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어·부·가](11) 부모가 먼저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면?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인사는 사람의 일

“새우깡 주세요”
“컵 주세요”
“지우개 주세요
“초코파이 하나 더 주세요”

아이들의 요구가 끊이질 않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도 달리 하지 않습니다. 공부방도 엄연히 사회이고 공공장소인데 아이들은 마치 자기 방에 있을 때처럼 행동합니다. 아이들이 지나간 자리는 연필이 나뒹굴고 공부했던 책들은 제 자리에 꽂혀 있지 않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한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저의 첫째 아들은 일곱 살이어서 밖에서 절제할 줄 알지만, 아직 어린 다섯 살 막내아들은 공공질서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가슴속에 ‘사회’와 ‘공공예절’을 심어준다는 것은 무척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인사(人事)라는 말을 풀어보면 ‘사람의 일’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아침에 나가면서 인사하고 밖에 다녀오고 나서 인사하고, 밥 먹을 때 인사합니다. 인사를 습관화하는 것은 아이들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인사를 합니다. 인사가 습관이 돼 아이들이 용돈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아파트에 살 때 경비아저씨나 청소아줌마 같은 신분이 분명한 분들에게는 인사를 시켰습니다. “우리 아파트 깨끗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인사했더니 경비원 아저씨가 주머니에서 천원짜리를 꺼내서 아이에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묘했습니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줄 때도 있습니다. 과자 하나를 주면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친구도 있지만, 과자를 하나 더 달라든가 음료수까지 달라고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일단 하나를 받으면 고맙다는 표현을 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준 것은 아니지만 자기 보따리를 달라고 하면 주는 사람은 더 이상 줄 마음이 없어질 테니까요.

잔소리가 늘어나는 것은 저도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잔소리 자체를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습관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지만 간단히 해결될 문제는 아니기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논어>에서 한 가지 힌트를 찾은 게 소득이었습니다. 공자가 살았던 당시는 ‘고마움의 표시’가 제도화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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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의 관습

양화가 공자를 만나고 싶어 했지만 공자는 양화의 면담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양화는 고민 끝에 공자의 집에 돼지고기를 선물했다. 당시 풍습은 윗사람이 고기를 보내면 반드시 답례를 해야 했기 때문에 공자는 주인이 없는 틈을 타서 양화의 집에 가서 답례를 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길가에 잠복하고 있던 양화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 <논어>, 「양화」 편

당시는 엄격한 신분 사회였기 때문에 계급이 높은 사람이 선물을 주면 계급이 낮은 사람은 반드시 답례를 해야 했습니다. 비록 계급사회의 관습이기는 하지만 답례하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양화는 의도를 가지고 선물을 보내기는 했지만 선물을 주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남아 있고, 답례와 사례를 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은 참 아름다워보이지 않습니까? 저도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제게 찾아온 것 자체가 무척 고마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제 자리에 꽂으면 치울 시간을 절약해줘서 고맙다고 하고, 연필이나 지우개를 제자리에 두어도 고맙다는 인사를 많이 해야죠.

아무래도 잔소리보다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아이들을 더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고맙다는 인사를 할 줄 모르는 거 아닐까요? 어른이, 부모가 먼저 고맙다는 말을 건네면 아이들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40자 Q & A 상담코너]

11. 아이가 머리가 컸다고 제 말은 안 듣네요.

Q =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이가 이제는 제 말을 듣지 않네요. 그래서 방치하고 있는데 어떻게 아이를 이끌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A = 부모는 점점 힘이 약해지고, 아이들은 점점 힘이 세집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 시작하면 부모와 아이의 힘이 충돌하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힘을 부정하면 전쟁을 해야 하고, 인정하면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좀 낯설 테지만 아이가 하는 말을 경청하고 존중을 시도해보세요.

 * dajak97@hanmail.net 앞으로 육아고민을 보내주세요. 자녀와 본인의 나이와 성별을 써주시면 가명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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