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어·부·가](10) 100명의 아이들에게는 100개의 방법이 필요하다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없다면 없고 많다면 많은 수수께끼

육아와 교육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서 고치려고 하면 고칠 게 무한히 많다는 것이고,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면 또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대학 다닐 때는 30년째 같은 강의노트를 가지고 다니는 교수님도 계셨죠. 그 분은 강의에 오면 노트를 옮겨 적었고 학생들은 조용히 받아 적었습니다. 반면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는 교수님도 계셨습니다.

저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그 분의 열정을 닮고 싶었습니다. 하던 대로, 무난하게, 남이 시키는 대로 가르치고 기르는 것은 편리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방법대로 하려고 하면 엄청난 도전에 직면합니다.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틀에 얽매인 아이와 줄다리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역 계사전』이라는 책에서는 “사람의 길흉화복과 후회스러운 것, 번거로운 일은 사람이 움직임에서 나온다”고 말했죠. 그래서 대개는 새로운 방법을 쓰길 꺼립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손쉬운 방법을 믿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그런 대접을 받아선 안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방법은 의외로 많은 학생들에게 환영을 받았습니다. 다만 전형적으로 부지런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거부감을 표시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기 공부에 익숙한 학생은 공부방법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니까요. 예컨대 마인드맵을 그린다든지, 빙고게임으로 공부를 한다든지, 다양한 놀이를 수업에 활용해 흥미를 높이는 방법들은 평범한 학생들에게는 환영받을지 모르겠지만 자기 방식대로 공부해온 학생들에겐 그렇지 않죠.

가장 힘든 점은 ‘편견’에 맞서는 것입니다. 어느 새 ‘상식’처럼 돼 버린 편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제 방법은 상당히 불편합니다. 아이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거나, 낮은 바위를 뛰어서 건너거나 땅으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엄마들이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엄마들은 지금 당장 위험한 행동을 중지하라고 성화를 부릴 것입니다. 아이가 나무 탔던 이야기를 했을 때 많은 엄마들이 같은 반응을 보이더군요.

아이든 어른이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위험’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하지만 일반의 상식은 ‘위험’을 마치 0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관찰하고 존중하면서 육아와 교육을 한다는 것과 그렇게 해서 얻은 방법을 실천한다는 것은 외로운 일입니다. 가끔 자신의 육아 철학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만나면 서로를 위로해줍니다. 그것이 외롭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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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창의성을 불러내는 방법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A.매슬로는 “어떻게 하면 창의력 있는 인재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대체 인재의 창의력을 말살시키는 게 무엇인가?”(『인간 욕구를 경영하라』)라고 바꿔야 한다는 거죠. 매슬로에 따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창의력을 타고납니다.

하지만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점점 사라지고 말죠.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의 창의력이 대학도 가기 전에 바닥나는 까닭은 초등-중등-고등학교를 통과하며 창의력을 말살시키는 교육을 받기 때문입니다. 대학 졸업해서 직장에 가면 창의력이 금기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공자는 제자들의 창의력을 잘 발현시킨 스승이었습니다. 공자와 제자 자공의 대화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자공이 물었다. “가난하되 굴욕적이지 않고 부유하되 잘난 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공자가 말했다. “그 정도면 괜찮겠지. 하지만 가난하면서도 즐길 줄 알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추구하는 사람만은 못하겠지.” 자공이 말했다. “예전에 봤던 시경(詩經) 구절 중에서 ‘거친 옥을 금강석으로 갈고, 조각한 옥은 다시 숫돌로 섬세하게 가네’라는 대목이 있는데 이제야 그 뜻을 알겠네요.” 공자가 말했다. “사(賜)야, 이제 나와 함께 시를 읽을 수준에 이르렀구나. 옛 구절로 지금의 일을 꿰뚫다니 놀랍다.”
- 『논어』, 「학이」 편

제자들이 일정한 수준에 올라올 때마다 스승인 공자가 행복해하는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제자의 학문 수준이 높아질수록 대화의 질과 재미가 달라질 테니까요. 공자는 자신의 교육 원칙을 세우되 제자 각각에 맞게 응용해 가르친 스승의 선구자였습니다. 『논어』를 교육적 관점으로 읽으면 100명의 아이들에게 100개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며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학생들과 논술과 역사 수업을 하면서 강의방식을 계속 개선시켰는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서 다시 한 번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을 잡는다’는 표현처럼 엄하게 공부시키기보다는 존중하고 경청하며 가르쳤더니 조금씩 자기 수업에 대해서 주인의식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공부의 주인이 되는 공부를 한다는 건 미래의 주인이 되는 공부를 함께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강의방식을 개선하는 일은 무척 힘이 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까닭입니다.

[140자 Q & A 상담코너]

10. 아이가 집에서는 공부를 안 하네요

Q =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하면 학교나 학원에서 했다며 쉬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집에서도 공부를 하라고 하면 싫은 표정을 지으며 안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그 상황에서 부모가 공부하라고 으름장을 놓으면 아이는 공부하는 척하겠지만 역시 공부를 하지는 않습니다. 부모님은 공부하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건지, 실제로 공부하는 게 보고 싶은 건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 마음이 공부한다는 말처럼, 학습동기가 무척 중요합니다.

 * dajak97@hanmail.net 앞으로 육아고민을 보내주세요. 자녀와 본인의 나이와 성별을 써주시면 가명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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