약 길이 있다면 청와대까지 걷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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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전 대학생 기자.
기자라는 직업을 꿈꿔오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대안 있는 비판'이었습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기자가 해결책 없이 소위 '까'기에 바쁘다고 말합니다. 직업의 특성 상 기자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모든 것을 대하는 경우가 많고, 당연히 보도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부당한 것을 알려야 합니다. 기자가 해결을 제시할 수 없더라도 보도해야 합니다. 힘 없고 소외된 계층의 어려운 점을 알려야 합니다. 기자가 대안을 마련할 수 없더라도 보도해야 합니다. 기자 자신 나름대로의 생각과 대안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래도 보도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공론화 시키고 여러 사람들이 그 공론의 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 그 결과로 관계당국이 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기자가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이며,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입니다. 오늘도 '민(民)'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자가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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