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환경대책위 출범…입지적합성·공사과정 감시 돌입

제주지역 환경시민사회단체가 환경파괴의 주범인 골프장과 전쟁을 선포했다.

자본유치와 관광산업 활성화란 미명하에 중산간 곳곳을 파헤치며 물밀듯이 들어오는 골프장에 대해 환경단체가 제동 걸기에 나섰다.

 

예래환경연구회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연구센터, 제주환경운동연합, 한라산지킴이 등 지금까지 제주지역에서 환경운동을 벌여왔던 대표적인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이 8일 오전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골프장환경감시 특별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환경파괴의 주범인 도내 골프장에 대한 본격적인 환경감시운동에 들어갈 것을 선언했다.

 

현재 제주도내에서 운영 중이거나 건설중인 골프장은 모두 36곳. 몇 년 전만 하더라도 4~5곳에 불과했던 골프장이 36곳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소위 ‘박세리 효과’로 불리는 골프 스포츠의 인기와 제주도 개발을 위해서는 자본을 끌어와야 한다는 자본의 논리, 그리고 관광산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논리 속에 골프장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으나 그로 인해 제주의 자연이 망가지는 것은 속수무책 누구 하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제주도 임야 91% 골프장 독점, 곶자왈에 위치 지하수 위협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골프장환경감시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고경원, 김용철, 김진우, 이계영, 현원학)에 따르면 2002년 9월 기준으로 제주도내 골프장은 현재 운영중인 8곳과 앞으로 개발될 28개 골프장을 포함하면 모두 39곳.

 

이들 39곳 골프장의 면적은 4242만평방미터로 이는 제주지역 골프장 조성가능면적(임야의 5%)인 4690만평방미터의 91%를 차지해 골프장 추가 건설이 더 이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골프장이 들어서는 지역의 대부분이 ‘자연생태계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을 포함해 중산간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제주도의 중산간 지역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함양하고 다양한 식생이 분포돼 있는 천혜의 자원으로 한라산과 해안을 잇는 녹지축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이 지역의 훼손은 곧 제주도 전체의 환경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이 골프장 한 곳이 사용하는 물 사용량은 1일 5936톤으로 36곳의 골프장이 모두 정상적인 영업에 들어갈 경우 하루 평균 26,712톤의 물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전적으로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제주지역에 심각한 지하수 고갈을 초래하고, 골프장 농약사용에 따른 지하수 오염으로 머지 않은 장래에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를 전망이다.

 

# 대부분 불량 활성탄 사용…지하수 오염 무방비

 

골프장 건설에 따른 중산간 일대 환경파괴와 더불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농약과 비료사용에 따른 지하수 오염문제이다.

 

모든 골프장은 티와 훼어웨이 잔디관리를 위해 집중적으로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티와 훼어웨이는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 기초 공사시 비닐 시트지(차수막)를 깔고 농약을 흡착할 수 있는 활성탄을 포설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골프장에서 비용절감을 이유로 시트지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가 하면, 저급품 활성탄을 사용하고 있으나 제주도에서는 이에 대해 제대로 감시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환경영향평가시 KS 1등급 활성탄을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는 2,3등급을 사용하는 가 하면, 심지어는 재생 활성탄 또는 쓰레기처리장으로 가야 하는 폐 활성탄을 사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한경면 저지리 소재 라온골프장은 지난해 불량활성탄을 사용하다 언론으로부터 적발되기도 했으며, 상당수 골프장은 당초 약속한 1등급 대신 등급이 없는 활성탄을 쓸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 협의사항을 변경해 줄 것을 제주도에 요구하는 형편이다.

 

이날 출범식을 가진 골프장 환경감시특별위원회는 현재 운영중인 골프장이나 공사중인 골프장이 환경영향평가 협의대로 시트지와 활성탄공사를 제대로 하는지 여부를 감시할 예정이다.

 

# 공사현장 감시활동 전개….제주도에 감시활동 제도적 뒷받침 요구

 

골프장환경대책위는 신규골프장의 입지가 환경적으로 타당한지 여부부터 감시해 나갈 계획이다. 지금도 제주도 당국은 입지 선정시 지리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적지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대부분이 곶자왈지역에 들어가 제주도의 판단자체가 오히려 이들 지역에 대한 환경훼손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골프장 환경대책위는 우선적으로 신규골프장 허가절차를 밟고 있는 표선면 성읍리 ‘제주리조트’ 골프장과 함께 현재 건설중인 롯데, 라온, 블랙스톤, LG골프장 등 6곳에 대해서는 활성판 반입 및 포설 감시, 그리고 저류조의 적합성 여부 등에 대해 항시적인 감시활동을 벌인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제주와 오라, 중문 등 이미 운영중인 골프장에 대해서도 오폐수처리와 농약잔류량 처리 등을 감시하며, 차수막(시트)과 활성탄 포설을 요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골프장 환경대책위는 이 같은 감시활동을 시민단체만이 아닌 자치단체도 함께 참여하고, 시민환경단체들이 감시활동을 제도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 감시단과 환경영양평가위원회에 환경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줄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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