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어·부·가](9) 돈은 벌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렵습니다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소비체험 파티를 시도한 이유

지난번에 ‘아이들의 돈 씀씀이’에 관해서 글을 올리고 나서 여러 날 동안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가 칼럼에 대해서 갖고 있었던 불만은 ‘말’에 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벽을 허물어보고 싶습니다. ‘행동하는 칼럼’을 한다면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도 제 마음이 전해질 것이니까요. 아이들이 돈 씀씀이가 헤픈 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 못 배우고, 잘못 배웠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단순합니다. 제대로 가르쳐주면 됩니다. 궐당(闕黨)이라는 마을에서 온 아이 한 명이 공자의 집 문간방에서 손님과 주인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심부름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자를 찾아온 손님은 아이를 신기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공자의 명을 받고 심부름을 할 정도라면 공자가 눈여겨본 꿈나무가 아닐까 하는 상상도 들었지요. 손님 중 한 사람이 공자에게 “이 아이는 날로 향상되는 학생인가 보죠?” 손님의 물음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 반전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저는 이 아이가 나이에 걸맞지 않는 자리에 앉는 것을 보았고, 나이 든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는 걸 보았죠. 날로 향상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저 빨리 자라기만을 바라는 아이입니다.”
- 『논어』, 「헌문」 편

공자가 아이를 보고 있자니 안 되겠다 싶어서 역할을 준 것입니다. 이 구절을 처음 접하면 빨리 자라고 싶어 하는 아이에 눈길이 가지만, 여러 번 읽다 보니 공자에게 옮겨지더군요. 공자는 그 아이가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커버린다면 얼마나 아찔할까 두려웠던 걸까요?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호미’를 들고 적절히 막아내는 어른과 교육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들의 소비 패턴을 돌아보게 하는 자극을 준다면 공자가 궐당의 어린이에게 기대했던 효과를 함께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건전한 소비생활과 근검절약을 위한 체험 파티 ‘2천원의 행복’을 기획하게 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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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pixabay.com ⓒ 제주의소리

아이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

공부방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파티를 합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은 파티 날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저 하루 공부 안 하고 먹는 날이라고 아쉬워하는 아이도 많았습니다. 파티 자체는 무척 훌륭한 채널이기 때문에 조금만 다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방에 관계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파티’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티 날은 참 분주했습니다. 소비 체험을 주기 위해 현금을 준비하고, 동네 문구점과 제휴해 쿠폰을 만들고, 초대장과 참여매뉴얼 등 각종 양식을 만들고, 포토존(photo-zone)까지 꾸몄습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예술에 버금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니까요. 아이들에게 현금 2천원(먹거리 구매)과 쿠폰 2천원권(문구 구매), 그리고 보고서 한 장을 주었습니다. 자기 스스로 파티 때 먹을 것과 물건을 구매하고 나서 내역을 써보고 느낀 점을 쓰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체험 파티에 참여하는 아이는 자기가 받은 돈으로 살 물건을 생각해야 하고 2천원에 맞게 물건을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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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체험 파티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남긴 소감문. / 사진 제공 = 오승주 ⓒ 제주의소리

잔돈을 남겨 오면 10배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경고를 했거든요. 결코 쉬운 미션은 아닙니다. 돈을 쓰고 나서는 어디에 어떤 돈을 썼는지 내역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느낀 점을 간단히 써야 하죠. 아이들이기 때문에 느낀 점은 길지 않았지만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어서 좋았다.”(1학년 학생),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좋았다.”(3학년 학생), “동생한테 줄 수 있고 내 문구용품을 살 수 있어서 좋다.”(4학년 학생) 등 묵직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흡족했던 말은 “돈 쓰기가 어렵다.”(6학년 학생)이었습니다. 돈은 벌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렵습니다. 돈은 사람 마음을 뒤집어놓기 일쑤라서 결코 쉽게 다루면 안 되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돈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이해하기도 전에 쉽게 써버리죠. 이건 무척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의 체험 파티를 통해서 아이들이 돈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한 학생이 보고서에 한 줄로 남겨줘서 보람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칼럼 진행하면서 몇 번의 작전을 수행할지 모르겠지만, 따뜻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 체험 파티 “2천원의 행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은 글쓴이의 블로그 글을 참조하세요. (링크 주소 : http://socialbooks.co.kr/1244)

[140자 Q & A 상담코너]

9. 아이가 돈을 쉽게 알까 걱정입니다

Q =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키우는 부모입니다. 얼마 전 가게에서 꽤 비싼 물건을 손에 든 아이를 보았어요. 제가 돈을 준 적이 없어서 물어보니 동네 형이 줬다고 하네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A = 돈은 무서운 채권자와 같습니다. 이자가 잠을 자지 않듯, 돈이 미치는 힘과 영향력은 우리가 상상했던 이상입니다. 돈을 함부로 쓰고, 돈을 주고 받는 아이는 실제 칼을 들고 장난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가정을 넘어서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 독서지도사 오승주 씨에게 자녀들의 학습방법과 독서 등에 관한 궁금한 점을 이메일로 상담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 dajak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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