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의 리더십과 문재인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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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방문하여 김성근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유튜브 화면 갈무리)

 프로야구 한화 이글즈와 김성근 감독이 화제의 중심에 있습니다. 만년 최하위를 면하지 못하던 한화가 올 시즌에는 쟁쟁한 강팀들과 상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화 팬들은 신이 났고, 5월 5일까지 한화는 홈경기 여섯 차례 연속 매진을 기록하였습니다. 감독을 바꿨을 뿐인데, 선수들이 달라졌고 결과적으로 경기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한화 응원석에선 감격에 겨운 팬들이 연일 "나는 행복합니다"를 노래합니다. 

김성근 부임으로 확 달라진 한화 이글즈

김성근 감독은 한화 팬들의 간절한 염원에 힘입어 지난 해 한화의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그가 한화 감독에 부임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을 하였습니다. 천하의 김성근이라 한들 최근 6년간 5번 꼴찌를 도맡았던 팀을 살려낼 수 있을지.

그런데 2015년 시즌이 시작되자 우려는 기우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 하는데, 마땅한 선발진이 없는 팀을 이끌고 매 경기 총력전을 벌이며 4위권에 진입했습니다. 김감독의 좌우명 ‘일구이무(一球二無)’ 그대로, 매 경기 벼랑 끝 승부를 벌입니다. 그러다보니 역전승도 많아지고, 끝내기 승부도 늘어납니다.

김감독은 과거에 태평양, 쌍방울, SK, 고양원더스에서 보여줬던 대로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한계에 도전하고, 거기에서 늘 새로운 성과를 얻어냅니다. 어렵지만 1%의 가능성만 있으면 포기하지 말라고 선수들을 몰아붙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문재인 대표도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알려진 대로 최근 치러진 4.30 재보선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네 곳 선거구 모두에서 패배하였습니다. 광주 서을, 서울 관악, 성남 중원 등이 모두 전통적인 야권 텃밭이기 때문에 선거 초반에는 새정연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천정배, 정동영 전 의원 등이 새정연을 탈당해 각각 광주 서을, 관악 등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야권이 분열 국면에 들어섰다가, 성완종 스캔들이 보도되면서 선거는 다시 새정연에 유리한 상황으로 급변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결과는 모든 선거구에서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인 완패였습니다. 광주 서을이나 관악과 같은 오래된 텃밭도 빼앗겼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해 치러진 7.30 재보선에서 새정연이 패배하고(새누리 11 : 새정연 4),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사퇴하며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되었습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경선 룰 변경 논란까지 일으키며 박지원 의원에게 신승을 거둔 후, 문대표는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일성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지휘한 첫 번째 선거의 결과는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의 이탈에 따른 완패였습니다.

재보선 패배에도 "결과에 굴복하지 않겠다"?

그런데 선거가 패배로 끝난 뒤 보여준 문재인 대표의 처신이 더욱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문대표는 "선거 결과에 굴복하지 않겠다"고도 했고, "야당은 패배했지만, 국민은 패배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선거에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파악됩니다. 내년 선거의 공천권도 걸려있고, 대통령 후보 경선도 중요하기 때문에 당대표 직은 절대로 내려놓을 수 없다는 입장인 듯합니다.

문대표의 처신은 지난 2011년 김성근 감독이 2011년 말 SK구단의 프런트와 마찰을 빚은 끝에 감독직을 미련 없이 버린 처신과도 매우 다르고, 7.30 재보선에서 패배한 후,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사퇴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김성근과 문재인, 두 리더를 비교한 이유가 현재 화제의 중심에 있다는 점 말고도 문대표가 지난 2012년 대선 정국에 김감독(당시는 고양 원더스)을 방문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대표와 김감독 사이 많은 얘기가 오갔는데, 문대표는 거장으로부터 무슨 교훈을 얻었을까요? 야구 팬들이 다 아는 교훈을 문대표는 얻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김감독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오직 노력과 실력으로 존재의 가치를 드러냅니다. 리더가 되려면 책임 전가나 변명 같은 것은 일체 하지 말고 결과로 책임져야한다고 말합니다. 참다운 지도자를 찾기 어려운 시대, 야구 팬들이 김성근 감독에게 열광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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