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칼럼] 총선, D-7일에

산지천이 복개된 이후 몇 차례 이 곳을 다녀가곤 했지만, 오늘처럼 '위'에서 조망해 보긴 처음이다. 몇 년 동안의 법원 동네 생활을 접고, 산지천 변의 빌딩으로 필자가 속한 참여환경연대가 사무실을 옮긴 지 며칠 만의 일이다. 4층에서 내려다 본 산지천은 더욱 푸르고 맑다.

가까이 가 보면, 아직 산지천 상류의 하수가 완벽하게 처리되지 못하고 있으며 항구내 부유물이 밀물 때면 같이 흘러 들어와 계곡물과 같은 청정함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으나, 시내 중심부에 이런 수준의 하천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할 만 하다.

뭐니뭐니해도 산지천이 이 정도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산지천 상류에 있는 '산지물' 등 용천수 때문이 아닌가 한다. "첫 물이 맑아야 하천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면서 '제주의 미래'를 다시 생각한다.

D-7일, 4월 15일 치러지는 총선은 제주사회의 향후 정치 기상을 알리는 나침반이다. 이른바 '개혁의 새로운 물줄기'를 제주사회의 중심에 흐르게 할 것이냐 아니냐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 이러한 희망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과도한 기대인 듯하다.

제주사회의 개혁을 위해 청산되어야 할 전·현직 도지사 간 갈등이 다시금 재연되고 있을 뿐만아니라, 정치철새와 기회주의가 '민주의 탈'을 쓰고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세간에서 풍자되고 있는 그들의 능숙한 '말 갈아타기' 솜씨나 특정 정당의 선거중책을 맡은데 대해 비판하거나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과거행적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그들의 일관된 행보에 '경의(!)'를 느낄 뿐이다.

문제는 이를 조성한 정당과 그 책임자들이다. 이번 총선이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 새로운 정치개혁의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이번 선거를 두 사람의 '대리전'으로 비화시킨 것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하여 이 지점에서 만큼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으며, 감히 말하거니와 이에 대해서는 향후 반드시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 확신한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구태가 판을 치고, 원칙과 상식은 실종되고 있다. 예리했던 필봉이 예의 그 '연고주의' 앞에서 무딘 칼날로 바뀌고, '미워도 다시 한번' 이란 통속어가 난무하는 현실을 본다. 하여 이번 선거를 통해 '제주가 정말 제주다움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던 많은 사람들은 다시금 절망하고 있다.

하천의 건강한 복원을 위해서는 단지 그 위를 덮고 있던 건축폐기물을 걷어 내는 것으로 끝내서는 않된다. 반드시 '맑은 물'이 흘러 들어야 한다. 제주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판'을 바꾸어야 한다. 탄핵정국으로 조성된 정세와 개정된 선거법은 '판갈이 조건'을 어느 정도는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하천을 덮고 있던 구조물을 뜯어낸 것에 불과하다. 고기집으로 치면 '불판'을 간 것에 불과하다는 것.

문제는 새로운 불판에 올려 놓아 맛있게 구워 먹을 '싱싱한 고기'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고기도 보이고, 수입품을 국산품인 것처럼 위장한 것도 있으며, 겉은 싱싱해 보이지만 그 안은 이미 썩어 문드러져 있는 고기들도 다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식품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얼핏 보면 포장도 잘 되어 있지 않고 현재로서는 상품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면 이른 시일내 우리내 밥상에 상시적으로 오를 미래지향적인 싱싱한 고기가 분명 있다. 좋은 식품을 고르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기에 눈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나중에 불량식품 먹고 온 가족이 병원신세를 지지 않으려면...

산지천을 바라보며 다시금 역사와 진실을 생각한다.

언제면 제주사회에 산지물같은 맑고 정의로운 물줄기가 솟아 오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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